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거의 강연, 기고 활동을 멈추고 예전에 받아두었던 일만 정리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스스로 너무 모자란 탓에 늘 쫓기며 사는 일상에서 충전이 가능한 일상으로 바꾸기 위한 조치이지요. 그럼에도 블로깅은 멈출 수 없습니다. 요즘 나오는 '듣보잡'을 둘러싼 학교 선후배끼리의 낯뜨거운 이야기라거나 정치 이야기, 경제 이야기 등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시절이네요. 제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합해서 말이죠.
어쨌든 오늘 올리는 글은 그만이 종종 써먹는 '날로 먹는 포스팅'입니다.
근래에 제 모교에서 과후배 학생들에게 강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제 강연을 듣고 난 다음 이메일로 (아마도 과제 때문인 것 같은데요..ㅋㅋ) 질문을 준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후배에게 답장한 내용입니다.
늘 느끼지만 블로그 하면 사람들이 블로그와 돈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 어려워 하는 것 같습니다. 블로깅을 생활이 아닌 대상과 객체로 보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이겠죠. 왜 블로그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블로그의 효용성을 엉뚱한데서 찾고 블로그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제멋대로 재단하는 것이죠. 블로그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닌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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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ㅇㅇ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인 ㅇㅇㅇ 입니다.^^
저는 이번학기에 '뉴미디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블로그의 상업적이용에 대한 과제를 준비 중입니다. 바쁘시겠지만 과제에 도움을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한 파워블로그에서 '한 뷰티잡지사가 블로거에게 화장품후기에 대한 글을 요청했고 블로거가 만약 그 후기가 장점만 추려서 상업적으로 이용될 거라면 자신의 이름을 노출시키지 말라고 부탁했으나, 그러기는 커녕 블로거가 하지 않은 말까지 덧붙여서 잡지사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그 글을 보고 블로그에서 직접 쓰는 글에 대한 상업적이용 뿐만 아니라 파워 블로그, 그자체의 이름(저명한 블로거의 유명세)을 통한 판매자의 상업적 이용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1)실제로 이런 일이 빈번히 발생하는 지, 2)그러한 요청에 대해 블로거들의 반응(긍정, 부정)은 어떠한 지, 3)앞으로 더욱더 블로그는 상업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지 와 같은 것들입니다.
ㅇㅇㅇㅇㅇ(인삿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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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후배님,
그만입니다. 얼굴과 이름을 매치할 수 없는 입장이라 어색하겠지만 존대어를 사용해야겠네요. ^^
관련 내용에 간단히 답하고 그 내용을 블로그로 포스팅할 생각인데 괜찮겠죠? 종종 이렇게 답변한 내용을 글로 올리곤 한답니다. 수락해주시길. ^^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http://ringblog.net/1519
가능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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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원문을 읽지 않은 상태라서 약간 엉뚱한 대답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일반론으로 먼저 접근을 하지요.
1)원래 저작물을 생산하는 자와 저작물을 위탁 유통하는 자, 그리고 저작물을 편집 가공하는 자들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있고 이런 구분이 계약서로 명문화 돼 있는 경우에 절대 발생할 수 없는 일이 되겠네요.
먼저 잡지사가 개인에게 원고료(또는 원고료에 상당하는 금전적, 물질적, 비물질적 대가 포함)를 지급하고 원고를 받아 게재하는 경우 저작권은 잡지사와 개인이 반반씩 나눠갖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관행상 개인은 잡지사에게 편집권, 전송권, 저작권 일체를 넘겨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요. 이는 묵시적이든 명시적이든 대부분의 경우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원저작물 제작자가 원하지 않는 내용만으로 편집하여 더구나 가필하여 게재한 경우라면 저작권 계약의 침해사항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고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원천 무효 계약으로 더욱이 블로거의 이름과 사진을 사용했다면 상표권과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경우도 많은데요. 대부분의 경우 잡지사는 합당한 이유로 인하여 가필과 수정, 제목 변경, 원고의 압축과 늘리기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고 이에 대한 관행이 암묵적으로 원저작자에게 인지되고 있었을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블로거가 자신의 요구를 명문화 하지 않은 상태로 지나치게 요구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불응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신의의 문제로 블로거 맘대로 잡지사의 편집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구체적인 사례를 모르고 있어서 정확하게 어느쪽 경우인지는 확답하기 힘드네요.
2) 이런 경우는 꼭 블로거가 아니라도 글을 쓰고 다른 매체에 기고해본 경험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블로거라서 겪는 문제는 아닙니다. 종종 유명인들의 발언이나 기고가 잘못된 편집이나 가필로 인해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특수한 전문용어를 편집기자들이 억지로 일반용어로 바꿔쓰는 바람에 독자들로부터 전문성 없는 기자로 공격 받은 적도 있었지요.
그래도 저작자와 편집자가 분리된 상태에서 몇 가지 제약에 의해 제작되는 잡지나 신문 등 매체에서는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이라고 봅니다.
3) 상업성이란 단어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요소. 즉, '지나친 장삿속'을 제외한다면 '상업성'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교환가치를 의미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존재하는 모든 가치 있는 재화(그것이 물질적이든 비물질적이든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말이죠)에 대한 경제적 교환 행위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이를 부정하면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윤추구가 목적인 곳은 물론 특정 이익집단 역시 포괄적인 이득을 추구한다고 가정하면 블로거나 블로그의 '상업적 이용'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위가 되는 것이죠.
따라서 이를 단편적으로 '장삿속이네', '장사꾼에게 이용당하네' 하는 식의 접근 방법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것입니다. 블로거들이 순박한 시골처녀총각(**특정계층을 비하할 의도가 전혀 없는 추상적 단어 사용입니다)이 아닌 바에야 서로 가치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그 활용 방법에 대한 합의가 상업적 용도의 이용일 것입니다.
다만 누구의 어느 정도의 이윤추구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합당하냐의 논의로 이전되는 것이 정당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아마 질문한 '상업적 이용이 더 극대화될 것이냐'의 피상적인 질문으로 구체화되는 것이겠죠.
4) 블로그의 미디어 행위가 비용(Cost)이 0으로 수렴된다고 말을 한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하지만 무형의 기회비용이나 미래가치의 측면으로 보면 블로거 개인의 상당한 노력과 시간, 그리고 지적 노동력의 산물이면서 다른 더 가치 있는 일을 했을 때의 기회를 배제한 채 블로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는 비용이 0으로 수렴하긴 하지만 0이 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블로그의 미디어 행위는 곧 경제행위이고 이 경제행위의 정당성은 독자와 정보 소비자로부터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의 경제 주체들이 블로그를 활용한 경제활동을 제안하고 적극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디어가 종사자에게 가치와 재화를 꾸준히 공급할 구조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기업이 될 수 없었을 것이고 사회적인 영향력이 제한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죽네 사네 해도 기업으로 존재하고 수익을 내고 있는 곳도 있고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에도 기존 미디어 기업이 몰살되지 않는 이유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5) 따라서 블로거와 미디어, 그리고 상업적 이용과 활용 등의 문제를 총체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자본주의 그리고 정치 사회학적인 시각으로 조망해볼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기술적 활용수준과 인터넷의 정치 문화적 가치 역시 함께 고려되어야 겠지요.
조금 어렵게 이야기 했지만,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평가를 통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빅뱅을 표면적으로만 말씀드리면 오해가 많아질 것 같아서 약간은 추상적으로 답변을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족했다면 더 구체적으로 답변드리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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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네 압니다. 동문서답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