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가 요즘 필사적이다.
정부의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 입법 예고 소식이 들리자마자 국내 민영통신사인 뉴시스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아래 모든 뉴스링크는 뉴시스 것이다.
<뉴스통신악법>'언론괴물''정부통신' 만드는 법, 국민적 관심 '절실'
<뉴스통신악법>“연합뉴스=국정홍보처” “사실상 국유화”
<뉴스통신악법>정부, 왜 법안 발의해놓고 발빼려 하나?
<뉴스통신 악법>뉴시스노조·기협, "뉴스통신진흥법 개악 언론장악 기도 중단하라"
<뉴스통신악법>정부, 통신악법 비판 '연합 떠넘기기' 눈총
<뉴스통신악법>정부, 연합 ‘수천억원 지원성과-공공성 평가결과’ 공개해야
<뉴스통신 악법>"말 잘듣는 통신사 만들기…원칙도 명분도 없는 법" 비판
이 문제는 우리나라 언론 역사와 더불어 꽤 오랫 동안 복잡하게 얽혀 있던 문제였다. 더구나 언론 통폐합 등 역사적인 문제들이 내재돼 있는데다 언론사 사이의 알력과 복잡한 정치 권력 관계, 비즈니스 상관관계가 거미줄 처럼 얽혀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겠지만 잠깐 1980년대 있었던 언론 통폐합의 역사를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연합 뉴스가 안고 있는 '언론 통폐합'의 추억
1980년 6월 전두환 정권은 '언론계 자체 정화 계획'이란 문건을 완성한다.
당시 언론계는 지방에서부터 중앙 일간지까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할만큼의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무책임한 보도도 있었고 취재권력을 남용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부정한 방법의 부를 취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두환 정권은 일부 언론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인 인식을 등에 업고 정화에 나선 것이다. 드디어 11월 '언론 창달 계획'을 통해 전국 64개 언론사를 신문사 14개, 방송사 3개, 통신사 1개로 강제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모든 작업은 언론사주들의 자발적인 결의로 시행하게 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한국신문협회와 방송협회가 '건전언론 육성과 창달을 위한 결의문'을 발표하게끔 강제한다.
이 과정에서 동양통신과 합동통신이 합병하여 만든 연합통신으로 시사통신, 경제통신, 산업통신 등 3개 통신사가 강제 통합되었으며 무역통신은 무역협회 회원지로 변경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당시 1980년 12월 31일 '언론 기본법'에 들어간 조항이 바로 신문 방송 겸영을 금지하는 조항이었다. 현재 이 조항을 빼자고 하는 쪽과 그대로 놔두자고 하는 쪽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찌 아이러니 하지 않겠는가.
현재 연합뉴스로 이름을 바꾼 상태의 국내 최대의 통신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근데 이렇게 국가기간통신사로 역할을 하기 위해 정부는 연합뉴스를 음으로 양으로(?) 도와왔다. 역대 정부들로서는 정부정책홍보에 연합뉴스의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뉴스통신진흥법, 한시법에서 일반법으로 고고씽?
지난 몇 년 동안 수천억원의 도움을 주는 근거가 된 것이 바로 '뉴스통신진흥법'이었다 2003년 뉴스통신진흥에관한법률(줄여서 뉴스통신진흥법)은 6년 동안만 효력을 발휘하는 한시법으로 연합뉴스를 국가기간통신사를 지정해 국가의 국고지원을 해왔다. 그 단위가 무려 수백억원에 달한다. 조금은 과장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국고 지원금 수입만으로 연합뉴스는 영업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한시법이 올해 8월을 기점으로 그 수명을 종료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이 법은 시한을 정하지 않는 '일반법'으로 개정되어 입법 예고가 된 것이다.
그동안 민영 통신사로서 고군분투해온 뉴시스로서는 지난 이 법(현재 한시법인 뉴스통신진흥법)이 합헌으로 결론난 것도 억울할텐데 한시법 자체가 일반법으로 입법완료되면 그야 말로 '장사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들릴 법하다.
이런 상황에서 뉴시스가 통신사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사 입장의 기사를 줄곧 쏟아내는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연합뉴스, 조용히 묻어가자
그렇다면 연합뉴스 종사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냥 조용히 처리돼버리면 바로 평생직장에 평생 준 공무원으로 슈퍼갑인 기자까지 할 수 있으니 얼씨구나다. 다만 정부 소속 언론이라는 딱지를 안고 싶지 않을 뿐이다.
