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의 '24시간 딜레마'

Ring Idea 2006/10/27 11:09 Posted by 그만
뉴 미디어라는 이름의 매체는 탄생하는 순간부터 치열한 올드미디어와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부 니치 마켓이란 틈새시장을 겨냥한 매체들도 있고 웬만해서는 빼앗기 힘든 전용 미디어 시장도 호시탐탐 넘보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정작 뉴미디어가 싸워야 할 대상은 '우주의 원리'랍니다.

뜬금없죠?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하자면 24시간과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죠.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그만은 당시 PMP가 마치 MP3를 모두 대체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전하는 언론 기사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을 때 떠들썩한 PMP 전망「환상은 접어라」(2004/08/09)라는 찬물을 끼얹는 컬럼을 쓴 바 있습니다.

놀랍게도 당시에 '써보기나 했느냐' 또는 '왜 분위기 잘 타고 있는데 시장을 흐리냐'는 식의 비난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런가?라고 물어보면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봅니다.

당연히 당시에 나왔던 PMP와 현재 출시되고 있는 PMP는 차원이 다른 제품으로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DMB TV까지 나오고 교육용 콘텐츠도 유료화에 안착된 상황이고 보면 PMP는 UMPC와 당분간 치열한 가격과 기능 싸움을 벌여 가며 새로운 휴대용 기기 시장을 열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말이죠. 앞의 포스팅에서 제가 지적했던 것의 요점은 뉴 디바이스건 뉴 미디어건 새로운 것이라면 모두 적용받게 되는 '24시간 딜레마'를 지적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방금 따끈따끈하게 등장한 새롭고 신기한 것이 마치 세상을 당장이라도 바꿀 것 처럼 떠들어대는 언론의 환상소설에는 반대합니다.

제가 말하는 24시간 딜레마는 뉴미디어는 결국 사용자의 24시간 중 일부를 점유해야만 성공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나는데 기존 미디어와 동반 상승하는 시장이 아니라 정해진 파이를 나눠먹어야 하는 치열한 시장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말입니다.

사실상 TV가 등장할 당시만 해도 라디오나 신문, 책, 잡지 등의 매체와 경쟁하기 수월했습니다. 80, 90년대 컬러TV의 등장과 함께 프로야구 등 스포츠가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정도의 여가 시간이 사람들에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케이블TV, 위성방송, 무료신문, 모바일방송, 모바일 게임, 온라인 게임, 위성DMB, 지상파DMB만으로도 부족해 최근 시작된 '하나TV', 조만간 시작될 'IPTV', 조금은 예측 불가능한 인텔의 '바이브PC'까지.. 우리의 24시간에 비집고 들어와야 할 숙명을 지닌 매체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당시 PMP에 대해 기기 차원으로만 접근했던 기사들에 대한 불만으로 다음과 같이 썼죠.
..... 반대로 보면노트북의 활용성을 극대화시켰다는 태블릿PC가 여전히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고 스마트디스플레이도 시장을 형성하지도 못한 상황에 PMP라는 작은 멀티미디어 복합 기기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신기함' 그 이상이 되긴 힘들다.

신기함 자체로 시장이 돼 버리는 얼리어답터 시장을 노린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얼리어답터 시장에서 일반 시장으로 나오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신기한 기술이 모두 시장에서 성공했다면 우리는 이미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하루 종일 원격 강좌를 듣고 쌍방향 디지털 TV를 통해 드라마를 보면서 쇼핑을 하고 거실에서 안방 조명을 원격 조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24시간뿐이다. 그 안에 일도 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잠도 자야하고 이리저리 걸어다니기도 해야 한다. 신기술이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수는 있지만 습관까지 단숨에 바꿔놓을 수는 없다. 디지털 환상은 이제 식상하다.
물론 제멋대로 써대고선 갑자기 식어버리는 '철학이 없는' 언론을 꼬집는 이야기였지만 뉴미디어의 등장은 늘 우리에게 '새로운 어떤 것'을 주기 마련입니다.

