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논란에 적극적으로 끼여들지 않는 성격의 그만으로서도 요즘 올블쪽에서 보는 각종 논란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감정과 함께 의견을 표출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다음이 블로그에 인쇄 기능을 추가하는 안내를 달자마자 다양한 항의성(?)댓글이 쏟아지고 관련 글이 논란을 증폭시켰네요.
이런 가운데 미리야(MIRiyA)님의
입만 살아있는 수많은 쓰레기 블로그[미리야의 아스트랄로그]라는 다소 격앙된 글이 올라오고 미리야님이 다음 공지글에 댓글을 달기도 하면서 공격과 비난과 감정섞인 글이 오가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좀더 차분한 목소리의
쓰레기 블로그 논란에 부쳐[제라드 팬 최군의 생활백서]이란 글을 접하면서 뭔가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죠.
그런데 다시
입만 살아있는 수많은 쓰레기 블로그?[Listen to your head]라는 글이 뜨면서 '아, 이제 그만의 생각도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논란에 끼여들 처지는 못 되구요. 블로그를 오랫동안 접하면서 느꼈던 것을 정리하는 차원의 글이니 차분하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블로그는 플랫폼 서비스 '누구나, 아무나 이용 가능'플랫폼이란 말은 일상생활에서 들어보셨겠죠? 플랫폼이란 곳은 비행기나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 모여드는 공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자, 그런데 이 플랫폼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집결하게 되죠. 플랫폼의 용도는 단순합니다. "오셔서 원하시는 교통수단을 정해서 타세요"라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그곳에서 개인적인 약속을 잡아 만나는 장소로 활용을 하기도 하죠. 또는 어떤 사람은 피곤함에 지쳐 의자에서 잠이 들기도 하죠. 어떤 사람은 민망한 애정행각도 벌이고 여기저기서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발견하죠. 하지만 아주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누구 하나 타인의 이용행태에 대해 제한을 걸지 않습니다.
비슷한 비유를 또 하나 들자면 '광장'을 들 수 있겠군요. 누구나 연설하고 웅성웅성 모여서 토론하고 게임하고 대화하는 장소. 누구는 자리 깔고 한가하게 선텐하고 누구는 이성을 꼬시러 '작업' 대상을 고르기 위해 모이기도 하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누구든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곳에는 정말 '누구나'와서 '무엇이든' 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벌어지는 학교 순위 논쟁이나 종교 논쟁 따위도 마찬가지 경우인 거죠. 이것은 현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연설을 해야겠다면서 다짐하고 광장에 가서 떠들고 있는 중간에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어 그곳으로 사람들이 몰려간다면 노래를 부른 사람은 뭔가 잘못한 것일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예전에 올린 포스팅중에 저도 UCC는 '
UCC를 보는 또 다른 시각 '치워가지 않는 쓰레기''라는 식으로 사적인 내용으로 채워진 배설된 UCC 현실에 대한 글을 올린 적도 있습니다만 그것을 '현실'로 인정할 뿐입니다. 이를 '선'과 '악'으로 나누기보다 개인적인 시각으로 보는 '바람직한 것'과 '바람직하지 않은 것'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웬만큼 타인을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블로그 인쇄 논란에 대해 '대자보쓰듯'온라인 신문에서는 외부에 글을 공개하는 행위에 대해 '퍼블리싱(발행, 발간)'이란 오프라인 개념을 사용합니다. 블로그도 마찬가지로 발행이나 노출, 등록 등의 용어를 사용하게 되죠. 이는 남에게 보이는 내 글이라는 점에서 사적인 내용과 궤를 달리 합니다.
앞의 사례를 인용하자면 누구나 개인적인 대담을 나눌 수 있으나 남이 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행동하게 되므로 공공 장소에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놓고 성행위를 하거나 옷을 다 벗는 등의 지극히 사적인 행위를 자제하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됩니다.
블로그에는 자신의 외부로 노출된 인격권이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온라인에서 글을 쓴다는 행위에서 좀더 공적인 영역에 있어서의 공개 행위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모 언론사의 기자가 아나운서에 대한 모욕성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놓은 것이 문제가 됐던 적이 있었는데요. 이 기자는 "사적 공간인 블로그에 쓴 글을 공론화 시킨 언론이 문제 아니냐"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는 이미 블로그로 무작위 공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노출하는 공적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블로그를 1인 미디어로 칭송하다 보니 누구는 '사적 공간'이 아닌 '대중적 공간'으로서의 매스미디어로 치부하고 있지만 블로그 스스로가 대중미디어일 수는 없습니다. 이는 기본적인 노출이 일정 양의 공중에게 노출된다는 보장을 할 수 없으니까요. 신문과 다르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기는 아니죠. 일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비공개' 또는 '제한적 노출'을 블로거 스스로가 설정해야 합니다. 반대로 공개된 블로그 글을 쓸 때는 '대자보 쓰듯' 해야 한다는 소리죠.
대학내 대자보에 무엇을 쓸 것인가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지만 그에 대한 책임 또한 그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남의 대자보에 재인용되고 학내보에 사진으로 찍히거나 남의 반박글이나 토론글에 재인용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지만 글을 쓸 때부터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란 가정은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죠.
블로그 인쇄 문제는 그런 것입니다. 인쇄 기능은 남에 의해 이용 가능성을 높여준 행위지만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부터 '독자'에 대해 좀더 숙고해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지난 포스트에서도 그랬듯이 블로거가 한 대상을 혼잣말 하듯 '병신'이니 '미친X'이니 하면서 써대면서 비난 받는 당사자가 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큰 일(명예훼손, 인격권 침해 등)을 치를 수 있습니다.
내 글을 왜 남이 인쇄해서 읽게 만드느냐? 그런 기능이 없는 곳으로 빨리 이동해 가거나 그런 기능이 맘에 들지 않을 때 글 자체를 비공개로 해두면 그만일 듯 보이는데요. 만일 누군가 자기의 사적인 블로그글을 무작위로 인쇄하면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라면 누군가가 그 글의 URL링크를 거는 것에 대해 왜 문제를 삼지 않습니까?
블로그를 일기로 쓰려면 반드시 쓰고 등록할 때부터 설정값을 주세요. 저작권 침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의 글을 배껴오는 것까지가 문제가 아니라 남의 글을 자기 것인양, 또는 남의 글을 내 맘대로 공중에게 보여주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 행위입니다. 제 카테고리에도 스크랩(펌질)한 자료들이 있지만 이를 비공개로 해놓은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어떤 사안이든 블로그들 사이에서 논박이 오가는 모습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심지어 욕하고 싸우는 모습까지 '현상' 그대로 보자면 인터넷의 속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