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정부 - 정치편 - 10점
이리유카바 최 지음/해냄

음모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실들이 잘 엮여 있고 납득이 갈만한 추론을 제시하는 책이다. 그래서 어느덧 저자와 함께 역사의 조각맞추기에 심취하다보면 독자로서 당황하게 된다. 이 책의 독자라면 이 책을 어떻게 평가하면 좋을지, 그리고 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하게 되는 것이다. 적극 추천하면 실없는 음모론 추종자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엉성한 책은 아니다.

모든 역사적인 사건과 사고들, 그리고 납득이 가지 않는 잃어버린 조각들을 찾아 들어가다보면 맞닥뜨리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리유카바 최는 <그림자 정부> 3연작을 내놓아 상식적인 독자들에게 상식을 버리라고 강하게 권한다. 경제편은 지난 번 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그림자는 누구인가에서 잠깐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엔 정치편이다.

사실상 정치편에서 경제편으로 그리고 미래편으로 읽는 것이 순서일지 모르나 경제편에서 좀더 사실적인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야 정치편의 이야기들이 모두 허구처럼 여겨지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경제편 이후 정치편을 집어든 것이다. 미래편은 조만간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케네디 암살이라거나 뜬금없는 이라크 전쟁이라거나, 심지어 9/11 사태까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세계적인 사건사고들을 흥밋거리로 엮다보면 '세상에 이런 일이'라든가 '서프라이즈'와 같은 TV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를 좀더 심도 있게 '풀이'를 하고 끊겨 있는 인과 관계를 유추하다보면 극단적으로는 '음모론'이 등장하게 된다. 여기서 '음모론'이 '망상'과 같은 뜻은 아니다. 그렇다고 '사실'과 '역사'와 동의어가 될 수도 없다.

굳이 음모론의 5원칙을 거론할 필요는 없겠지만 음모론이 강력하게 제기되는 이유는 "당사자의 부인이나 묵인"이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사건의 내막을 증언해줄 당사자가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경우나, 이 책에서 처럼 프리메이슨 조직 같이 음모론이 겨냥하는 배후 세력의 경우 자신들의 의도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거나 부인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수많은 의문사와 이해되지 않는 사건의 발발, 난해한 사건 해석, 단순히 실수라고 하기에는 엄청난 판단 착오들에 대해 일관되게 의도가 있음을 강조한다.

음모론의 매력은 '풍부한 상상력'과 '납득 가능한 상식적인 사실의 조합'이 엮어 내는 '상식을 뒤엎는' 결론일 것이다. 이 책에서도 결말이 다소 생뚱맞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도 뭐한 것이 음모론 제기자와 똑같은 이유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의도를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해괴망측하고 '결국 아무도 모르는 존재가 있다' 식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이 책은 꼼꼼한 역사적 사실이 빼곡히 들어 있다. 다만 기존의 역사가들과 교과서, 그리고 현재의 권력자들이 이야기하는 '상식'적인 인과관계를 여지 없이 비틀어버리고 모든 사실을 재해석하고 인과관계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파고 들어간다. 근데 그것이 나름 납득이 가는 방법이며 말도 안 되는 아전인수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 책 전체를 인정하고 믿을 수도, 이 책 전체를 부정할 수도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을 믿든 믿지 않든 사물이나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한 사람이거나 뭔가 풀리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 호기심이 강한 사람에게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린이들에게 괴담 읽어주듯 하는 유치한 음모론 책과는 일단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숱하게 강조한다.

'믿든 말든 자유이지만, 이것 하나만 기억하라. 역사는 승자가 적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 미디어가 말하는 사실은 진실을 담지 못한다. 일부의 사실은 오히려 진실을 가리기 위해 사용된다'

궁금하지 않은가. 거부권을 선택할 수 있었던 (공산화된)소련이 한국전쟁 당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결국 UN군을 파견할 수 있게되었는데... 혹시 소련은 일부러 그런 건 아닌지. 그렇다면 왜 그랬는지.

**덧, 이 책은 3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다른 두 책의 서평도 올렸습니다.
2009/06/08 [책] 음모론의 종착역, 초월적 존재의 등장
2009/06/02 [책]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그림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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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5 15:38 2009/06/05 15:38

[책] 이제는 유럽이다

Ring Idea 2009/06/05 10:33 Posted by 그만
이제는 유럽이다 - 6점
이준 필립 지음/교보문고(단행본)

쉽게 말하자면, 클럽축구, 에펠탑, 유럽연합, 독일의 명차 정도의 이미지로 각인돼 있는 유럽을 한꺼풀 정도 더 벗겨준 책이다. 유럽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설득력 있게 전달한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유럽이란 나라가 기묘하게도 멀게 느껴지는 우리네 정서에 '유럽은 말이야'라고 이야기해주는 데에는 성공했다. 우리가 맹목적으로 미국과 일본, 중국 정도만 관심의 범주에 두고 있는 마당에 유럽의 정서란 것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것은 고역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전세계인의 모든 취향을 맞춰준단 말인가.

