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검색 순위, 공정한가

Column Ring 2007/09/03 01:08 Posted by 그만

포털 서비스에 사회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한 잣대를 들이댈 만큼 포털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단순히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찾아주겠다는 발상으로 시작된 서비스가 사회의 이슈와 이념의 선전도구로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생긴 일이다 .

특히 전국민의 궁금증 해소 장소쯤으로 바뀐 '지식 검색' 서비스에는 수많은 내용이 '000이 왜 인기 검색어에 올랐나요?'라는 질문이 빈번해졌다. 뉴스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런 정보 소비자의 '말초적 궁금증' 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느덧 네티즌의 궁금증은 사건의 확대를 낳고 사건은 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에서 '사태' 로 발전한다.

여론 확산의 새로운 패러다임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의 여론 확산 과정에서 언론사들끼리 새로운 사건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주고 받으면서 '사회 문제화 '시키는 여론 확산 과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새로운 여론 확산의 패러다임은 새로운 문제 의식을 낳게 만든다. 과연 포털에서 비롯된 여론 확산이 논의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

최근 영화 '디-워' 와 '화려한 휴가 '에 대한 사회적인 담론 형성 과정은 지금까지의 미디어 변화에 대한 함축적인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영화 '디-워 '는 포털 메인에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네티즌은 기꺼이 논쟁에 참여하고 있다. MBC 시사토론 프로그램인 '100분 토론' 에서 진중권 교수가 나와 했던 디-워 폄하 발언이라거나 그 전의 인디영화 감독 이송희일의 디-워에 대한 부정적 평가, 그리고 기존 언론과 평론가들의 낮은 평점은 그 자체로 네티즌들의 화젯거리로 올려졌다. 영화 '디-워 '에 대한 관련 블로그 글도 폭발적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디-워' 와 관련된 기사마다 댓글이 수천 건씩 달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논란 ' 자체가 '화제 '이고 '여론 '이라고 봐야 할 근거는 단지 포털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네티즌들의 '참여 회수'가 기준이 된 것이다 . 이는 언론사들의 소수에 의한 의제 설정 기능이 퇴색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연 이런 현상을 새로운 여론 확산 패러다임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인가는 또 다른 논란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바로 포털의 여론조작 가능성이 바로 그것이다 . 포털이 논란 거리를 만들어 클릭을 유도하고 사소한 이슈에만 네티즌을 몰입하게 하거나 정치적이나 사회적인 담론 형성에 중요한 의제에 대해서는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포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법적, 제도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포털은 여론을 조작하고 있는가.
최근 국회에서 검색 발의된 '검색사업자법'은 이러한 포털의 여론조작 가능성을 기정 사실화 시키고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검색 자동화 의무 '를 법안에 명시했다. 물론 이에 대한 포털업계의 입장은 '어이없다 '는 식이다. 게다가 검색에 대한 자동화의 범위와 노출에 대한 사업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국회의 이 같은 포털에 대한 전방위 압박은 지난 참여정부 출범시의 인터넷 환경과 탄핵 사태 당시 인터넷의 오프라인 영향력을 실감한 야당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

그렇다면 왜 포털의 여론조작 의혹은 가시질 않는 것일까. 포털이 만일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거나 최소한 방관하고 있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

포털을 중심으로 한 국내 뉴스 유통 구조의 독점화가 사실상 주범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 조사기관 코리안클릭이 펴낸 2007년 7월 '미디어 사이트 이용 행태 분석 보고서 '에 따르면 종합일간지의 인터넷 사이트 방문자수가 NHN 의 아웃링크 시행 후 급격히 늘었지만 여전히 네티즌의 뉴스 소비의 대부분은 포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대 포털 뉴스 방문자(UV)는 전체 네티즌의 96.3% 에 이르며 종합일간지 사이트의 방문자는 66%였다. 반면 페이지 뷰(PV)의 경우 6대 포털 뉴스는 81억 5100 만 페이지뷰를 기록했으나 종합 일간지 사이트를 모두 합쳐봤자 15억 페이지 뷰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여전히 포털 안에서 종합적인 뉴스 소비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포털의 경우 '종합뉴스', '실시간 인기검색어 '와 '지식인', '카페 ', '블로그' 등 뉴스를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재소비를 유도하는 페이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종합 일간지 사이트들은 이러한 재소비 양태를 유도할만한 기술적인 장치가 없다.

포털의 경우 첫 화면의 종합 뉴스 영역에 실질적인 편집행위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사람들의 궁금증은 다시 검색 창의 검색어를 유도해 다시 실시간 인기 검색어란을 통해 중계된다 . 신규 유입된 사람들은 곧 실시간 인기 검색어란의 유도를 받아 검색을 이용하거나 지식인에 왜 이 키워드가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됐는지를 찾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미디어 소비가 그치지 않고 댓글과 블로그, 카페 등으로 이어지는 2차 소비 및 재생산은 사건을 확대시키게 된다 . 포털은 첫 화면의 편집권 행사만으로도 사회적인 이슈를 생산할 능력이 있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라고 봐야 한다.

