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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저널리즘과 전자매체

Ring Idea 2010/05/02 11:16 Posted by 그만

아래 내용은 어느 대학교 미디어 관련 학과 학생이 제게 이메일로 몇가지를 질문해왔고, 이메일로 대답한 것을 옮겨온 것입니다.(흠... 좀 바빠서 날로 먹는 포스팅을... 쿨럭..^^)

내용이 좀 광범위해서 별도로 포스팅할까 하다가 그냥 질문 온 그대로 답글을 포스팅으로 옮겨옵니다.

1. 요즘 화제 되고 있는 아이패드로 인해 E-book의 시대가 다시 열릴 가능성을 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잡지사들이나 출판사들이 아이패드를 위한 전용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는데 만약 아이패드가 정식으로 들어온다면 전용 컨텐츠의 제작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형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단순히 애플이라는 한 업체의 제품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아이폰 등의 기존 양상 제품들의 사회적 반향이 상당 했다는 것을 미루어 볼 때 생각해본 사안입니다.

이 문제는 전제가 필요하겠죠. 아이패드가 정말 그렇게 많이 팔릴 것이냐, 그것도 한국에서, 또는 한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말이죠. 사실 많이 팔려봤자 1년에 2, 300만대 수준의 판매라면 하드웨어 업체로서는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콘텐츠 업체로서는 완전한 실패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테니까요. 따라서 이보다 많이 팔려야겠지만 사실 그런 기대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겠죠.

참고로 전자사전 시장이 약 100만대 시장입니다. e-Ink 를 기반으로 한 전자책 시장 역시 아예 바닥이지만 기껏해야 올해 100만대가 팔리면 많이 팔리는 시장일 겁니다. 아이폰은 올해 100만대에서 150만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많은 잡지사와 출판사들이 아이패드 전용 컨텐츠를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은 산업적으로 약간 다른 면을 보이고 있는데요. 일단 국내 잡지사나 신문사들은 매체적인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컨버팅' 수준의 컨텐츠를 옮겨담고 있는 수준입니다. 또한 이것은 외부 개발업체를 동원하여 하청주듯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제대로 된 가격을 주기보다 '매출 쉐어'나 '광고 상계' 등의 편법적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콘텐츠 업계의 후진성과 잡지사와 신문사의 비즈니스 마인드의 부재로 인한 초기 시장 실패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아이폰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콘텐츠형 어플은 비용만 있는 구조이고 매출은 발생되지 못하는 구조여서 지속할수록 사업운영 적자만 누적되는 식입니다. 초기 웹에 적응하지 못했던 국내 신문사들의 웹사이트 제작 형태를 되돌아보시면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개인적으로 기대를 걸고 싶지만 현재 돌아가는 모양새로 보면 국내 신문사들 가운데 '투자 다운 투자'를 할만한 곳도 2, 3곳이 전부인 실정에서 그다지 기대하고 있지 않습니다.
 
 
2.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종이 신문을 통한 매체 습득 경로에서 인터넷 신문이나 모바일 신문을 통한 경로로의 전환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요즘 세대에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식으로 계속 이러한 경향성이 지속 된다면 종이 신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는 예전에 대두되었던 전자책으로 인해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사람들의 염려와 일치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이 신문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그 명맥을 유지할 것입니다. 전자매체는 보조적인 수단에서 주된 수단으로 바뀌면서 종이매체를 그 반대로 만들어버렸지만 여전히 종이 매체는 그 어떤 매체보다 가독성, 이동성, 가용성, 유연성, 편재성, 보편성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의 신문과 종이책이 무가지 형태로 진화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종이매체가 사라지는 장면을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볼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질문 주신 내용이 신문의 미래이니 신문에만 집중해 본다면, 신문은 두 가지 형태의 변화가 일 것입니다.

첫 번째로는 비즈니스 영업 구조의 변화, 그리고 두 번째로는 콘텐츠 생산과 유통방식의 변화입니다. 아무래도 두 번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가 첫 번째의 변화가 아직 미진하기 때문인데요. 아마도 조만간 공동 영업 창구나 영업 시스템이 마련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 TV와 케이블, 인터넷은 공동 영업 창구 시스템이 돌아가면서 저가 광고의 효과적인 집행을 위한 도구들이 마련되고 있으나 여전히 신문은 직접 영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신문은 노인들을 위한 마이크로미디어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메가 미디어(또는 대형 미디어 그룹)가 되지 못하면 결국 비즈니스 영업 구조를 누군가(오버추어나 구글)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향후 5년 안에 일어날 변화이며 10년 안에 이 비즈니스 구조의 변화는 기존의 신문의 조직을 크게 바꿀 것입니다.
 
이렇게 바뀌게 되면 두 번째 생산과 유통 방식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조직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기존의 웹 생태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이런 웹에 맞는 조직화를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기자들은 데스크에 의해 중앙집권적인 구조를 갖기보다 분산되고 전문화된 체계로 가면서 법률과 사진, 라이브러리 등의 조직은 기자들의 활동을 보조하는 인프라 조직이 될 것입니다. 모두가 편집장인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는 소비단계가 종합소비보다는 개별화되고 분절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에 맞춰 조직 역시 바뀌어가는 것입니다.

