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한국지사 설립 및 한국내 R&D센터 설립 관련 뉴스들이 쏟아지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의 인터넷 업계는 매우 긴장하면서 구글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다.
구글 한국 블로그(
googlekoreablog.blogspot.com)는 구글 영문 블로그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만들어진 '외국어' 블로그로 지난해 7월 21일 처음으로 선보였다. 또 이른바 '구글 버스'라는 버스 마케팅을 처음으로 선보인 곳도 한국이었다. 구글 로고에 간간히 한국 관련 이미지들이 등장할 때마다 언론들이 관심있게 보도하곤 했다. 구글의 많은 서비스들이 발빠르게 한글화 되기도 했다. 구글로서도 한국은 특별한 케이스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벌써 한국지사를 위해 한국 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반 년이 넘은데다 한국 지사장 선임에 대한 무수한 억측이 나돌아도 구글은 단 한마디 설명도 없었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한국내 사이트와의 광고비 지급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입장 표명도 없다. 한국에 어떤 형식으로 진출할 것인지에 대한 '화려한 수식어'를 동원한 마케팅 문구도 없다.
수많은 한국 언론의 질문에 대해서도 한국내에서 구글 대변인을 맡은 호프만에이전시의 구글 담당자도 "본사쪽에 확인해보겠다"라는 말이 전부다. 이른바 최근까지 구글이 일방적으로 신규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 말고 기자의 질문에 대한 구글의 공식적인 답변은 '한국 R&D센터 설립은 검토되지 않았다'가 전부다.
오늘 구글에서 자료가 날라왔다. KBS 1TV의 퀴즈 대한민국의 제작지원에 참여한다는 소식이다. 오는 5일, 일요일 방송되는 새로운 형식의 퀴즈 대한민국에서 참가자들은 구글의 웹검색을 선택하여 문제 해결에 도전, 획득한 상금만큼 이공계 인재 육성 장학금으로 적립하게 된다.
"젊은 과학 인재들을 위한 다양한 후원 활동을 펼쳐 온 구글은 세계적인 IT 기술 선진국인 한국의 이공계 학생들을 지원하는 퀴즈 대한민국의 취지에 공감해 이번 지원을 결정했다"는 것이 구글의 공식적인 설명이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국 시청자에게 '검색 찬스'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진부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장학금 지원을 통한 홍보 효과도 그리 혁신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구글의 한국 융단 폭격은 없다, 정밀 폭격이면 몰라도
각종 언론의 수많은 기사가 구글이 마치 핵폭탄이라도 되는 것인양, 마치 조만간 구글이 한국에 폭격을 퍼부을 것처럼 보도했지만 날라오는 것은 '구식 화살 몇 개'가 전부인 상황이다.
최근 NHN 최휘영 사장은 "구글팀이 한국에서 비스니스를 하고는 싶은가봐요"라며 운을 떼고 "얼마 전에는 도대체 한국에서 검색 사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네이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며 구글 관계자들이 NHN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제 한국은 구글을 잘 알지만, 오히려 구글이 한국을 잘 모르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진부할 수가 있나.
구글이 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는 어떤 형태로든 한국 포털에서 구현해 놓은 것이라고 말하는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 조금씩 이해가 될만하다. 정밀한 검색엔진이라는 구글이 최근 방송이나 출판 등 콘텐츠 업체들과 제휴와 인수 등을 통해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규모나 형태만 다를 뿐 한국의 포털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국 네티즌들도 구글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지만 이용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다음, 네이버, 엠파스 등 국내 포털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순위가 떨어지는 국내 포털보다도 이용률이 높지 않다. 검색 점유율도 한국에서는 구글이 5% 정도에 그친다"며 구글에 대한 영향력에 대한 과대 포장을 경계한다. 더구나 구글 검색엔진을 통해 웹검색 서비스를 하고 있는 다음 이재웅 사장은 "다음에서 서비스되는 검색 분야 가운데 웹 검색 분야는 사용율이 아주 낮다. 그래서 배치도 맨 아래에 붙여 놓았다"고 말했다.
구글의 한국입성에 대해 '네이버 vs 구글'이란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는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구글이 한국에 들어 올 경우 가장 타격을 받을 곳은 '오버추어' 등 인터넷 광고 솔루션 업계다. 네이버나 다음 등은 오히려 이들 검색 광고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구글이 한국의 포털을 잡아 먹기 위해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오히려 광고와 쇼핑 등 비즈니스가 이뤄지고 있는 특정 분야를 공략하기 위해 한국내 포털에게 기댈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구글의 각종 서비스는 이미 웹을 통해 한국어로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한국내에서 따로 개발하고 운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한국에 '영업 사무소' 형태로 미리 들어온 것은 '애드센스', '애드워즈' 등 광고 솔루션에 대한 한국내 반응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지원 업무에 대해 테스트해보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구글이 아직까지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투자자를 위해 돈을 버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구글이 한국에 들어오는 큰 기준은 '돈을 벌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적어도 구글에 열광하는 구글 마니아들이 생각하듯 한국에서 '쿨한 서비스'를 펼쳐 보이기 위해서는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정부에 이용자의 사생활보호를 위해 자료 요청 명령을 당당히 거부한 구글이 중국의 검열 요청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마치 구글이 두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쳇말로 '비즈니스를 위해선 어쩔수 없다.' 미국에서는 사생활보호를 외쳐야 비즈니스 리더의 체면을 유지할 수 있고 중국에서는 당국의 검열에 응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구글 스스로는 두얼굴이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