반면 포털이 과연 이슈를 의도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포털 담당자들은 네티즌의 이슈에 묻어가고 있으며 모든 생산활동은 언론사에서 이뤄진 것을 단순히 매개하고 유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 언론사에서 만들어 놓은 이슈를 사용자들에게 편리하게 모아주고 있을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안티 포털 진영에서는 포털이 광범위한 뉴스를 수집해 이 가운데 소수만 편집해 메인 화면과 섹션에 배치하는 행위 자체가 의제 설정 기능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즉 의제 설정에는 당연히 의도가 들어갈 수밖에 없고 이는 언론이 아닌 포털의 권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 또한 외부로 공개된 시스템 운영 원리가 없다는 점은 새로운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있으니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도 거세다.

검색 정의란 있는 것일까?
적어도 법적으로는 언론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영향력을 가진 집단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권위를 갖고 의제를 설정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 실질적인 의제설정과 게이트키핑 기능을 행사하고 있으면서도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주장은 뜨거운 논란거리다. 즉, 포털이 언론이냐 아니냐에 대한 기준과 이들에게 어떠한 책임을 어느 정도로 부여할 것이냐에 대한 복잡한 논쟁이 진행중인 것이다.

검색사업자들은 최근 각 섹션마다 가중치를 부여해 특정한 키워드가 입력했을 때 검색 결과 화면에 '인물 ', ' 뉴스', '지식 ', ' 블로그', '카페 ', ' 도서' 등의 영역이 능동적으로 배치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 여기서도 '검색 수작업 '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과연 이러한 가중치와 '수작업으로 편집된 결과 '가 맨 위로 올라오는 것은 검색 결과의 상업적인 이용과 함께 정파적인 콘텐츠가 맨 위로 올라오게 만드는 '수작업' 과정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포털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일부 수긍하면서도 '이용자들의 검색 만족도를 위한 한국식 포털 검색의 특징일뿐' 이라는 입장이다. 구글도 유니버셜 검색 서비스를 도입해 최근 각 섹션을 나누어 가장 관련성을 많이 담고 있는 콘텐츠가 모인 섹션이 위로 올라오게 만들고 있는데 이것은 왜 비난하지 않고 이 같은 방식을 앞서 구현한 한국 내 포털에 대해서만 비난하느냐는 볼멘소리다.

인기 검색어의 경우도 순수하게 '검색 질의어'가 많은 순서대로 보여주는 것도 '방치 '라고 하고 일부 문제가 있는 검색어의 경우 배제시키는 것도 ' 조작'이라고 비난하는 양태에 대해서도 포털 측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

NHN 홍은택 이사는 한 언론사에 기고한 글에서 "검색어 자체가 비속어이거나 명예훼손, 개인정보가 아닌 한 인위적 개입을 하지 않는 게 원칙 "이라고 밝혔다. 또한 "네이버에 입력되는 검색어 총합이 1억 건에 달하지만 하루에 입력되는 검색어 자체는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 "고도 주장했다. 검색어 순위가 서비스 사업자의 조작이 아닌 '일부 개입'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네티즌의 선택에 의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

성인 검색어의 경우나 개인정보, 또는 반사회적인 검색어라는 합의가 있을 경우에는 제아무리 네티즌의 자율을 강조하는 서비스 업체들로서도 '막을 건 막을 수밖에 없는 현실 '에 대한 토로인 셈이다.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구글 역시 중국 내에서 만큼은 '천안문 ', ' 파륜궁' 등의 금기어에 대해서는 결과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

결국 현실 세계에 있어서 검색 정의에 대한 논란은 사회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특정 정파가 보기에 거대한 여론 집합소인 포털에서 유통되는 정보가 자신에게 불리하다거나 유리하다고 해서 서비스 사업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들이대는 것에는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역차별이 존재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비스 사업자들로서도 점차 확대되는 영향력에 맞춰 검색 순위에 대한 최소한의 객관성 확보를 위한 검색 결과 노출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한 뒤 이를 공표하고 사회적인 합의와 일치하는지를 탐구해볼 필요가 있다 . 또한 특정한 정파의 이익에 부합되는 정보만을 유통시키는 일 등에 대해서는 내부적인 감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2차 가공이나 정보 재소비에 대한 실태를 파악해 저작권자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반론권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등 인위적 조작 논란을 공격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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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미래> 9월호에 기고한 것이므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합니다. 글이 쓰여진 시점이 8월 중순이므로 현재의 상황과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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