이른 바 적응입니다. 아마도 이 부분을 참지 못하거나 맞출 능력이 없는 기자들은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할 겁니다.

 
3.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장기적 차원에서 종이신문은 그 위상을 잃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신문 또는 뉴스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일반적으로 종이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웹 등의 매체에 비해 높다는 연구 조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종이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웹 등의 매체에 비해 높다'는 연구 조사 결과를 어디서 얻었는지 궁금하네요. 아마도 언론(진흥)재단의 내용이라면 그 조사 결과에서 제가 몇 가지 지적할 내용이 있습니다.
 
일단 종이매체는 그 정보 순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 특징이구요. 타 전파-전자 매체, 즉 TV나 인터넷 매체의 경우는 그 정보의 순도가 분산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일 겁니다. TV 예능과 드라마 프로그램에서 정보를 얻을 때 신뢰도를 따지지 않으니까요. 인터넷 역시 수많은 게시판과 잡담 등을 수행하면서 정보의 신뢰도를 따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종이매체가 '정보만'을 거의 주된 전달 콘텐츠로 삼고 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는 것이지, 종이매체 이외의 매체(인터넷 등)에서 보여지는 정보이외의 콘텐츠(정보의 측면에서는 노이즈)가 섞여 있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종이매체보다 전자매체의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정보대 정보'의 측면으로 봤을 때도 그러할까. 그리고 인터랙티브한 면, 즉 내 친구나 권위자가 내 질문에 직접 대답해주는 상황을 봤을 때도 그러할까.를 생각해보면 종이매체의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정보 수준보다 전자매체에서 훨씬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는 신뢰도보다 만족도와 관련된 문제겠죠.

그래서 시민 저널리즘 측면으로 봤을 때의 궁극적인 신뢰도, 즉 '내 지인이 나를 위해 알려주는 소식'이 가능한 전자매체가 훨씬 신뢰 만족도가 높습니다. 그 부족한 부분 역시 최근 급격하게 모든 콘텐츠가 전자화되는 과정에서 정보 검색을 통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정보의 질적 수준에 대한 간극도 좁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전제조건은 제대로 표현해 놓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최소한 단독 매체인 종이 매체와 종합 매체인 전파-전자 매체를 동등한 기준으로 신뢰도를 평가하기 힘든 것입니다. 정보의 허브인 인터넷과 정보 소비의 말단인 '종이'를 같은 개념적 수준에 놓은 것부터 오류라면 오류겠죠.
 
반대로 '종이'신문이 그 위상을 잃는 것이지 '신문'이라는 저널리즘 수행조직이 그 힘을 잃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신문 조직은 앞으로 '정보 에이전시', 또는 '이슈 전달자', 또는 '정보 서비스업자'로의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4. 웹 2.0이라는 시대적 조류에 있어 인터넷 신문 매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실천적 사례로써 '오마이 뉴스'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민 기자를 통한 능동적인 이용자 차원의 참여와 언론의 다양성 확대 차원) 하지만 이러한 형태로 생산되는 인터넷 신문 기사의 전문성이나 편향성에 대한 염려는 그 장점과 더불어 단점으로도 작용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표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아뇨, 웹 2.0에서 오마이뉴스는 대응에 실패했으며 최근의 10만인 클럽 등을 모으면서 보여주었던 전근대적인 정치적 선동은 구시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오마이뉴스는 기껏해야 그 행동 패턴이 웹 1.5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특히나 웹 2.0의 장점인 집단지성의 힘을 믿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돈만 더 있으면 정치적 편향성을 지닌 상근 기자들을 더 확보할 기세인 이 조직이 시민 저널리즘의 최전선에 서있다고 평가하긴 힘듭니다.
 
어쨌든 질문 주신 내용으로 보면 인터넷 신문 기사의 전문성이나 편향성은 놔둬보면 답이 나옵니다. 초기의 말도 안 되는 얼토당토 않은 인터넷 신문의 질에 대해 폄훼하던 기존 신문들이 앞다퉈 속보국이나 통합 뉴스룸 조직을 신설하고 실시간 속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을 보면 오탈자 몇 개로 전체적인 정보 서비스를 평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미디어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미디어, 저널리즘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겠죠. 이것이 시민 저널리즘을 저평가하는 기준이 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제가 직접 겪어본 블로고스피어는 기존의 오프라인에서의 권위자(교수, 법률가, 전문가)들이 상당수 편입되기 시작했으며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민들 역시 상당부분 자신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는 점과 정보의 1차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힘든 시민들이 정보 전달자 역할을 기꺼이 맡아주면서 URL 퍼가기, 트위터로 RT 하기 등의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보기 바랍니다.

신뢰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올드미디어들이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그것도 프로페셔널 저널리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나타나는 시민 운동에 반동으로 제기하는 문제입니다. 이른 바 '배제 전략'의 일환이라고 봐야 합니다. 심지어 기자들보다 기업들이 훨씬 정밀한 정보를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앞으로의 저널리즘은 '객관성'이란 허구를 깨부수고 좀더 '공감'되는 정보와 의견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펼칠 것이냐로 승부가 날 것입니다. 이미 여러분이 기성 언론사에 있지도 않은 제게 저널리즘과 미디어에 대한 질문을 해온 것부터가 이런 작은 변화의 시작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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