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지만 제가 야후! 들어오고 나서 남 회사 이야기 하는 것이 여간 껄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은근슬쩍 이야기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대놓고 이야기하기 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니까요. 정부 이야기는 말해서 무엇합니까. ㅋㅋ
하지만 그나마 링블로그가 이미 제 직업과 무관하게 별도의 캐릭터로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에 가끔 제 개인적인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막 질러대기도 했죠. ^^
어쨌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제가 야후!코리아 직원이란 것은 링블로그의 입장과 거의 하등 상관이 없거나 아니면 아주 민감할 경우 전적으로 개인 단위의 책임과 권한으로 말하는 것이고 일반 네티즌과 일반 국민, 또는 일반 블로거로 이야기하는 것임을 분명히 해둡니다.
다 아는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썼냐구요?
남의 회사 이야기를 해보려구요. ^^ 뭐 별로 시덥지 않은 이야기지만 말이죠. 링블로그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이야기들과 요즘 벌어지고 있는 몇 가지 사안들이 조금은 중첩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글루스 약관 개정 사태 - 방향은 정해져 있다?먼저, 이야기를 하자면 요즘 시끌시끌한 이글루스 약관 개정 사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글루스 하면 전문 블로그 서비스의 원조로 우리나라 블로그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서비스이며 대기업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줄여서 SK컴즈)에 인수됐죠.
인수 가격이 15억원이었고 당시가 2006년 초였으며 국내 회사끼리의 인수 합병이 서비스 단위로 이어지기에는 무리였던 시절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있었습니다. 당시
왜 15억원이었을까를 이야기하신 Inuit님의 글을 추천합니다. ^^
"
그렇다면 15억원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쉽게 말해서 인당 만오천원을 회수할 수 있으면 인수측이 성공이라는 말이겠지요."라는 말이 인수가에 대한 인수자의 시각을 대변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약간 다른 시각을 말씀드리면요. 반대로 피인수자인 온네트로서도 15억원이란 인수 가격을 제안받았을 때 당시 객단가를 1만원 정도로 쳤다고 합니다. 특별한 계산이 존재했다기보다 당시 방문자 1인당 1만원의 계산을 했다고 했는데요. 즉, 사실
회원에 대한 객단가가 아니라 방문자에 대한 객단가가 인수 가격의 기준이었던 것입니다.
회원수가 당시 회원수는 10만명이니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지위를 부여받았던 것이 아니라 어차피 이글루스는 회원을 끌어모았을 때의 가능성은 이들이 얼마나 자발적인 콘텐츠를 자주 올리고 상호 방문을 많이 이끌어 낼 것이냐, 그리고 '관객'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 방문자의 방문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냐가 핵심이었던 것입니다. 인수하는 쪽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죠.
문제는 이글루스의 존재 여부입니다. 이글루스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신 회원분들의 자부심은 이해합니다만 SK컴즈가 이글루스를 운영하면서 들어가게 되는 무지막지한 서버와 트래픽, 운영비용은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유료화 등의 조치 조차 없습니다. 그럴 때 SK컴즈 입장에서는 이 블로그 트래픽을 다른 서비스와 연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그게 쉽게 됩니까. ^^; 이글루스 블로그는 그냥 섬 처럼 갇혀 버리는 신세가 되는데요. 최근 있었던 싸이월드 블로그 개편을 전후로 내외부적으로 이글루스는 뭐고 네이트 통. 페이퍼는 뭐고 엠파스 블로그는 뭐냐는 시각에 고민했을 것입니다. 시스템도 다르고 회원 관리 체계도 다르고 심지어 커뮤니티 문화 자체가 다른 서비스를 한 회사가 운영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죠.
게다가 SK컴즈는 자사 보유 사이트의 모든 지수를 산술적으로 합하면 이미 네이버와 필적하는 수준의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도메인이 각자 분리돼 있어서 그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 연이어 경영진의 교체와 서비스 정비에 대한 오락가락한 소문, 신규 서비스의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회사가 적자 상태로 몇 달만 지나면 원래 회사 전체가 삭막해집니다.
아마도 이런 연유로 이글루스는 내부적으로 변화를 겪어야 하는 상황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는 서비스적으로도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최소한 내부 인프라 플랫폼 시스템의 통합 이슈라도 매우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형 포털사 가운데 하나이므로 약관의 손질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경영진 테이블에 올라가는 것은 결국 '숫자'이지 '정서적 어휘'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겠죠.
