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색되기 시작했다
트위터에 대한 관심은 사실 '관계'와 '소통'이었으며 그 '속도'에 있었다. 블로그는 조금 느린 듯 싶었고 이제 힘 있는 블로거와 대접받지 못하는 블로거가 나뉘는 것 처럼 보인다. 실시간성이 특징인 메신저는 기본적으로 사적인 내용이 오가는 장소다. 뜬금 없이 단체로 '요즘 나 외롭다'고 독백을 해보일 수도 없지 않은가. 싸이월드와 가장 닮았다는 마이스페이스의 폭발적인 성장을 뒤엎고 페이스북이 뜨고 있다지만 여전히 '끼리끼리'일 뿐이다. 상대가 나를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으면 난 그에게 접근하기 힘들다. 공개적이지만 덜 인간적인 블로그와 폐쇄적이지만 지나치게 인간적인 페이스북. 그 사이에 트위터가 자리 잡은 것이다.
처음에 잘 나가는 듯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지지부진한 시절을 겪기도 했다. 꾸준히 늘기는 하는데 폭발하지 않는 것이었다. 무엇이었을까. 발화점은.
빙고! 바로 검색이었다. 얼마 전부터 트위터는 최근 검색 엔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등에 리얼타임 업데이트 자료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2천500만 달러를 받는 다년간의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과 빙은 트위터로부터 업데이트 자료를 받는 대신 각각 1천500만 달러와 1천만 달러를 트위터에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이 관련성에서 관계성 수다까지 검색해주게 된 것이다. 트위터에 있어도 누군가 날 찾아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마치 블로그가 검색에 포함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듯이, 그리고 반대로 검색이 블로그를 검색해내기 시작하면서 컨텐츠가 풍부해졌듯이 그렇게 검색과 소셜 미디어는 궁합이 가장 잘 맞는 관계다. 여기서 감을 잡았는지 모르겠다.
<구글과 빙에서 트위터 내용이 검색된다>
'검색된다'는 것이 아직도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면 여기서 이 글을 읽는 것을 멈추고 '검색'과 관련된 글을 '검색'해보기 바란다.
2. 유명인이 가세했다
드디어 오프라인에서의 강자가 온라인에서도 별다른 저항 없이 강자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랫 동안 온라인은 또 하나의 세계로 여겨졌다. 오프라인의 강자라고 해서 온라인으로 뛰어드는 것은 오프라인의 명성을 일부 훼손하거나 온라인에서의 피곤한 평판 시스템 편입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평등한 시스템이라는 환상계 영역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다수의 유명인, 또는 소위 오피니언 리더라 부르는 사람들은 오프라인에 고착되어 있었다.
하지만 젊은 유명인(특히 연예인, 방송인, 기자 등)일수록 자신이 향유하고 있는 미디어가 좀더 인터넷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온라인으로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 일종의 '엮음' 같은 느낌으로 온라인을 오프라인의 연장선으로 여길 수 있는 확장된 관계를 찾기 시작했다. 그것이 페이스북이고 트위터인 셈이다. 심각하거나 폐쇄적으로 사이트를 구성할 필요도 없고 자신이 의무감을 갖고 운영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존재하고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던지기만 해도 온라인 군중들은 팬으로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쿨한 커뮤니케이션(우리 말로는 소통으로 굳어진 듯 싶다)의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것은 팬들의 충성도를 더 높여줄 수 있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반대로 사람들 역시 유명인과 중간 과정, 예를 들면 유명인을 만날 때의 느낌이 TV를 시청하는 1000만명 가운데 한 명이 아닌 100명 가운데 한 명, 심지어 초기에는 수십 명 중에 한 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단문 문자메시지를 십년 넘게 써온 네트워크 세대에게 있어서 유명인과의 친교는 자랑거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고로 유명인과의 관계는 자랑하고 싶은 '액세서리'이고 그 액세서리를 골라준 친구가 트위터류의 마이크로 블로그가 된 것이다.
여기서 유명인이라고 하는 것을 '기업'이라고 치환해보길 바란다. 이해가 안 된다고? 그럼 좀더 읽어주길 바란다.
