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과 태터앤미디어가 공동주최한 <블로거들의 2010 경제 쾌도난담>이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경제에 관심이 많긴 했지만 쉽지 않은 주제와 번거로운 참가 방법으로 인해 참여가 적을 것으로 걱정을 했었지요. 하지만 현장은 뜨거웠고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참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주제였지만 자연스럽게 현장 분위기는 청년 문제로 귀착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오마이뉴스에서 보도한 내용에서 잘 드러납니다.
'낭만 죽은' 20대, '한전 주식'이 희망될까[오마이뉴스]
고용없는 성장의 그늘에서 대학졸업과 함께 실업자의 길로 자동으로 편입되거나 영원한 캥거루족이 되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지금의 경제 문제는 '현실' 그자체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발표자이기도 하면서 트위터로 현장을 중계하기도 했던 이정환닷컴의 이정환 기자의 트위터 가운데 이 내용이 있었습니다.
왜 20대 블로거가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주입식 교육의 결과, 콘텐츠의 부재다." "지금 20대는 블로그나 트위터를 붙잡고 있을 여유가 없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걸 부담스럽게 느낀다."
"블로그도 경제적 심리적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다" 고 합니다. 마음이 아프네요. @leejeonghwan
청년들에게 도전 정신이고 뭐고 이제는 생존이 걸린 문제로 인해 학점과 영어공부가 대학생활의 전부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학자금 융자는 고스란히 청년들에게 채무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하고 학교 주변 재개발로 인해 자취비나 하숙비마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는 하소연이 남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선택은 오로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준비'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이런 상황에서 지금 20대들에게 블로그와 트위터는 '여유로운 자들의 희희낙락' 정도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20대 청년들의 무기력증과 집단 패배의식은 단순히 '그렇구나' 하고 지나갈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국가 경쟁력이란 거창한 이야기를 떠나서 국가 존립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취업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결혼도 늦어지고 안정적인 시기마저 놓쳐가면서 자꾸만 늙어가버립니다. 별다른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퇴출될 것이고 이들의 잠재된 불만은 미래의 또다른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야 말겁니다.
이들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부모님들은 창업자들의 실패를 봐왔고 우리나라에서 기업 창업자들의 실패는 곧 인생의 실패로 돌아오고 맙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대기업들의 횡포를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면서 두려워하고 말죠. 그래서 말합니다. '넌 대기업이나 공무원으로 들어가서 안정된 직장을 다녀라'라고 말이죠.
얼마 전부터 매일경제에서 기업가 정신과 벤처에 대한 기획 시리즈물이 연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매우 반가운 기획물입니다.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와 이를 풀어가기 위한 여러 해법이 도드라져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2001년 이전에 창업한 기업가의 창업 당시 평균 나이는 37.3세였다. 하지만 2001~2004년에 창업한 기업가의 평균 연령은 43세였고. 2005년 이후 창업가들은 평균 45.2세를 기록했다. 창업 연령이 5년 만에 약 8세나 높아진 것이다.
늦깎이ㆍ생계형 창업많아 안정 선호[매일경제]
중소기업청이 한국은행이 고안한 기업가정신지수를 계산해 본 결과 2000년 53.2였던 지수는 2007년 18로 떨어졌다. 이 지수는 제조업체 증가율과 실질 설비투자 증가율,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민간연구개발비 증가율을 감안해 계산한 것이다.
기업가정신지수 53→18로 뚝…도전 실종된 한국경제[매일경제]청년들의 창업 기피 현상도 심각해 2002년 56.2%였던 20~30대 벤처CEO 비중이 지난해에는 11.8%까지 급락했다. 창업 위축으로 한국경제도 활력을 많이 잃었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7%대였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후반 들어 3%대로 반토막났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지난 30년간 독립 기업으로 출발해 매출 1조원을 넘긴 기업은 웅진과 NHN 단 2개에 불과하다.
추락하는 기업가정신…벤처혼 되살릴 때[매일경제]
그리고 2010년. 벤처 2기 시대를 열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지금 벤처는 미완이다. 벤처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결국 인수ㆍ합병(M&A) 활성화로 기업인 퇴로를 열어주고 재기해서 성공하는 벤처인이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벤처 창업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소인 연대보증도 점차 철폐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일정 가산보증료를 납부해 보증을 면제해 주는 새로운 신용대여 제도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회사 망하면 대표가 무한책임…연대보증 족쇄 없애야[매일경제]
언론사의 이런 기획 시리즈와 함께 정부와 사회 각층의 관심이 절실할 정도로 지금 청년과 벤처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그나마 최근들어 벤처 1세대들과 저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젊은 창업자들을 돕기 위해 어떻게든 역할을 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두려워 하는 것은 바로 대기업의 횡포입니다.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를 대기업 계열 SI 회사들이 어떻게 망가뜨렸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오늘 프레시안을 통해 보도가 되었더군요. 이런 사례들은 사회 시스템의 정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큰 것은 큰 이유가 있다'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대세론을 확장시키고 패배의식의 골을 더 깊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매우 속이 쓰립니다.
중소기업, 삼성과 인연을 맺어 망가지다 -조성구 전 얼라이언스시스템 사장 [프레시안]
청년들에게 '희망'이란 것을 이야기하려면 기성세대, 또는 사회의 중견들이 최소한 '정정당당함'을 보여주어야 하고 '사업 실패'가 '인생 실패'로 이어지지 않는 방법을 강구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도 요즘 '벤처들의 꿈과 이야기'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이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볼까 합니다.
TRACKBACK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
태터앤미디어의 생각
Tracked from tattermedia's me2DAY 삭제부모님들은 창업자들의 실패를 봐왔고 우리나라에서 기업 창업자의 실패는 곧 인생의 실패로 돌아오고 맙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대기업들의 횡포를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면서 두려워하죠. 그래서 말합니다. '넌 대기업이나 공무원으로 들어가서 안정된 직장을 다녀라'라고 말이죠
2010/01/26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