지난 6월 20일 즈음해서 블로고스피어는 물론 언론계 전반의 주목을 받았던 '획기적인 발언' 하나가 있었다.
바로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이하 온신협)가 7월 1일 이후 재계약이 돌아오는 언론사들과 순차적으로 협상을 거쳐 '7일이 지난 기사의 경우 포털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할 것'을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 엠파스, 파란 등 6곳 포털업체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온신협은 중앙일간지 11개사의 인터넷신문사(인터넷 자회사)들의 모임이다. 현재 한국아이닷컴 대표가 협회장을 맡고 있다.
21일 공식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기존의 디지털뉴스 이용규칙과는 별도로 20일 '콘텐츠 이용규칙'을 새로 제정하고 디지털뉴스를 제공받는 포털업체들의 뉴스 저장기간을 7일 이내로 제한하고 이후에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토록 규정했다. 또한 포털 이용자들은 7일이 경과한 기사는 검색을 할 수 조차 없도록 했다.
참고 포스트 : 2007/03/04 온신협 디지털뉴스 이용규칙이 노리는 것은...
또한 저작권 보호를 위해 이용자들이 포털 사이트 안에서 기사를 블로그나 이메일로 퍼가거나 출력하는 등 무단으로 배포, 복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도록 하는 요청 사항도 포함돼 있다. 더불어 언론사가 제공하는 기사콘텐츠 원본을 임의로 수정, 삭제, 추가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했다.
이 소식 이후 포털도 긴장하고 별도의 독립 인터넷신문 협의체인 인터넷신문협회도 예의주시했다.
하지만 그만은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블로고스피어에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란 것도 예감했지만 구태여 나서서 정리해줄 필요도 없었다.
한 마디로 '헛발질'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온라인신문협회의 태생은 자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조직들의 협의체가 아니다. 그렇다고 따로 있는 신문협회와는 상하 관계를 규정할 수도 없다. 협회끼리는 수평적 독립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 회사들의 협의체인 신문협회와 아들 회사들의 협의체인 온신협이 따로 또 같이 활동할 수밖에 없다.
실상 이러한 포털과의 전면전은 신문협회 측에서 먼저 들고 나왔어야 할 사안이었다. 하지만 포털과 계약을 맺고 있는 당사자는 정작 온신협 회원사들이다.
온신협 회원사들끼리는 개별적으로 포털과 뉴스 공급 계약을 맺고 있으며 공통 신탁관리를 해오지 못했다. 최근 들어 언론재단이 디지털뉴스 신탁 관리자로 나서긴 했지만 이 역시 온라인닷컴사들과 포털간의 개별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다.
온신협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미루어 짐작만 하고 있을 뿐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 내놓은 대책이 얼마나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선언'에 불과한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1. 개별 계약에 협회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어떤 협회든 회원사들의 공동 이익을 위해 특정 사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회원사들의 사적 이익에 침해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온신협은 저작권 신탁 단체가 아니다. 따라서 개별 회원사들이 포털과 어떤 계약을 어떤 형식으로 맺든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간섭할 수 없다.
이번 선언으로 회원사들의 추종이 있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워낙 모래알 같은 국내 언론사들의 정서와 절박한 수익에 대한 집착 때문에라도 이 가이드라인을 따르게 될 언론사들이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포털이 몇 가지 조항, 즉 데이터베이스를 쌓지 못하면 검색에 걸릴 수도 없고 검색에 걸리지 못하는 기사를 제공받을 경우 기존 단가보다 싸게 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옵션을 걸고 나올 경우 100이면 100, 포털에서 빠지거나 예전 그대로 계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실질적으로는 포털 입장에서는 '단가 상승' 요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검색에도 걸릴 수 없게 만든 이번 가이드라인은 아예 포털에서 해당 언론사의 모든 검색 데이터와 본문 데이터를 삭제하게 만들 것이고 이는 전체적인 영향력 축소로 이어질 것이란 점은 언론사닷컴 관계자들도 인지하고 있는 사안이다.
