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12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별도 회사였던 핫메일을 3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핫메일은 98년 12월 사용자 3000만 명, 99년 12월 사용자 5200만 명을 돌파하며 명실상부 세계 최대 메일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해외 사용자들은 물론,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으레 핫메일로 안부를 물을만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대표하는 이름이 된 것이다. 얼마 전까지 초대장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었던 구글의 지메일(www.gmail.com)의 위치를 상상하면 된다.
하지만 핫메일은 수많은 사용자 만큼의 우여곡절을 거치게 된다. 스팸메일 계정으로 이용당하기 일쑤였고 복수 계정의 단점인 익명 사기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또한 만들어 놓고 메일을 쌓아놓는 창고 역할을 한다거나 휴면 계정은 늘어만 갔다. 이후 계정 통합 작업과 함께 용량 제한, 일정 기간 지나면 자료를 삭제하는 등의 관리 체제로 바뀌기도 했다. 그러다 MS의 인터넷 아이디 통합 프로젝트였던 패스포트나 MS 전체 솔루션을 아우르는 닷넷 프로젝트에 핫메일은 늘 중심에 있었다.
이제 그 이름까지 새롭게 바뀌게 됐다. 2005년 11월, MS는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들의 통합 브랜드인 ‘윈도우 라이브’(windows live)를 전격 발표했고, 그 일환으로 작년 7월 ‘윈도우 라이브 메일’(windows live mail) 베타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공개했다.
야심찬 웹 2.0을 바라본 MS의 인터넷 통합 전략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수많은 고객들은 라이브보다 핫메일이란 브랜드가 익숙했으며 이미 핫메일 계정을 갖고 있는데 굳이 같은 회사 메일 서비스인 라이브 메일 계정을 확보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결국 MS 온라인 서비스 사업부는, 기존에 서비스 중이었던 ‘핫메일’ 과 ‘윈도우 라이브 메일’을 통합,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windows live hotmail)이름을 선택한다. 그야말로 브랜드 종합선물세트(?)다.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 베타는 두 가지
최근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총 37개국에서 동시에 선보였다. 기존의 핫메일 로그인 페이지 또는 ideas.live.com 에서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 버튼을 클릭하면, 기존의 핫메일이 새로운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로 통합 변경되어 적용되게 된다. 로그인 계정과 비밀 번호는 기존 핫메일과 같이 이용하면 된다.
코리안클릭 유도현 대표는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 베타버전 런칭은, 메일 서비스의 대명사 격이었던 핫메일이라는 브랜드를 버리지 않으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브랜드인 윈도우 라이브까지 끌어안으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고민과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이 완전히 적용되는 10월까지는,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로 옮겨가고 난 후에도 옵션을 선택하면 언제든지 기존의 핫메일 버전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 베타는 클래식(Classic) 버전과 풀(Full) 버전, 2가지 버전으로 서비스된다. 클래식 버전은 기존의 핫메일(Hotmail)과 비슷한 느낌으로, 메일 사용량이 적고, 빠른 속도를 원하는 사용자에게 더 적합하다.
제대로 된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을 사용하려면 풀 버전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PC에서 사용하는 아웃룩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의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메일을 재빠르게 한눈에 보고 분류할 수 있으며 로그인 첫 페이지에서 메일을 보낸 사람의 이름과 제목만 보이던 기존의 이메일 서비스들과는 달리, ‘미리 보기’ 기능이 제공돼 첫 페이지에서 메일의 본문을 바로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편리하게 바뀐 야후 메일과 비교해봐도 우세한 기능이다.
또한 마우스로 끌어놓기가 가능해 메일을 원하는 폴더로 빠르고 간편하게 분류시킬 수 있다. ‘메시지 자동분류’ 기능을 사용해서 필터를 설정하면, 특정 메시지가 도착할 때마다 지정한 단어가 내용이나 제목에 들어가 있는 편지들은 자동으로 분류되어 지정된 편지함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필요한 메일들을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다. 모두 PC에 설치된 프로그램 사용하듯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
돋보이는 온라인만의 부가 기능
물론 온라인만의 통합 기능도 눈에 띈다. 먼저 메일에서 사진 편집 및 삽입이 가능토록 포토 업데이트 컨트롤 기능이 강화되었다. 사용자들은 포토샵 등 별도의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아도,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에서 바로 사진 돌리기, 자르기, 명함조절 등의 사진편집을 간단하게 실행한 후, 메일에 첨부할 수 있다. 메신저 안의 이모티콘들을 이메일 안에 간단하게 첨부할 수 있는 기능도 사용자들이 반가워할 만한 기능.