결국 방향은 정해져 있다는 말씀. 이는 SK컴즈에 돈 한푼 안 내고 쓰면서 말만 많은(제 이야기가 아니라 경영진 입장에서) 유저들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해도 매우 작게 여겨질 것이고 이는 특별한 상황(이글루스 유저의 절반이 탈퇴 성명에 날인하는 등의...)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이 상황은 그대로 갈 것입니다.
엠파스 블로그까지 폐쇄 소문에 뒤숭숭
그렇다면 엠파스 블로그는 어떨까요? 요즘 엠파스 블로그 유저들 사이에서도 불안해 하는 목소리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엠파스 블로그 폐쇄가 예정돼 있다. 또는 엠파스 블로그를 싸이월드 블로그(또는 이글루스?)에 병합하려 한다 등등의 소문이 파다합니다.
머 폐쇄나 이전이나 URL이 바뀌고 UI나 인프라 시스템 자체가 바뀌면 전혀 다른 서비스로 이사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으므로 엎어치나 매치나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아마 제가 들은 풍문(확실히 말해 둡니다. 풍문입니다. 풍문! ^^;;)에 따르면 조만간(12월?)에 공지가 나올 겁니다. 싸이월드 블로그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거나 콘텐츠를 몇 일 안에 옮기라는 메시지가 나오겠죠. 아니면 그냥 탈퇴하면 블로그 콘텐츠는 영영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되겠죠. 블로그 콘텐츠 백업 이야기가 또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 엠파스 블로그는 상당히 오랫동안 그것도 많은 유저들이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라 이런 과정이 쉽사리 결정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만에 하나 소문이 사실이 된다면... 아... 정말 엄청나게 큰 저항이 있거나 유저들의 혼란이 예상됩니다.
아마도 이 링블로그를 정기구독 중이신 SK컴즈 관계자 분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혹시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댓글이나 이메일로 제보 주세요. 일부러 아는 분께도 직접 여쭙지 않았습니다. ^^; 그거야 기자들이 하는 역할이라서요..(기자님들도 이 사건에 주목해주세요. 매우 중요한 의제입니다.)
그렇다면 이글루스와 엠파스 블로그, 또 최근 있었던
다음 플래닛 폐쇄 소문 등에 유저들이 반응하는 것과 기업들의 반응은 다를까요?
위에서 말한 내용을 반복하자면 솔직히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별다른 효과도 없고 돈도 안 되고 그다지 트래픽도 유발시키지 못하는 서비스는 유지시켜봤자 리소스만 차지하는 우울한 서비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마저 없다면 거의 좀비처럼 회사 자산을 깎아 먹는 흉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초대형 인프라를 자랑하는 구글마저 서비스를 일부러 죽이는 일이 빈번한 겁니다.
이건 단순히 실패와 성공의 차원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냥 현실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유저들의 데이터 보호받을 방안은?자, 다시 이 긴 글의 요점을 이야기해 봅니다.
아래 예전 글을 상기시켜 드립니다. 가급적이면 본문 전체를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티스토리가 요새 서비스형 쪽으로 가고 있다고 하셨던데 어떤 면이 그런지 조금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에 대해 블로거 입장에서 불만스러운 점도 있으신건지 궁금합니다.
설치형은 기본적으로 콘텐츠와 운영의 오너십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도메인을 소유하고 호스팅을 하고 툴을 자신이 세팅할 수 있다는 점은 설치형의 가장 큰 장점이지요.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이 도메인과 호스팅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과 생산되는 모든 콘텐츠는 블로그 운영자의 몫이지요. 그래서 블로그를 이용한다고 하지 않고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비스형은 다르죠. 그런데 그 중간에 티스토리, 즉 서비스형이지만 도메인을 바꿀 수 있고 일정 부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확장 가능한 모델이 등장한 셈이죠. 이때 초기 약관은 '사용자 중심', 즉 서비스 사용자를 '운영자'로 대접해 주었죠. 하지만 다음이 모든 관리 권한을 위임 받은 뒤로는 Customer care(고객관리)와 콘텐츠 관리, 콘텐츠 차단 및 저작권, 법적 고지, 사용자 가이드라인 등을 규정한 약관이 생기면서 이제는 설치형 서비스로서의 매리트였던 블로그 운영자의 자율적 운영권이 축소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레진 블로그 차단과 같은 일을 만들게 된 계기이자 본질적인 원인인 것이지요. 본질적으로 레진 블로그에 대한 판단은 사법부(또는 규제 행정 기관)가 해야 하고 이에 대한 이행도 레진님이 해야 하지만 중간에서 포털 운영자가 이를 임의로 기준을 세워서(물론 법적 기준이지만 법도 모두 옳지 않다는 점을 전제로) 임의 차단 등의 규제를 개인 이용자에게 가하게 되면 결국 이 블로거는 '운영자'로서의 역할은 극소화되고 '이용자'로서의 의미만 부여되는 셈입니다.
