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이코스 한글 사이트(
www.lycos.co.kr)가 조용히 문을 열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하단의 저작권 공지 부분.
'ⓒ Copyright 2005, Lycos, Inc. All Rights Reserved.
Lycos® is a registered trademark of Carnegie Mellon University'
미국 라이코스 소유인데 그 밑을 보면 라이코스(Lycos)라는 상표는 또 카네기 멜론 대학이 등록한 것으로 돼 있다.
얼마 전 라이코스를 인수한 다음의 이름은 어디 있으며 하다 못해 다음 사이트로 가는 링크조차 발견되지 않는다.
후이즈(Whois) 검색을 실시한 결과 분명 라이코스 한국 사이트의 등록 사용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분명하다.
물론 올해 초까지는 라이코스 코리아 사이트를 접속하면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네이트로 연결됐다.
그러고 보니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와 라이코스코리아가 합병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큰 점'이란 광고 문구를 사용했던 것도 기억난다.
이게 다 어찌된 일일까? 이런 궁금증들을 풀기 위해 라이코스의 출발부터 현재까지의 파란만장한 여행을 떠나보자.
카네기 멜론 대학의 연구 프로젝트로 탄생
라이코스(lycos)는 1994년 카네기멜론대학의 연구 프로젝트로 개발되었다.
명칭은 라틴어로 늑대거미(wolf spider)를 뜻한다.
어찌보면 얼마 전까지 사용했던 검은색 래브라도 리트리버(일명 라이코스 강아지)는 마케팅을 위한 마스코트였을 뿐 명칭과는 상관 없는 동물이었던 셈.
이 사이트는 처음 등장하면서 14개의 주제로 된 키워드형 검색 엔진과 1억 개의 URL이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됐으며 검색 결과를 출력할 때 홈페이지의 제목과 내용이 함께 나타나는 형태를 띄었다.
또한 단어를 검색할 때에는 검색 결과에 대한 자체 평가점수가 나타나도록 설계됐다.
당시 특징적이었던 사실은 유즈넷, FTP, 고퍼 등의 서비스를 통합해서 검색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날씨와 그림, 소리 등 10가지 분야별 검색이 가능해 오늘날 '통합 검색'이라 불리는 모양새를 띄었다.
다만 당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라이코스닷컴(lycos.com)의 취약점은 한글 검색이 안 된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1990년대 후반 불안정하긴 했지만 한글 검색이 가능했던 알타비스타, 인포시크 등의 외산 검색은 물론 심마니, 까치네, 정보탐정, 미스 다찾니 등과는 경쟁할 수도 없었다.
1999년 합작벤처 형태로 한국 진출
그러다가 한국에 정식으로 발을 붙인 시기는 '밀레니엄 버그'에 대한 두려움이 최고조에 달했던 1999년 5월 한국의 미래산업과 미국의 테라 라이코스(Terra Lycos)가 공동으로 '라이코스코리아'라는 벤처회사를 탄생시키고 그해 7월 1일 한국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2000년, 2001년의 대대적인 광고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장훈이 검은 강아지 놀이기구를 타던 모습을. 이 대대적인 광고캠페인은 라이코스를 사용자들 머리 속에 각인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막대한 비용구조를 안겨주게 되고 광고 캠페인이 끝나자 마자 라이코스 코리아의 순위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게 된다.
라이코스는 2000년 140억원, 2001년 2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보았다.
자본금은 2000년 410억원에서 2001년 14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2002년 6월 29일 마침내 라이코스코리아는 사라지게 된다.
SK텔레콤이 라이코스코리아 지분 76.5%를 446억 원에 인수했고, 같은 해 11월 넷츠고와 라이코스코리아의 통합법인 SK커뮤니케이션즈를 출범했다.
아직도 네이트 사이트의 로그인에 라이코스 회원을 위한 메뉴가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002년 12월 27일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라이코스코리아와 네이트닷컴의 인터넷 사이트 통합을 완료했다.
그리고 이 통합 법인은 다시 2003년 8월 싸이월드를 합병해 지금의 네이트가 된 것이다.
얼마 전까지도 라이코스코리아가 운영하던 lycos.co.kr 도메인이 네이트로 연결되었던 이유다.
그렇다면 다음이 인수했다는 라이코스는 무엇일까?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미국의 라이코스닷컴(lycos.com)을 운영하던 테라라이코스의 지분 100%를 지난 해 여름 인수했다.
테라라이코스는 사실 처음의 라이코스에 스페인의 테라네트웍스가 지분 투자를 하면서 갖게된 이름으로 역시 합작법인 형태였다.
어찌됐든 이 때 다음이 라이코스를 인수하기 위해 투자한 돈은 9500만 달러, 당시 우리나라 돈으로 1112억원 가량으로 환산돼 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다음이 운영중인 플래닛 서비스를 라이코스를 통해 미국에 선보이기도 하면서 인터넷 서비스의 역수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면 Lycos.co.kr을 Whois로 검색해 봤을 때 처음 등록일이 1999년 4월이었고 최근 정보 변경일이 2005년 9월 30일이란 것을 보면 처음 등록한 것은 앞에서 말했던 합작법인 형태였던 라이코스코리아가 등록한 시점이고 이후 Lycos.co.kr 도메인을 소유하게 된 SK커뮤니케이션즈가 최근에서야 손을 놓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도메인을 등록한 것이 올해 9월이었던 것.
마지막 궁금증은 왜 '카네기 멜론 대학이 여전히 트레이드마크 소유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다음커뮤니케이션 법무팀은 "라이코스 검색엔진 자체가 카네기멜론 대학이 만든 것으로 이후 법인 형태로 서비스가 변경됐을 때도 트레이드마크(상표)는 카네기멜론 대학 소유임이 계속 계승돼 왔었다"고 설명하고 이는 라이코스 검색 엔진에 대한 상표권이며 이를 법인들이 영구적인 '전용사용권'을 사들였기 때문에 회사 저작권 표시와 함께 상표권 표시를 동시에 해왔다고 말했다.
조금 복잡하지만 카네기멜론 대학이 가진 것은 결국 'Lycos'라는 검색엔진의 상표권을 갖고 있다는 것. 이 검색엔진이 법인들이 변경될 때마다 전용사용권이 계승돼 지금은 미국 라이코스를 소유하게 된 다음이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어? 라이코스도 열린 블로그 검색이 되네
지금의 Lycos.co.kr은 아예 포털이나 검색 순위에도 끼지 못하는 상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다음에서 블로그 내용을 검색하면 다음 블로그만 검색되지만 lycos.co.kr의 블로그 검색은 타사 사이트의 블로그가 모두 검색된다는 것이다.
마치 엠파스의 열린 블로그 검색 처럼. 그리고 웹 검색은 구글의 웹 검색 엔진이 사용된다.
아직도 생생한 검은색 라이코스 강아지의 추억을 통해 살펴본 라이코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마치 다른 닷컴 기업의 시작과 발전과 어려움, 그리고 복귀 등의 상황과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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