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IT 난상토론회 늦은 후기를 남깁니다.
행사와 관련된 사항은 온오프믹스에 달린 댓글과 후기 포스트를 참고하시구요. 저는 1차 토론만 참여하고 집에 일찍 돌아가는 바람에 맛있는 식사도 포기했습니다... ㅠ,.ㅠ
1차 토론에서 각자 주제를 정하고 앉았지만 저는 늘 그렇듯(?) 주제 없는 곳에 앉아서 일단 주제를 잡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제가 있던 조의 참석자는 그만을 포함해 Bana Lane님, Rationale님, 문광부 정윤재님, 얼떨결에 참여하신 류한석님, 늦게 오신 데니님 등이 'SNS'에 대한 포괄적인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좌장 역할을 맡은 그만이 너무 말을 많이 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하는 바람에 중간에 맥이 자꾸 끊기긴 했지만 여러모로 Bana Lane님, Rationale님, 류한석님의 SNS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
흥미로운 것은 요즘 SNS 연구에 몰두하고 계신 류한석님의 SNS 분류였습니다.
류한석님에 따르면 SNS의 필수 요소는 ▲프로필(자기소개), ▲렐레이션(관계형성), ▲코멘트(의견남기기주고받기)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SNS의 형태별로 ▲리얼 아이덴티티 SNS, 그리고 ▲판타지 아이덴티티로 SNS 구분을 했습니다. 리얼 아이덴티티의 경우 인명정보에 실제적인 정보가 있어야 하며 사회적 관계 또한 현실적이고 눈에 보이는 관계로 이어져 있어서 오프라인 관계망이 그대로 이어진 모습이라고 볼 수 있구요. 판타지 아이덴티티의 경우, 리니지나 세컨드라이프 처럼 자신의 캐릭터가 온라인상에서 새롭게 구축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싸이월드는요? 리얼 아이덴티티에서 출발한 판타지 아이덴티티 SNS라고 본다는 것이 류한석님의 분석입니다.
최근 링크나우나 링크DIN, 페이스북의 경우 리얼 아이덴티티 SNS의 전형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필요'에 의한 관계망 형성이 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에 끈끈한 관계 형성이 가능하고 시스템적인 발전 속도도 빠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저는 이같은 리얼아이덴티티의 상쾌한 출발이 '쿠쿠박스'를 떠올린다고 말했습니다. 즉, 초기에는 오프라인의 인맥이 온라인으로 시스템화되면서 강렬한 폭발력을 갖게 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의 한계 이상을 뛰어넘는 상황을 연출하기 힘들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이 때 우리나라 정서에 대한 이야기로 간간히 빠지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 SNS가 독자적으로 성공하기 힘든 것은 어찌보면 '남 것은 보고 싶다, 하지만 내 것은 보여주기 싫다'는 정서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죠.
Rationale님은 새로운 SNS가 '익명'에 의한 것이고 철저히 '관심사'로만 엮이게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하지 않을까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Rationale님이 예로 든 것은 펀드에 대한 관심사를 서로 공유하면서도 서로의 실명에 의한 스테레오타입보다는 투자 패턴이나 투자 성과 등만을 공유하고 지식을 통한 관계망 형성이 이뤄나갈 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정보를 공개하는 조건이 익명이라면 수요대비 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함께 가졌죠.
여러 참석하신 분들의 의견은 '정보 영웅의 존재', 그리고 '의도와 필요에 대한 충족', 그리고 '익명이지만 실재하는 사람'이 잘 엮인다면 SNS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 아닌 결론에 도달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독자적인 SNS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후미를 장식했는데요. 거대한 포털 속에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다양한 툴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구태여 새로운 시스템에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고 새로운 정보를 찾을만한 '의도'나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SNS에 대한 이해를 깊이 갖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SNS의 흐름이 절대 외국의 그것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특히 '패거리 문화', 또는 충분히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도구와 온오프 관계망이 잘 짜여진 우리나라 사회 구조가 SNS의 필요성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는 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도 누군가를 통해 누구를 만날 수 있다는 조직 구조가 뚜렷한 마당에 이미 느슨한 연결에서 단단한 연결로의 지향을 말하는 서양식 SNS는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늘 흥미로운 사람들과의 대화는 즐겁습니다. 이번 난상토론회에 끝까지 참석하지 못한 것이 좀 아쉽습니다만,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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