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봤더라...'
이 책 내용을 어디선가 봤다. 그것도 매우 인상적으로.
그렇지. 찾았다. Sonar&Radar http://www.demitrio.com 블로그다. 여기서 밀도 높은 프레젠테이션 작업 스킬에 대한 설명을 드문드문 걸리는대로 읽은 기억이 있다.
만일 여러분도 이 책 내용을 보기 전에 미리 어떤 내용일지 짐작하고 싶다면, 최소한 블로그로 내용을 모두 읽었다해도 책으로 소장할 기분이 들 정도로 책이 깔끔하게 엮였다.
예를 들어 이런 글이 웹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눈물겹도록 감사한 일이이다.
준비 : 양념과 도구[Sonar&Radar]
그런데 이 글을 '펌질'해서 화면으로 둘러보느니 책 하나 구매해주는 것이 깔끔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지난 번 소개했던 <프레젠테이션 젠>과 쌍을 이루는 책이다. 적어도 직장에서 워드프로세스를 열어보는 것보다 프레젠테이션을 열어보는 횟수가 많거나 팀 회의 때마다 진부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면 이 책 한권쯤 사무실 책꽂이에 꽂아놓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개인적으로 기자 생활을 마무리해 갈 때쯤. 메모장이나 워드프로세서 정도는 잘 다룰 줄 알았다. 그림 넣기는 서툴러도 말을 이어 붙이는 기술쯤은 있었다. 밥벌이였으니까. 하지만 미디어 전략과 같은 프로젝트 단위나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 위한 '신규 사업 기획' 따위의 기획 업무가 하나둘씩 떨어지면서 프레젠테이션, 직설적으로 말하면 MS 오피스의 발표도구인 파워포인트와 대면해야 했다.
처음에는 무채색 같이 텍스트로 죽 나열돼 있었고 나중에 도표와 그림을 넣는 방법을 알고 나서는 점점 사춘기 소녀 처럼 서투른 꾸밈새에 청중을 당황시킨 기억도 새롭다. 이후 내부에서 보고하는 것과 청중을 향해 말하는 것, 그리고 청중에게 '가르치는 것'과 청중에게 '호소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안 건 정말 나중 일이었다.
그렇게 파워포인트는 늘 미운 존재다. 그래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추천을 받아 쥐었음에도 쉽게 열어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나의 무지와 유치한 실력을 깨닫게 해주는 잔인한 책일까봐 그랬다.
그런데, 웬걸. 이 책 꽤 쓸만하다. 나같은 프레젠테이션 젬병이에게도 희망을 줄 정도면 꽤 괜찮은 책이 아니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워드'나 '엑셀' 등의 프로그램보다 '파워포인트'가 더 많이 쓰이는 직장이라면, 또는 누군가를 설득하러 다녀야 하는 사람(제안서 영업맨)이라면 꼭 필요하다.
반대로 청중 앞에서 뭔가를 이야기하고 감동을 주고 청중에게 인상 깊은 연설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은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그런 연설은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에게나 어울리며 그런 식의 프레젠테이션 스킬은 <프레젠테이션 젠>이 훨씬 더 영감을 많이 준다.
이 책은 지나치게(?) 실용적이다. 남 앞에서 설명해주기 위한 프레젠테이션 작성 기술이 아니라 '남에게 전송해주기 위한' 기법이 더 많다. 그래서 부제인 '청중과 발표자를 춤추게 하는'이란 말은 좀 어울리지 않는다. 사실은 파워포인트로 보고서와 제안서를 만드는 사람을 위한 팁이기 때문이다.
마스터 슬라이드를 설명하거나 도형 세트 설정하는 방법, 아이콘 수집해서 활용하는 방법 등 프레젠테이션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노골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마음에 든다. 이 책. 근데 이런 좋은 책을 읽었음에도 왜 난 프레젠테이션 스킬이 늘지 않는 것일까. 이건 이거대로 미스테리로 남겨놓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