이를 풀어 장점을 설명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고, 사업자들은 '유통의 경로'가 많아진 것이겠죠?

반대로 풀어보면 여기저기 채널은 많아지는데 미디어를 소비할 수 있는 절대 시간은 늘어나지 않는 고정 불변의 '24시간'뿐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올드미디어는 지상파 TV 방송 시간 연장을 요청하고 있고 뉴미디어는 기존 올드미디어의 진출을 애써 막으려고 암투가 벌어지는 것이죠. 사실상 올드미디어들이 뉴미디어로의 진출을 하면서도 이상하게도 제대로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결국 제 살을 뜯어 먹으며 생존해야 한다는 현실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죠. 무선 인터넷인 HSDPA 등에 왜 VoIP 기능이 탑재되지 않는 것일까요? 짐작하시는 대로입니다.

IPTV 등 통방 융합도 마찬가지 입니다. 올드미디어가 유일하게 장악하고 있었던 채널인 TV 수상기를 통신망이 잡겠다고 하니 지상파는 소수 매체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새로운 잠재시장임을 인정하면서도 지상파 재전송을 꺼리는 겁니다.

이는 사업성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바로 광고입니다. 광고의 절대 가치는 노출량과 효과죠.

그런데 24시간을 놓고 경쟁력을 따져보면 당연히 뉴미디어가 선전할수록 기존 매체의 노출량은 떨어지게 되고 효과는 급전직하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아래 도표를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듯.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5월에 펴낸 보고서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목은 '영향력 감소추세'라고 돼 있지만 사실은 '사용자의 24시간중 점유율 감소'라고 봐야 하겠죠.

출판계가 양극화 현상이 벌어진다거나 케이블TV에서도 채널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모두 많은 사람의 24시간 중 성공한 것과 성공하지 못하는 것의 차이죠. 그리고 점차 인기 채널과 잊혀지는 채널간의 간극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입니다. 또다른 의미로 한 사람으로 보면 24시간이지만 인구로 봐서도 한국의 '한국어' 미디어 시장이 그만큼 좁기 때문입니다.

24시간은 불변이지만 인구라도 늘려야 할 판에 인구까지 줄고 학생들도 학교에 갔다 와서 학원가기 바쁘니 미디어 헤비유저층은 점차 얇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겁니다.


신문과 방송의 위기를 단순히 인터넷이 자기네 것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 보다 사람들의 채널 이용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봐야겠죠. 그런데도 시장은 변하지만 시장 주체들의 변화의 속도 역시 양극화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새로운 미디어 시장을 주도할만한 메가 미디어는 이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용자의 24시간 안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파고들 것이냐가 존재하는 것이죠.

앞으로 등장하게 될 미디어는 이러한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올드미디어 특성을 모두 안고 가고 싶어 합니다.

IPTV와 게임기 플랫폼 시장의 대결도 볼만 할 겁니다. 결국은 어느 셋톱박스 전원 버튼을 누르게 할 것이냐로 귀결되겠죠.

IPTV는 게임 기능도 집어 넣고 기존 인터넷이 갖고 있던 커뮤니티, 메신저, 검색 등등을 아우르는 채널로 등장하게 될 것이구요.

반대로 게임기 플랫폼은 온라인화 되면서 역시 영화, 동영상, 음악, 인터넷 등을 아우르는 기능을 포함하기 시작한 것이 이런 이유죠.

뉴미디어가 살 길은 사람들의 24시간 가운데 2시간, 3시간을 점유해가면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동시에 올드미디어 수용자들의 24시간 중 일부를 빨아들이는 것뿐입니다. 컨버전스라는 '수렴'이라는 현상은 이렇게 한정된 자원을 놓고 싸우는 '스타크래프트의 멀티 전쟁'과 같다고 할까요. 결국 확장이 많을수록 유리합니다.

좀 길어졌네요.. 다음에는 좀더 간결하게 하나씩 풀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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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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