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 관련 글은 쓰지 않으려고 했다. 워낙 누구나 떠들고 누구나 아는 척하고 누구나 각자 의견을 갖고 있는 부분이라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몰라서다.
일단 이번 사건의 본질이나 진위 여부, 윤리 논쟁은 살짝 비켜 가보겠다.
다만 현상을 따라 다녀본다.
우리나라 네티즌의 힘, 그리고 제 4의 권력이었던 언론 권력이 유래없이 충돌하는 현상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유사 사건으로는 안티조선 운동 정도를 들 수 있겠다. 대부분의 안티조선 운동의 명분은 조선일보의 친일행각과 그동안의 정권과의 유착행태가 밝혀지면서였다. 이른바 사후 약방문이었으니 사실 이번 사건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럼 이번 사건의 현상은 어떻게 볼 것인가?
황우석 박사에 대한 연구에 모두들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과정에서 의혹을 갖고 있던 부류가 있었다. 물론 이들은 거의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도 못했다. 일방적인 황우석 신드롬이 한국을 휩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윤리적 반대파들이 갖고 있던 의혹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언론인 가운데 피디수첩팀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들은 남들이 모두 예스할 때 노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사실의 일부가 밝혀졌다. 난자 논란까지였다.
근데 이 때부터 인터넷은 분위기가 달랐다. 방송 전부터 방송을 하지 말라는 요구를 쏟아냈고 이를 다시 방송과 경쟁 관계인 인터넷 언론과 신문 언론들이 줄기차게 중계했다.
그럼에도 MBC는 강행하기로 한다. 여기서 논란이 바뀐다. 왜, 무엇 때문에?
어째서 MBC는 모든 네티즌이 싫어하는 짓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네티즌은 왜 MBC를 비난하는가.
비슷한 상식 파괴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나는 공상당이 싫어요'라며 외치면서 죽어갔다던 이승복 사건 자체가 허구였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어쩌면 왜곡된 사실 자체가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었지만 진실은 너무나 받아들이기 괴롭고 불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MBC에 대한 모든 비난이 오히려 난 부담스럽다. 진실을 까발기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의 용기를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IOC 위원 자리를 지켜왔던 김운용 위원의 몰락도 우린 부담스러웠다. 수십년간 국민적 영웅이었던 박정희를 친일세력이며 쿠데타로 집권한 강권정치의 괴수로 말하는 것도 여전히 불편하다. 그렇게 진실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여기서 MBC가 잘했다고 하면 절대 안된다. MBC는 취재를 해도 정확하게 해야 했고 확실한 물증을 잡고 사실을 말할 것을 맹세한 취재원의 인터뷰를 가감없이 공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MBC의 취재 자세는 처음부터 잘못됐다. 마치 많은 언론인들이 야마(제목)를 먼저 잡고 취재를 시작하는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이는 취재 기획 단계부터 재검증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여하튼 '진위 의혹'으로 야마를 잡았으면 결론은 '이런 의심이 있다'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쪽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밖에 없다.
얼마전 오버추어에 대한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기획 의도는 오버추어에게 말했듯이 '너희를 조지려고' 취재를 들어갔다. 검증도 허술하고 논리도 빈약하고 인터뷰도 반대편의 주장만을 담았다. 이런 상태라면 어떤 말을 해도 결과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결국 '조지기' 기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일단 검증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을 취재할 때는 무모한 용기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잇기 위해서는 무리한 추측과 일방적인 주장으로 도배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정확하게 알 수 없으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의 불가지론을 들이대면 언론의 신뢰에 금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여튼 이번 사건의 본질이 무엇이든 간에 'MBC' 피디수첩은 용감했다. 그리고 무모했으며 어리숙했고 지나친 아집 속에 갇혀버렸으며 결국엔 궁지로 몰렸다. 더욱 버거운 사실은 논란이 원래 비등한 존재들끼리의 논리 대결이어야 하는데 이미 세 대결에서 MBC는 네티즌에 밀려 있는 상황이다.
MBC는 정말 정확하지 않으면 매장당할 수도 있다.
'긴장 좀 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