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다보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기업들로부터 리뷰나 사용기 의뢰가 들어온다. 지난 번 노트북 분실 사건을 겪은 포스팅 이후로 두 가지 제품 사용기 청탁이 들어왔다.
하나는 지난 번에 소개한 삼성전자 '햅틱폰', 그리고 씨게이트의 '맥스터 원터치 4 플러스'이다.
햅틱폰은 대대적인 블로그 마케팅을 준비한 삼성전자와 제일기획의 작품이다. 하지만 씨게이트 제품의 경우 대대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존 언론매체의 리뷰 외에 블로거에게 사용기를 개인적으로 부탁하는 차원으로 내게 연락이 온 것이다.
노트북을 분실하면서 데이터 백업에 대한 중요성을 남다르게 느껴온 나에게 제대로 된 접근법이 아니고 뭐겠는가.
하드웨어 성능이나 기능성은 내 관심사가 아니라는 것쯤은 내게 사용기를 맞긴 기업도 알 것이다. 그래서 거듭 나는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보다는 소프트웨어 쪽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쓴다는 점을 알렸다. 그러하니 하드디스크 하나 덜렁 주고 무엇을 쓰라고 하느냐고 반문할 수밖에.
그런데 의외로 '하드웨어' 측면의 기능성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하드디스크에 소프트웨어라니 이건 또 뭔 소리인가.
이달 초 제품을 건내받았다. 묵직한 느낌.
내가 받은 제품은 시중가 22만원 가량의 'OneTouch4Plus 750GB' 제품이다. 금고 모양에 세로로 세워둘 수 있는 마름모꼴의 첫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제품의 하드웨어적인 사양을 잠깐 언급하자면 3.5인치 S-ATA 제품으로 탐색속도는 7200RPM, 전송방식은 IEEE1394, USB2.0, 무게는 1.11kg(아령으로 사용해도 괜찮을 듯..--), PC는 물론 매킨토시용으로 당연히 사용 가능하다.
외장하드디스크임에도 만만치 않은 무게와 케이스의 덩치에 휴대성을 말하기에는 어불성설인듯 싶다. 후면에는 USB 포트가 1개 IEEE1394 포트가 2개, 그리고 전원부가 있다.
앞면이 이 제품의 이름을 설명하는 기능을 갖춘 버튼 하나가 고휘도 LED로 밝게 빛난다. 이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이 외장하드디스크에 있는 데이터를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에 바로 복사할 수 있는 원터치 백업 기능이 바로 실행된다. 물론 이 버튼의 기능은 여러 가지로 사용할 수 있다. 백업을 구동시키거나 싱크(동기화) 기능을 활성화 시키거나 특정 소프트웨어를 실행시킬 수도 있다.
이 제품에는 흔히 하드디스크를 살 때 들어있으면 이상할 법한 제품 사용 설명서와 CD-ROM이 들어 있다. 바로 맥스터 매니저(Maxtor Manager)라는 전용 백업 소프트웨어가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소프트웨어만으로도 이 제품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 소프트웨어를 일반 시장에서 팔리는 백업 전용 소프트웨어의 가격으로 환산하더라도 5만원 이상의 가치를 할 것 같다.
물론 요즘 나오는 외장 하드디스크에 번들로 들어가는 소프트웨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맥스터 소프트웨어는 '싱크(동기화)'는 물론 PC가 바이러스 등으로 먹통이 되더라도 예전 파일로 되살리는 '노턴 고스트'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SafetyDrill'이라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노트북이 있었다면 싱크(동기화) 기능을 사용해 두 PC의 데이터를 최신으로 유지하고 복사본을 백업해 데이터 유실에 대한 방어가 가능했을 것이다. 왜 노트북을 잃어버리고 나서 이 제품을 받았을까.--;
또한 이 제품의 모양만큼이나 든든한 암호화 기능은 꽤나 강력하다. 드라이브 전체를 암호화해 드라이브가 분실되더라도 데이터 유실을 막을 수 있는 기본 기능 외에도 폴더 단위, 파일 단위의 암호화도 가능해 민감한 데이터에 대한 추가적인 보안이 가능하다. 케이스를 무단으로 뜯어 내장용 하드디스크로 사용하더라도 펌웨어로 암호가 걸려 있어 사용이 불가능하다는데 실험은 해볼 수 없었다.(당연하지 않은가.ㄷㄷㄷ)
이러한 백업 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복잡한 설정 없이 단순무식하게 백업 버튼 하나로 백업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백그라운드(배경작업)로 사용자의 추가적으로 신경을 쓸 부분이 없느냐이다. 이 부분에서도 드라이브 단위는 물론 폴더 단위, 또는 파일 단위까지 사용자가 원하는대로 백업하고 복원할 수 있고 특별한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말 괜찮은 제품이다. 백업이든 동기화든 모두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복원할 때 백업된 것이 오히려 최신 파일을 뒤집어 씌우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 폴더에 예전 데이터를 복원할 수 있게 한 것은 꽤나 사용자 친화적인 기능이다.
현재 그만이 사용중인 하드디스크는 3개, 총 250GB이다. 운영체제는 윈도우 비스타 32비트, 64비트가 깔려 있고 우분투 리눅스는 실험용으로 깔아서 정말 가끔 사용해보고 있다. ^^; 데이터 총 용량은 약 120GB 정도 되며 파일이 몇 개인지는 세어보진 않았지만 일단 오래된 파일 하나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정도로 너무 복잡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단 이 용량의 모든 데이터가 모두 외장 하드디스크로 백업되고 있다니 안심이다.
묵직함 때문에 이동성을 포기했지만 그만큼 든든하기도 하다. 소프트웨어가 내게만 영문으로 온 것인지 의문스럽지만 영문 SW라도 그리 사용법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드디스크에 함께 딸려온 전원 어댑터가 홍콩식이어서 추가적인 젠더가 필요했지만 하드디스크의 모든 장점에 충분히 가려질만한 단점이다.
오랜만에 정말 괜찮은 하드웨어를 손에 쥐었다. 향후 2년 안에 용량이나 데이터 걱정은 없게 생겼다. ^^ CD로 구워놓은 데이터들을 다시 하드디스크로 복원시켜 놓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