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 구글과 한몸인 된 유튜브가 한글 서비스를 선보였다. 유튜브는 타 지역 진출할 때는 없었던 제휴 모델을 차용해 한국 공략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즉 한국에서만 무려 8개 동영상UCC 업체와 제휴를 맺고 한국 공략에 나선 것이다. 물론 우리말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유튜브로서는 데이터베이스 확보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었지만 1초에 10시간이 넘는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세계 최대 동영상 포털인 유튜브로서는 자신이 도전자임을 자인한 셈이다.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유튜브의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인기 콘텐츠라고 해봤자 수천 건의 조회수에 불과할 정도로 트래픽 점유율이 제자리 걸음이기 때문이다. 2월 3일 인터넷 조사업체 랭키닷컴에 따르면 유튜브는 1 월 23일 한글사이트 오픈 당시 방문자 수가 38만2000여명을 기록했지만 이후 줄곧 감소세로 나타났다. 다음 날인 24일 23만여명, 31일에는 11만5000여명으로 줄어 한글사이트 오픈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같은 기간 동안 판도라TV의 지난 20∼26일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99만7000여명으로 유튜브 최고치의 3배에 가까웠다. 엠엔캐스트(50만), 엠군(41만), 곰TV(39만), 아프리카(29만)도 유튜브를 웃돌았다. 동영상 서비스 시청률에 해당하는 체류시간 점유율도 지난 2007년 12월 메트릭스 자료에 따르면 판도라TV(30.3%), 다음 TV팟(21%), 엠엔캐스트(8.5%), 엠군(8.1%) 등과 비교해서 유튜브는 4.3%에 불과했다. 이 점유율이 두세 배로 뛰지 않는 이상 이미 시장을 선점한 토종 UCC 서비스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은 공통된 견해다.
그렇다면 유튜브는 무슨 생각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한국 서비스를 야심차게 시작했을까. 업계는 유튜브는 서비스 전략상 동영상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한글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본다. 결국 한국의 UCC 시장을 노린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유튜브는 전세계인들이 감상할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방송의 디지털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IPTV 서비스 등 디지털 방송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한국 시장에 발을 담근 것이다. 이는 세계화에 목마른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손잡을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유튜브의 깊은 속내와는 상관없이 국내에서의 초라한 성적은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한축으로 성장하기에는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화 없이 한글화만 했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는 일반 사용자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구글코리아 특유의 자아도취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각종 인터넷 법규제가 촘촘하게 갖춰진 한국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어설픈 한글화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이 더 문제다.
실제로 현재도 우리나라 기준에서는 음란물로 판정받을 수 있는 콘텐츠가 여과 없이 보여진다. 지난 대선 때 논란이 있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선거법 위반으로 올리지 못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려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하지만 구글코리아가 한글 서비스가 어떤 식으로든 규제 범위 안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는 물론 플리커 등 최근 한글로 서비스되는 다수의 서비스가 실제로는 시스템이 미국에 집중돼 있어 '서비스 월경 현상'과 '서비스 지연 현상' 역시 다국적 서비스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에서 한글로 서비스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동영상은 물론 광고 시스템까지 모두 미국에서 돌아가고 있어 동영상 재생 속도와 광고 매칭률이 형편없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이미 HDTV와 IPTV 등 고화질 서비스로의 이전과 함께 국내 동영상 UCC 서비스들이 고화질 서비스를 실현하고 있는 마당에 유튜브에서 보여주는 동영상 화질은 형편없다는 사용자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반면
유튜브의 초라한 초기 성적이 미래 가치까지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판도라TV가 세계화의 기치를 내세웠지만 그만큼 국내 인터넷 동영상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지나 거품이 꺼지고 있으며 고화질 기술 역시 몇 개월이면 해결될 사안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유튜브와 구글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는 토종 동영상 서비스와 비교할 수 없어 유력한 콘텐츠 생산자와의 협력만 잘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국내에서 우물 안 개구리 처럼 경쟁하고 있는 서비스를 금방 추월할 수 있으리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유튜브가 동영상 UCC 사이트가 아니라 동영상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점과 어떤 콘텐츠든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언어 장벽이 적은 영상이라는 감각적 수단을 사용한 매체라는 점에서 한국 서비스가 평가절하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구글코리아의 설명이다.
동영상 서비스 조차 자사 안에서 동영상을 보여주는 폐쇄성 짙은 판도라TV와 다음 TV팟이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영상 미디어 플랫폼을 강조한 유튜브의 한국 진출이 '글로벌 서비스의 무덤'이라 불리는 한국의 인터넷 현실을 재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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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보셔서 알겠지만 가급적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한 이야기이구요. 2월 초의 상황에서 쓰여진 것으로 지금 상황이랑 다를 수 있습니다. 모 잡지 3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