당장 문광부의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은 문광부가 정부의 뉴스 수급을 일괄 위탁하고 뉴스통신진흥위원회가 연합뉴스에 대한 예산 승인권을 확실하게 쥘 수 있게 했다. 또한 진흥회는 해마다 연합뉴스의 경영실적을 진단, 문화부 장관과 국회에 보고하게끔 하는 경영실적 평가제도까지 신설했다.
지금 상황으로만 놓고 보면 정부가 예산으로 통제하고 국회 다수당이 연합뉴스의 경영실적을 놓고 감사를 할 수 있게 한 셈이다. 더구나 연합뉴스 사장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진흥회 이사진 역시 이명박 대통령 대선후보시절 언론특보 출신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인 최규철씨가 선출되면서 연합뉴스에 대한 장악은 '입법'으로 완결되는 셈이 된다.
문제는 이 상황인데도 언론사들이 이렇다 할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연합뉴스에 대한 불만은 한 두 해가 아니다. 지방지들은 연합뉴스의 전재료 인상에 항의해 계약 연장을 파기하는 등의 조직적인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포털과 무가지에 연합뉴스가 대량의 뉴스를 그대로 공급하면서 언론사들의 인터넷 전략 및 가판 전략 자체가 무너져버리게 만들어 버렸다는 불만 역시 유효한 상황이다.
연합뉴스의 소유 지분 문제도 생각보다 복잡하다. 이전의 대주주는 KBS, MBC였다. 그러던 것이 이들로부터 더 많은 지분을 양도받은 뉴스통신진흥회가 대주주(약 30%)가 되어 사장의 추천권을 갖는다. 그런데 이 세 곳의 대주주 외에 약 40여곳의 신문사들이 또 주주이기도 하다. 진흥회를 제외한 모든 곳을 상대로 연합뉴스는 인터넷에서 뉴스로 경쟁하고 있다. 주인의 목을 조르는 모양새다.
연합뉴스 문제는 한국의 복잡한 언론史 축소판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겉으로 보면 뉴시스의 연합뉴스에 대한 경쟁심리로 인해 뉴스통신진흥법이 논란인 것 처럼 보이는데 정작 다른 주인들은 이 문제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지도 못하고 있다.
정권은 공정성 강화와 중립성 강화, 국가기간통신사의 필요성 등을 내세우며 정작 자기 사람 앉히기에 혈안이고 한시법 역시 정권의 필요에 의해 일반법으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
반면, 국내 열악한 뉴스 유통 체계를 치고 들어온 전문 유통 사업자인 포털과 무가지들의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만들어준 연합뉴스는 일단 조용히 넘어가자는 주의다.
이 문제로 시끄러워져봤자 이 복잡한 상황을 단번에 풀어줄 사람도 없을 뿐더러 자칫 시장으로 내던져질 경우 조직원 절반 이상이 위태로와질 수도 있다. 뉴스 도매상인 연합뉴스에서 글을 쓰지 않는 비생산 뉴스 조직원이 더 많다는 따가운 눈총을 안전하게 지나가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언론사들이 인터넷의 발달로 속보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신문과의 연계 등을 통해 연합뉴스만큼은 아니지만 효율적인 뉴스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면 연합뉴스의 존재감은 역시 약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연합뉴스,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혈세를 먹고 자라는 뉴스 공룡(공무원)이 될 것인가. 아니면 한글로 쓰여지고 한국의 소식을 세계로 널리 알리는 세계적인 통신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연합뉴스만의 선택일까? 수천억원을 혈세로 지원한 우리 국민은 연합뉴스에 왜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일까.
이상하지 않은가? 연합뉴스의 소유지분 문제나 연합뉴스의 낙하산 인사, 포털 및 무가지에 대한 뉴스 판매, 인터넷 직접 뉴스 서비스, 부실한 해외 번역 송신 서비스, 부실한 해외 파견 특파원 리포팅 서비스 등에 대해 왜 클라이언트이자 주인이기도 한 언론사들이 왜 이토록 조용한 것일까?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미디어스, 미디어오늘, 프레시안 정도에서 간간히 언급이 있긴 한데 뉴시스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참으로 외롭게 느껴진다.
**덧, 연합뉴스와 관련한 댓글이 있어서 정보 차원에서 본문으로 끌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