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시작된 세계 대학생프그래밍 경진대회(ACM-ICPC)에서 러시아 사라토프 대학팀이 최우수상인 월드 챔피언을 거머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출전한 3개 팀은 각각 13, 19위 등 입상권인 12위 안에 들지 못했다.

미국 샌 안토니오에서 12일(현지시간) ACM-ICPC 최종 결선이 치러졌다.

이 대회는 1980년대부터 주관해온 베일러 대학이 행사 진행을 맡았으며 후원사인 IBM이 유무형의 지원을 해오고 있는 세계 대학생 대상의 프로그래밍 경진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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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C-ICPC의 챔피언 트로피와 풍선. 각 팀이 푼 문제마다 풍선을 달아 놓는다

이번 대회를 위해 치른 예선전에만 6대륙 84개국에서 선발된 1733개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전공자들이 구성한 5,606팀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지역예선을 거쳐 올라온 83개 팀이 우승을 놓고 경합을 벌였다. 특히 이번 행사는 ICPC 대회가 생긴 지 30년째 되는 해로 지난해 치러진 예선 및 지역선발전의 경우 참가팀이 4109팀에서 40% 늘어 세계적인 관심을 방증했다.

국내 대학의 경우 팀을 지명하거나 국내 경진대회를 열어 상급 대회에 출전할 1개 이상의 팀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ICPC에 출전해왔다. 지역 예선전에서만 30만명 이상의 컴퓨터 전공 학생이 참가했다.

풍선으로 어떤 문제를 풀었는지 알려줘

팀당 3명의 대학생으로 이루어진 결선진출팀은 실제 상황에서의 복잡한 프로그래밍 과제 8개 이상을 5시간인 데드라인 이내에 해결해야 한다. 1대의 컴퓨터 앞에 모여 주어진 시간 안에서 벌어지는 논리, 전략 및 정신적인 인내의 싸움이다.

각 팀은 하나의 컴퓨터를 배정받으며 오전에 밀봉 배포된 문제를 시작과 동시에 검토하기 시작해 10개 문제를 차례대로 풀어 제출하게 된다.

이때 참가자들이 한 문제씩 풀 때마다 주최측은 해당 문제의 색깔 풍선을 달아주게 되며 참관인들이 어느 팀이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풍선이 달릴 때마다 주로 학생들을 데리고 온 코치 교수들과 언론 관계자들은 초조한 심정으로 지켜보게 된다. 전광판에서 실시간으로 문제 풀이 개수와 시간을 게시하지만 최종 1시간 전 데이터만 보여주기 때문에 끝까지 어느 팀이 우승했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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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안과 밖. 경기장 안에서는 학생들이 풀리지 않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대학 진출팀 코치 교수들은 부모같은 심정으로 초조하게 경기장 안을 바라보고 있다

엄격한 심사, 막판까지 우승자 베일 속에

팀원들은 전문가 심사 위원들의 면밀한 평가를 받으며, 문제의 난이도를 분류하고, 필요 사항을 정하고, 테스트 베드를 설계한 후, 문제 해결을 위한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구축한다. 컴퓨터 공학에 정통한 학생이라면 정확성만 가지고 해결 가능한 문제들도 있다. 그러나 어떤 문제들은 첨단 알고리즘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세계 최고의 문제 해결사가 아닌 이상 풀기 어려운 문제들도 있다.

심사는 엄격하게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요구 사항이 아닌 문제에 대한 설명만이 주어진다. 테스트 데이터 예는 주어지지만 심사위원의 테스트 데이터 및 인정 기준은 알지 못한다. 제출한 솔루션이 부적절하면 그 때마다 타임 패널티가 주어진다. 실제로 컴퓨팅 문제를 다룰 때 고객의 시간을 낭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문제를 가장 짧은 시간에 실수를 가장 적게 하면서 해결한 팀이 승자가 된다.

올해의 경우 총 10문제 가운데 가장 많이 푼 팀도 6개 정도였으며 인도 등 몇 국가 대표팀의 경우 한 문제도 풀지 못하는 이례적인 사태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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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M-ICPC 결선 및 시상식 장면. 이번 대회 챔피언을 차지한 러시아 사라토프 대학생들

동구권 강세 속 한국 입상권 밖 '아쉬운 한 판'

오후 늦게 발표된 성적 발표에 따라 러시아의 사라토프 대학이 월드 챔피언을 거머쥐었다.

ICPC는 챔피언 외에 3팀이 금상, 각 4개 팀씩 은상과 동상 등 총 12개 팀에 메달을 수여한다. 챔피언에 오른 러시아의 사라토프 대학은 2위 입상자인 폴란드의 야길로니안 대학과 함께 10문제 가운데 6문제를 풀었지만 시간상으로 앞서 챔피언 자리에 오르게 됐다.

한편 총 12위까지의 입상자들을 살펴보면 러시아 5개팀, 폴란드 3개팀이 포진돼 최근 동구권 강세를 이어나갔으며 중국은 상하이 자오통(교통)대학이 은메달을 획득했다.

우리나라에서 결선에 진출한 팀은 KAIST(4문제 13위), 정보통신대학(3문제 19위), 서울대학(3문제 19위)로 아깝게 입상권 안에는 들지 못했다. 오늘 치러진 결선은 초기에 KAIST팀이 3개를 순식간에 풀기 시작해 3위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일부 문제에서 시간을 끌면서 막판에 다른 팀에 뒤쳐졌다.

현장에서 학생들의 경기를 지켜본 좌경룡 KAIST 교수는 "매년 처음에 앞서다가 뒤에서 힘이 풀리는 경우가 있어왔다"며 앞으로 국내 프로그래밍 저변이 확대되고 더 좋은 학생팀이 등장하기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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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7 14:42 2006/04/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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