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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경제학? 프리코노믹스

Column Ring 2007/12/10 11:30 Posted by 그만

지난 5일 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업체인 노키아는 '노키아 월드 컨퍼런스'에서 획기적인 발표를 했다. 2008년에 노키아 휴대폰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1년 동안 곡 수에 제한 없이 무료로 유니버셜뮤직이 제공한 음악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1년 후에는 새로운 음악을 다운로드하려면 돈이 들겠지만 기존에 다운받은 휴대폰에 담긴 음악은 제한 없이 들을 수 있다. 더구나 이 음악들은 저작권 관리 장치인 DRM이 걸려 있지 않아 파일을 어떤 장치에 옮기든 제한없이 들을 수 있다. (댓글 제보에 의하면.. DRM이 결국 걸리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 것 같군요.)

이에 앞서 콜라 회사 펩시가 미국에서 자사 탄산음료 50억병에 음악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인다는 소식이 화제에 올랐다. 5개의 병뚜껑을 모으면 음악 1곡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러한 제휴는 온라인쇼핑몰인 아마존닷컴과 체결했다.

야후와 어도비는 제휴를 맺고 PDF 파일에 광고를 삽입한 채 정보를 담은 파일을 무료로 배포하는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책도 온라인에서는 공짜로 볼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보인다.

■ 공짜가 주는 편리함, 규모의 경제가 주는 마지막 혜택
종종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아무런 제한 없이 사탕, 물티슈, 샘플 화장품, 심지어 음료수까지 공짜로 주는 마케팅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주는 것은 우리가 광고를 보아주는 것에 비해 매우 작은 보상에 불과하다고 느낀다. 그나마 홍보 전단처럼 쓰레기통으로 직행하지 않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공짜 마케팅을 넘어서 공짜 경제(프리코노믹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기존의 사람들의 욕구를 알아차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을 넘어서 아예 그 욕구를 공짜로 채워주고 그 뒤의 추가 욕구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눈물겨운 마케팅 기법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빚지는 것을 싫어한다. 또한 어려서부터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배워왔다. 심지어 공짜 좋아하다 머리 벗겨진다는 말도 흔하게 듣지 않았던가. 오히려 이러한 경고들은 우리 속에 내재돼 있는 '공짜 선호 의식'을 간파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적어도 공짜는 제공자에게 무조건 불리한 거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의 공짜가 재방문과 재소비로 이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의 포털이 그런 모습이다. 정보를 공짜로 모아주고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도구는 물론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도구들을 기업들로부터 사서 사용자에게 공짜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포털 사이트는 수많은 정보페이지를 만들고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검색 기술을 개발해 공짜로 제공한다. 그 사이에 광고를 유치해 사용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거의 유일한 수익모델이다. 일정한 수 이상이 모이면 그들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은 기꺼이 광고비를 지급해 포털의 운영을 도와준다.

2002년 이후 지하철 역사마다 무차별적으로 배포되고 있는 무가지 역시 마찬가지다. 정보를 생산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마저 광고주에게 의존하고 대신 소비자들에게는 무료로 정보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의존도가 없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객관적으로 봐서는 신문 가판 시장을 무너뜨릴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프리코노믹스의 특징은 시장 지배 사업자에게만 기회가 있는 경제라는 점이다. 앞에서 살펴봤던 대부분의 '공짜' 제공자들의 면면을 보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1, 2위 업체라는 것을 손쉽게 알 수 있다. 시장에 새로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적용 가능하지만 막대한 '공짜 마케팅'을 버틸만한 막강한 자본력을 지녀야만 한다. 우리나라 DMB 시장 처럼 자본잠식의 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 프리코노믹스의 함정, 독점의 횡포
내년도 세계를 주름잡을 키워드로 '프리코노믹스(Free + Economics)', 즉 공짜 경제가 언급되고 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공짜 경제는 현대 시장에 널리 통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새삼스럽기도 하다.

여기에는 공짜를 무기로 한 마케팅을 비롯해 정보통신 업계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새로운 차원의 정보 유통과 미디어 전략이 포함돼 있다. 오픈소스나 위키백과 역시 프리코노믹스의 일원이기도 하지만 직접적인 참여를 독려한다는 점에서 공짜경제라기보다 공유경제라고 봐야 할 듯 싶다.

프리코노믹스의 최대 장점은 소비자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권을 주고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고 추후 소비 역시 소비자들 스스로 결정토록 한다는 점이다. '받을 거 다 받아먹고 알아서 결정하세요'라는 매력적인 주문인 셈이다.

하지만 프리코노믹스의 부상은 어쩌면 독점의 시대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경쟁자가 제공할 수 없는 최대한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염가로 제공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보상을 다른 곳에 제공해야 함을 뜻한다.

노키아는 유니버셜뮤직에 막대한 금액을 지급하게 될 것이다. 펩시 역시 마찬가지이며 야후는 어도비와 수익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나중에 그 경제적 가치 순환의 고리의 마지막에 비용을 지불해야 할 소비자는 처음에는 지불할 비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에 빠질지도 모른다.

대형 포털 인터넷 산업의 프리코노믹스가 중소 콘텐츠 업체들과 미디어 산업의 희생을 강제하는 구조가 되었듯이 어디선가 신음하는 경제 주체가 있을 것이다. 더욱 문제는 그 독점이 완성되는 시기가 도래했을 경우다.

원주민들에게 신발을 공짜로 선물하는 신발 장사치들의 목적은 공짜 경제가 아니라 의존성을 키워 독점을 확대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프리코노믹스를 즐겁게 받아들이면서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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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전자신문인터넷 이버즈에 오늘 날짜로 송고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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