또한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은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와 연동되어 사용 편의성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즉, 편지를 보낸 사람이 자신의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 대화친구일 경우 온라인, 자리비움, 오프라인 등 발신자의 메신저 상태가 표시되며, 발신자 이름 옆의 메신저 아이콘을 클릭하여 바로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에 로그인되어 있다면, 별도의 로그인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에 로그인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오른쪽 상단의 ‘환경설정’을 클릭, ‘기타설정’에서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 친구들의 연락처를 한 번에 가져올 수도 있다.
단, 이 기능은 1000명까지만 등록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 불편하다. 오랫동안 아웃룩을 사용했던 사용자라면 그 이상의 연락처가 확보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택적으로 등록시키는 수밖에 없다.
스팸 방지 기능은 상당히 지능이 높다.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에는 사용자들의 설정에 따라 이메일 수신의 등급을 다양화할 수 있는 옵션이 크게 늘었다. 즉 주소록에 저장되어 있는 발신자에게 온 메일이 아니라면,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으로 미리 표시해 받은 편지함으로 메일이 배달, 스팸일 확률이 높은 메일들을 보다 편리하게 확인하고 분류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한 모르는 주소로부터 온 메일은 첨부파일, 그림 및 링크를 차단해 바이러스에의 노출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해 PC 클라이언트 프로그램만큼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메일 도메인도 내 맘대로
주목할만한 기능은 개인화된 메일 주소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 물론 이는 구글의 지메일에서도 가능한 기능이다.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을 개인화 메일로 사용하고자 하는 개인 및 그룹은 ‘윈도우 라이브 커스텀 도메인’(windows Live Custom Domains)을 이용해보자.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에서는 자신이 속한 동아리나 회사명, 개인 이름으로 된 메일 주소도 생성 가능하다. 가령 이미 등록되지 않은 도메인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따 www.seungeun.com 혹은 회사 이름을 따 www.maekyung.com 등의 도메인이 생성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도메인이 있는 경우, 윈도우 라이브 커스텀 도메인에서 등록을 마치면 pretty@seungeun.com 등 해당 이름으로 메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직 도메인명이 없는 경우 도메인 이름 등록 업체에서 도메인을 구입한 후 이용하면 된다.
윈도우 라이브 커스텀 도메인을 사용하면 도메인 내에서 메일 계정을 최대 100개까지 만들 수 있으며, 만약 계정이 더 필요한 경우에는 무제한 계정 제공을 신청하면 된다. 또한 각 계정마다 2기가의 무료 메일 용량이 제공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서비스를 호스트하므로 도메인 관리자는 장비나 규모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밖에도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은 ▲아웃룩처럼 메시지 하단에 첨부할 자신만의 서명도 만들 수 있고 ▲아홉 가지의 각각 다른 테두리와 글자 색을 통해 사용자가 선호하는 색으로 자신만의 이메일 화면을 꾸밀 수 있으며 ▲메일을 보낼 때마다 번거롭게 체크하지 않아도, 보낸 메일들이 자동으로 ‘보낸 편지함’에 저장되는 등 편리한 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유저들은 두 버전 모두 사용해본 후, 자신에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버전을 ‘투데이 페이지’나 메일박스의 옵션메뉴에서 선택한 후 사용하면 된다.
한편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은 최근 별 5개 만점에 별 4개를 받아 IT 전문지 ‘PC 매거진’이 선정한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메일 인터페이스임에도 라이브닷컴, 라이브서치, 라이브 스페이스 등의 윈도우 라이브 서비스와 손쉽게 연동이 가능하고 기능이 아웃룩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것이 PC매거진 측의 설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온라인 서비스 사업부 정근욱 이사는 “현재 영문 베타 서비스 중인 ‘윈도우 라이브 메일 데스크탑’ 역시 한글 서비스를 준비 중이기 때문에 조만간 기능이 더욱 확장된 MS 메일 서비스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베타 수준의 서비스이지만 MS가 확보하고 있는 기술이 총동원돼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2GB의 용량은 기본이며 윈도우 라이브 메일의 가장 큰 특징은 오페라, 파이어폭스, 사파리 등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닌 브라우저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멀티 브라우징을 지원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단, 사진 편집 기능은 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