3. 가상계와 현실계를 '거의' 실시간으로 연결해준다
전통적인 매스미디어는 취재(촬영)와 생산, 유통의 과정을 거쳐야 최종 소비자와 만날 수 있다. 물론 이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길이 제한적일수밖에 없다. 매스미디어의 이런 약점을 파고 든 것이 '소통'을 무기로 한 퍼블리싱 툴인 '블로그'였다. 블로그는 그래서 미디어 혁명의 삼촌 뻘쯤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블로그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 블로그는 구조 독립적이고 일부 확산성을 염두에 둔 시스템이어서 그 연결 고리 자체가 느슨하거나 단절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처럼 폐쇄적인 종합포털 블로그들의 군집이 없는 미국 등의 독립 블로그 서비스의 경우에는 더욱 이런 외로움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정보를 내놓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순서는 매스미디어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단지 턴제 방식(댓글이나 트랙백을 주고 받을 때 순서대로 반응하는 방식)의 소통이 매스미디어와의 차이였다. 매스미디어는 어차피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신뢰가 높다고 착각하는 부류들이니까.
트위터류의 마이크로 블로그는 '턴제 방식'인 것은 확실하지만 '퍼블리싱 단계' 자체를 아예 즉시성에 의존하도록 시스템화 했다고 봐야 한다. 또한 SNS의 특징인 연결성에 의존하는 확산성을 잘 구조화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슈를 말하고 어떤 이슈든 내 판단에 의해 나에게서 이슈 확산을 멈출 것인지 이슈 확산의 단계를 거치게 할 것인지 칼자루를 쥐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즉 가상계 영향력을 현실계 영향력으로 치환하거나 현실계 이슈를 가상계 이슈로 전달하는 역할까지 실시간으로 이뤄지면서 흥미로운 사례를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즉시성과 즉흥성을 부여하면서 복잡하게 생각하고 판단하여 게재 여부를 따져야 하는 매스미디어를 뛰어 넘은 것이다.
<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여객기를 촬영해 화제가 된 트위터 사진>
미국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여긱기를 촬영한 사진이 바로 트위터로 전송된 사례는 이미 유명하다. 쓰촨성 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전세계는 순식간에 소식을 전달하는 순발력을 보여줬다. 우리나라에서도 강남 파이낸스 빌딩의 화재를 중계하는 등 매스미디어나 블로그로 전달할 수 없는 종류의 소식 전달 매체 역할을 한 거 역시 트위터였다.
마찬가지로 가상계와 현실계를 넘나드는 온라인 영향력자, 또는 이슈 전달 및 확대 재생산자들이 트위터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트위터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4. 타 서비스와의 연동할 수 있는 유연성
웹의 강자가 몇 번 바뀌었다고는 하나 새로운 서비스를 들고 기존의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대결을 펼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뭔가 개념이 달라야 하고 뭐든 유용할만한 가치를 주어야 한다. 오픈API와 모바일은 아마도 트위터에게 큰 영감을 준 모티프였을 것이다.
오픈API란 특정 서비스가 보유한 데이터의 값들을 외부에서 불러와서 다른 서비스와 뒤섞는다든가(매쉬업) 새로운 독립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변형시키거나(앱스, 또는 애플리케이션) 모바일로 전송하는 등의 부가 서비스(애드온, 또는 플러그인) 형태로 변형 가공이 가능하도록 일부 기능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트위터는 구조 자체가 간단해서 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뽑아내서 다양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나 모바일로의 진출은 획기적라고 표현해도 될만큼 충분한 가치를 보여줬다. 원체 140자 제한이 미국 내 존재하는 단문 문자 메시지의 최소단위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가 갈 정도다. 단말은 지극히 개인화 돼 있는 휴대폰이 되고 입력은 불편하지만 140자 정도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문자를 입력할 수 있다. 문자를 보내고 서로 언급해주는 것만으로도 여러 서비스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PC에 떠 있는 인터넷 브라우저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이러다 보니 전통적인 특정 사이트 URL에 접속하는 PV나 UV를 기준으로 한 웹 트래픽에서는 종잡을 수 없는 서비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외부에서 데이터를 끌어와 계정을 활용하는 경우가 70%가 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내막을 잘 모르는 기자들은 '트위터 성장세가 꺾였다'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부가 서비스로 무장한 트위터, 오픈API를 통해 사이트를 접속하지 않아도 외부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서비스를 구동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모바일에 특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