온신협의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일 뿐 이를 어기는 회원사들을 제재할 방법도 그럴 의사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이번 가이드라인은 '선언'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뭐겠는가.
2. 답합의 눈총을 피할 수 있는가.
언론사닷컴과 포털간의 계약은 개별적인 당사자들끼리의 조건을 따져 만들게 된다.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있겠지만 적어도 일률적이지 않다. 콘텐츠란 것이 양이나 질에 있어서 차이가 있고 이는 당사자들끼리의 합의 사항이기 때문이다.
앞서 온신협은 중앙일간지 11개사의 온라인닷컴사들의 모임이라고 말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결국 중앙일간지 11개사로부터 기사 데이터를 제공받아 디지털뉴스를 가공 판매, 또는 전시하는 사업자들이다. 이들 자체가 사실상 신문사와 독점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회사인 셈이다. 이들이 위탁받은 디지털뉴스 판매권을 이용해 포털과 협상해 지금껏 사업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 가이드라인에 맞춰 향후 계약서를 모두 변경하게 할 수 있을까? 이는 '담합'이라는 덫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단가가 서로 다른 계약이라 해도 여러 사업자가 계약 조건을 동일하게 가져갈 경우, 그것이 법률에 의하지 않았을 때는 사업자간 담합으로 비쳐질 수 있다.
7일 조항은 그래서 어이가 없는 것이다. 왜 하필 7일이냐고 묻기 보다 7일로 규정된 일률적인 조항을 과연 각 개별사들이 계약서에 집어 넣을 수 있느냐의 문제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어이없게도 포털들에게 개별 언론사들과 협상 때 이 조항을 넣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자신들이 일률적으로 그 조항을 넣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현실성이 부족한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3. 타 사업자에 대한 영업권을 침해할만한 과잉 요구다.
이는 더 심각한 문제다. 기술적인 조치 사항을 상대방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는 협상에 의해 대타협이 아닌 이상 상대방의 영업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위험한 발상이다.
예를 들어 검색 사업자들이 지금 신문사닷컴 사이트에서 이뤄지고 있는 자사를 향한 '웹검색'이나 '블로그검색' 등을 금지할 것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특히 블로그로 퍼가거나 이메일로 보내기, 인쇄하기 등의 기본적인 기능까지 제한한 것은 '심하다' 못해 '어이없다'는 느낌이다.
최근 신문사닷컴들끼리도 서로 기사를 제공받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제휴를 통해 타 신문사의 뉴스가 경쟁사 언론사닷컴에서 검색되고 배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 앞의 이메일로 보내기, 인쇄하기 등등의 기능은 모두 똑같이 배치돼 있다.
회원사들의 현황이나 파악하고 이 규정을 넣었어야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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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금까지 포털에서 7일이 지난 기사가 검색되지 않는 사례가 발견되지 않는 것을 보면 선뜻 나서려는 곳이 없는 듯 보인다.
물론 몇 곳에서 '시범케이스'로 포털과 이 가이드라인을 들이 밀며 협상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처럼의 이유를 포털들이 모를 리 없지 않은가. 현재 큰소리는 언론사들이 낼 수 있지만 칼 자루는 포털이 쥐고 있다.
언론사닷컴이나 신문사들 역시 '검색되지 않는 언론사'란 것이 발견되지 않는 언론사, 곧 영향력이 없는 언론사로 전락될 것임을 우려하고 있을 것이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신문사가 갖고 있는 딜레마다. 어쨌든 영향력이 우선이다. 그렇다면 더 많이 발견되어야 하며 더 많이 읽혀야 한다. 그러려면 포털 이용자들에게 외면 받으면 안 된다.
결과적으로 온신협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한바탕 힘자랑을 하며 몸을 부풀린 두꺼비였던 셈이다.
이 가이드라인이 지켜지지 않으면 민망해지고, 가이드라인이 지켜지더라도 실익이 없으니, 이제는 말하지 않는 것만 못하게 됐다.
제 2차 포털뉴스의 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 이 글을 작성하고 다음과 같은 뉴스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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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8 10: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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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8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