"Dynamic Korea", "Strong Korea", "Pride of Korea." 아마도 이런 구호들을 자주 들었을 것이다...(중략)...아마도 한국은 이러한 구호들을 통해 스스로 위안을 하거나 자국이 강하고 견고하다는 확신을 하려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구호들이 눈길을 확 끌고 강렬하긴 하지만 뉘앙스와 절제에 익숙한 유럽인들에게는 아주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강력하고 자극적인 문구보다는 오히려 한국의 독특한 위치를 알리는 편이 유럽인들에게 더욱더 친근감을 줄 것이다.
-<이제는 유럽이다> 이준 필립, 251p
사실 다이내믹 코리아라거나 하이서울이라거나 한국 전통복장으로 부채춤을 추는 것으로 세계에 우리나라를 각인시키고자 하는 시도는 80년대 군사정권이 마련해준 축제 '국풍' 이래 계속 되어온 우리의 홍보방법인 셈이다. 물론 이에 대한 거부감은 우리들 안에도 존재한다. 한복을 일년에 한 번도 안 입는 친구들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상황에서 무엇이 '우리'인지 고민하고 있는 한국적 현실에서 우리끼리만 만족하는 홍보방법은 도대체가 바뀌질 않는다.

저자는 폭넓은 지식을 통해 유럽을 한국인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역사 이야기부터 지리, 정치, 인물에 이르기까지 작은 유럽 백과사전을 보는 것만 같다.

여유로운 현실을 즐기려는 유럽의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챗바퀴 돌듯이 살아가는 바쁜 한국인들을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유럽과 한국이 함께 늙어가고 있다는 점(고령화)에서는 공통점이고 자국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노동유연성에 대한 본질적인 사회적 갈등 역시 비슷한 구조를 지닌다. 어느덧 유럽은 한국에게 있어서도 제 2의 교역 상대국이 되었는데 서로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저자의 안타까움이 책 곳곳에 묻어나온다.

저자는 인도와 중국의 거대 시장의 기지개에 늙어가는 유럽 대륙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해주면서 한국의 포지셔닝이 여전히 어정쩡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게 현실이다. 한중일을 구분해야 할 이유가 유럽인들에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설령 한국을 인지하고 있다고 해도 한국은 유럽인들에게 '배타적'인 사람들로 비쳐진다.

한편, 유럽 기업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막연하다. 유럽 기업들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려는 계획을 짤 때, 한국을 잘 떠올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한국은 외국 기업의 진출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중략)...그런데 1997년 불어 닥친 금융위기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로 한국 정부는 긴급하게 외국인 투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법을 대폭 수정했다.
...(중략)
하지만 한국이 간혹 너무 배타적이라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있다...(중략)...하지만 유럽기업의 대표들은 한국의 수준을 고려할 때 배타성이 강한편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한국이 좀더 매력적이고 글로벌한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다.
같은 책, 233, 234p
유럽인들이나 한국인들이나 여전히 역사적인 전통과 자문화의 우월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미국을 위주로 한 현대서양문명에 대한 부러움과 피해의식을 함께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 배타적으로 비쳐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유럽을 단순하게 화려한 여행지로 다루거나 고색창연한 전설의 나라 정도로 조망하고 있는 책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이 책은 단연 현실적이고 현대적이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책이다.

하지만 책 내용 자체가 그다지 실용적이진 못하며 유럽 대륙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지나치게 친절하게 설명하려는 시도로 인해 내용자체가 산만해져버리는 함정에 빠진 느낌이다. 더구나 책 곳곳에서 발견되는 비문과 오타, 오기는 번역서 아닌 번역서의 편집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아쉽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미국식의 과장되고 사명감에 가득 찬 번역서나 일본식의 교과서적이고 정리가 잘 돼 있는 참고서식의 번역서와는 달리 '이 책은 유럽식인가' 싶은 느낌을 갖게 할 정도로 산만하게 전개되는 방식의 책이어서 읽는 내내 약간 어색했다.

책 겉표지에 있는 정명훈 지휘자가 평가한 내용 "이 책을 통해 앞으로 유럽이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미래 대안이 될 유일한 대륙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란 부분에는 절대 동감할 수 없다. 이 책은 유럽을 본받으라고 쓴 책이 아니라 유럽을 이해하라고 쓴 책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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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5 10:33 2009/06/05 10:33

독자 여러분, 이번 주에 제가 펼쳤던 뻘짓 이벤트에 많이 응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9/06/02 [무료 숙박권 이벤트] 평창 놀러가실 분~ ^^

결론적으로 선착순 5명, 추첨 2명의 당첨자 명단을 발표합니다.
숙박권 배송에 관해서는 조만간 대행업체에서 연락을 드릴겁니다.(말씀드린 대로 청소비 2만원은 본인 부담이십니다)

선착순 5분(순식간에 다섯 분이 차버렸네요. ^^; 감사합니다.)

김형* 경기도** 010-23**-**** 2009-06-02 오전 11:00:28
전현* 대구광역시** 010-67**-**** 2009-06-02 오전 10:54:54
신민* 서울시** 017-6**-**** 2009-06-02 오전 10:53:03
유진* 인천** 010-31**-**** 2009-06-02 오전 10:52:46
윤혁* 경기** 010-64**-**** 2009-06-02 오전 10:52:41

추첨 2분(그냥 무작위 추첨했습니다. 사연이나 사적 인연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윤지* 서울** 011-95**-****

안지* 서울** 016-94**-****


모두 축하드립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실명 정보를 일부 가렸습니다.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본인에게 메일이나 문자로 당첨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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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혼선을 드렸던 현대빌리지 특별회원권 공동구매 이벤트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서 뭔 내용인지 정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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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5 08:54 2009/06/0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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