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 말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똑똑한 사람은 절대 성공하지 않는다"
그 다음 수순이 끊임없는 성공가도를 달리거나 성공 이후의 실패라는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하는 불편한 진실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은 절대 성공하지 않는다. 어쩌면 성공했음에도 성공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다.
그동안 친구고 친척이고 사회 선후배들이건 똑똑한 사람을 참 많이 봐왔다.
그 똑똑함은 공부로 발현되기도 하고 번뜩이는 잔 머리로 구현되기도 한다. 어쩔 때는 종합적인 판단력으로 발휘되거나 긴 숨을 참아내며 인내로 승화되기도 한다. 결국 '성과'를 얻어냈고 그래서 그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인정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똑똑한 사람들이 주위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그 번뜩이는 재치와 순간적인 문제 해결능력도 어느 순간 쓸모없어져 버리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그 '똑똑한 사람'들은 사라진다.
그리고 그 똑똑한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잘 적응하는 사람'으로 살아남거나 '남을 밟고 올라서는 정복자'로 등장한다. 전자는 다시 좀더 살아 남고, 후자는 잠시 존재감을 번뜩이다 이내 사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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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몇 가지 차이점과 공통점을 느낀다. 그리고 그 차이점과 공통점은 범주화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생존하는 똑똑이와 자멸하는 똑똑이로 나누게끔 욕망을 부추킨다.
◆ 생존하는 똑똑이
나서지 않는 똑똑이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서지 않는다. 그것이 생존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상황과 주어진 여건, 자신의 능력, 주변의 조력과 반대세력의 기울기까지 면밀하게 분석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나서지 않는다. 나서면 정복해야 하거나 거세당한다고 생각한다.
또는 세상에 살아남는 법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전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도전하다 실패하는 어리석은 짓은 똑똑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흔히 이들을 우리는 뒷담화의 황제로 부르며 조롱하지만 스스로는 생존하는 것이 최상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부류다.
◆ 자멸하는 똑똑이
나서는 똑똑이다.
세상이 모두 하찮고 나약하게만 보인다. 이들에게 세상은 약해 빠진 어리석은 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들과 부딪혀서 이들을 일깨워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다.
그래서 나선다. 정복하거나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지는 것은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의 승리는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번번이 자신이 세상을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을 남들이 멍청해서라고 생각한다. 그 멍청함을 깨우쳐주기 위해 스스로 나서거나 자신의 편을 만드는 데 열중한다.
흔히 이들을 우리는 조직 정치의 달인으로 부르며 조롱하지만 스스로는 끝까지 자신만 옳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주변에 이미 그런 팬을 확보하고 있어 자멸하는 길을 찾아나서는 부류다. 자아가 임계치를 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지 못한다.
생존하는 똑똑이나 자멸하는 똑똑이나 '남탓'으로 일관하는 데에는 일정한 수준의 달인들이다. 남을 비난하기 참 좋아하고 남에 대한 비판에 발끈 대응으로 전투력을 과시하려는 경향도 강하다.
그러나 결국 그리 오래 갈 똑똑이들은 아니다. 이들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그냥 세상의 흐름 속에서 묻어가거나 변두리에서 세월을 탓하며 혼자 썩어갈뿐이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똑똑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직함'에서 나온다.
그래서 우보천리(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 우공이산(어리석은 이가 산을 옮긴다)다.
역사의 주인공은 임기응변에 능한 똑똑이들이 아니라 올곧음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우공들이다. 난 헛똑똑이보다 우공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