2008/09/12 블로그 이용할 것인가 운영할 것인가
이미 서비스에 무엇을 쌓고 있을 때 이용자는 시간과 관심, 그리고 구체적인 생산물인 자신의 콘텐츠를 쌓는 행위를 하는데 이 것이 누구의 것이냐, 그리고 서비스 사업자가 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또 하나 콘텐츠 휘발성과 관련된 이야기도 몇 번 한 적이 있었는데요.
2007/07/23 웹 콘텐츠여 영원하라, RSSArchives.org민망하지만 여전히 1년이 넘은 시점에 RSSArchives.org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단 그건 논외로 놓고 이 글에서 지적한 사항은 이겁니다.
1. 웹 원본 훼손의 일상화
웹에 있어서 원본은 기본적으로 불 앞에 놓인 종이 더미다. 언제 불이 옮겨붙을지 알 수 없고 원본 문서의 선후, 그리고 위치는 언제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다.
특히 같은 주소가 남아 있다고 해도 현재의 웹은 과거의 웹을 저장해서 보여주지 않는다는 속성 때문에 원래의 버전을 확인할 수 없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옛날 로고와 레이아웃을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홈페이지에서 원본 그대로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블로그의 경우는 그 휘발성의 정도가 더 심하다. 원본을 향하는 링크를 따라 찾아 갔을 때 '사라진 페이지', 또는 '찾을 수 없는 사이트' 등은 '데드링크(죽은 연결)'의 허망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경우가 있다. 가끔 '트래픽 초과'는 차라리 애교다.
이 글에서 지적했던 내용은 이전에 있었던 레진 사태라든가 네띠앙 사태가 주는 교훈은 결국
'자신의 데이터를 A에게 위탁 관리를 시키는 관계, 그것도 공짜로'와
'자신의 데이터를 자신이 관리하거나 유료로 위탁 관리를 맡기는 관계'가 전혀 다른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2008/09/04 레진 사태, 전선을 분명히 하자 <- 이 때 참 욕도 많이 먹었네요. 약자 편에 서지 않았다고... --;
레진 사태 때는 포털에게 일방적인 비난만 퍼부을 수밖에 없었지만 네띠앙 사태 때는 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정치권 법안 상정까지 이어졌었죠.(이용자 데이터 보호법안 결과는 아직 저도 못봤습니다만...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랍니다.) 어떤 차이였는지 아시겠죠? 바로 콘텐츠를 쌓는 주체가 피해자가 되기 위해서는 관리 운영권을 획득해야 하고 이는 책임을 떠안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용자가 생산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들 속에 어쩜 그렇게 사이버 모욕죄 유사 법을 넣어두는지.. 한심한 사람들 때문에 꼭 필요한 이런 의무 조항까지 싸잡아 욕먹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어찌됐든
서비스 사업자들과의 관계에서 일방적인 약관에 의해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자신의 데이터를 지키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또한
개인의 데이터를 보호하거나 백업받을 수 있는 수단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의제화 해야 합니다.
서비스 사업자들로서도 이제는 사용자들이 쌓고 있는 데이터를 그냥 무감각한 데이터베이스의 코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이며 지적재산이고, 개인의 의견과 주장이며 사고라는 점을 인식하고 좀더 정성적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특히!
사용자들이 언제라도 자신의 서비스에서 자신의 재산을 챙겨 이사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그것이 전사회적인 디지털 자산을 보호하는 데 큰 기여를 하게 할 것입니다.
생각보다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