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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 마라. 제발 건드리지 마라. 시장 경제는 알아서 잘 움직인다. 정부가 경제를 도와주는 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봐도 요약 참 잘 했다. 이게 전부다. 아니 이게 이 책의 프레임이다.
애덤 스미스 미이라가 수백년 만에 다시 무덤에서 나와 '보이지 않는 손'을 역설하고 있는 것만 같다. 신자유주의의 옹호자들이 펼쳐 놓은 지금의 모습을 보면서 이 책을 읽으니 아주 제대로 쓴맛이 난다.
인간이란 얼마나 사악한가. 더구나 언론은, 거기에 경제지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 들어라. 나름 베스트셀러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 노무현 정권이 모든 경제 정책을 실패로 낙인찍는 데 큰 공적을 가진 책이다.
자유시장 논리 신봉자들이 애덤 스미스의 부활을 공식화 하고 그것을 경제 파탄의 주요 원인인 투기목적지향의 경제지에서 시체의 등을 떠밀며 '아직 살아있다'고 말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잔혹한 책이 지금 우리의 경제 상황을 더 난감한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사후약방문일지 모르겠지만 일견 이 책은 쉬운 문체와 박진감 넘치는 사례들, 그리고 간간히 신문 박스 기사를 베껴온듯한 읽을 거리들이 즐비하다.
'통찰력'이란 어처구니 없는 부제를 붙여놓은 센스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큰 흠을 집어내기 힘든 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내게 있어 이 책은 '수단'으로 밖에 안 보인다. 노 정권을 흠집내고 신자유주의자가 정부를 가져야 한다고 외치는 경제지의 유치한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이 책의 내용과 주장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시카고 학파라는 사람들의 잔혹하고 매정한 해법들은 사리분별을 따지는 경제 시스템 속에서는 일견 맞다. 반면 시장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저자도 이야기한다. 마치 '레밍' 처럼 떼지어 다니고 분위기에 휩쓸리는 사람들의 심리도 잘 묘사했다.
하지만 내용 곳곳에 숨어져 있는 '경제학 이야기가 아닌 정치 경제학 이야기'에 미간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도대체가 철학이 없다. 사람에 대한 애정은 커녕 통찰과 이해는 신자유주의의 일방적인 옹호 수단으로 이용당하면서 변질되어 흔적을 찾기도 힘들 정도다. 솔루션 제시란 것이 저 멀리 물 건너 이야기를 억지로 끼여 맞추는 듯한 모습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경제서의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뉴스와 외서 몇 개 조합해서 자기 주장 하면 끝이니까. 통찰이고 뭐고 없다. 이런 책에 '프레임'이란 제목을 붙이다니 이 책의 기획자는 정말 대단한 용기를 가졌던 것이다.
이래가지고서야 누구에게 이 책을 추천하겠는가. 철학이 없는 지식과 욕망이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도하면서도 이 책의 저자는 여전히 '냅둬라'라고 말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2009/06/16 17:07
2009/06/1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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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7 0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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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7 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