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일기쓰기가 무척 재미있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의식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글을 썼던 것 같다. 당연하지 않은가. 선생님은 당연히 보고 그중 괜찮은 일기는 남들 앞에서 낭독도 해야 했으니.
당시 글쓰기에 취미가 있었던 그만은 몇 가지 글쓰기 실험을 했다.
그중 하나는
목표량 미리 정하기. 일기를 쓰다보면 보통 한 페이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장을 넘길 때가 있었는데 아예 처음부터 3페이지, 또는 4페이지 목표량을 맘속으로 정하고 나서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장점 : 머릿 속에 글의 전체적인 윤곽을 그리고 분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을 습득하게 된다. 글을 쓰다가 중간에 딴 곳으로 새는 경우를 막을 수 있으며 결어 부분이 다가갈 수록 논지가 명확해진다.
단점 : 처음부터 지루할 수 있으며 글 쓰기가 두려워질 경우가 있다. 또는 글이 안 써지는 경우 정해진 페이지를 메우지 못할 것이라는 부담감이 생길 때가 있다.
이 방법은 블로그를 쓸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하면 좋다. 블로그 글을 읽다보면 생뚱맞은 옆길 새기가 빈번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이는 분량을 정하지 않은 상태의 글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분량에 대한 중요도가 많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블로그를 시작하는 경우 스스로 '분량을 가진 저널'로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온라인 독자들은 지루한 것을 싫어하지만, 더 싫어하는 것은 내용도 없고 산만한 글이다.
분량은 나중에 외고나 칼럼 등의 기고를 할 때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정된 범위 안에서 정해진 기획 내용을 쏟아 부어야 할 때 머릿 속에 전체 분량을 먼저 생각한다면 훨씬 글쓰기가 수월해진다.
또하나의 실험은 '
제목부터 쓰기'와 '
제목 나중에 달기'에 대한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목부터 쓰기가 훨씬 낫다. 적어도 제목부터 쓴 다음 내용을 쓰고 다시 제목을 검토해보는 습관은 글을 전체적으로 하나의 논리적인 연결성을 주기 쉽다.
장점 : 제목은 그만이 늘 후배들에게 표현하듯 '섹시'해야 한다. 제목이 흐리멍텅하면 내용에 대한 인상을 흐리게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지나치게 직설적인 것 보다는 사자성어, 또는 ~하는 몇 가지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글 쓸 때 제목을 계속 염두에 두면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단점 : 하지만 단점도 있다. 내용이 이것저것 많아 제목을 정하기 너무 어려운 경우다. 또는 제목과 동떨어진 내용이 전개될 때 제목은 글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놀게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에서 제목과 내용은 글 전체의 절반씩의 중요도를 가진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라고 제목이 말해주는 것이며 적절히 내용을 연상시키고 집중시킬 수 있는 제목이어야 한다.
이는 블로그 글을 쓸 때도 매우 중요하다. 웹은 전체 내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글을 소개해야 하는 콘텐츠 사이트의 경우 제목으로 그 글의 주목도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낚시'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낚시질'을 잘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내용이 그 낚시를 받혀줄 때 그 글은 빛이 날 수 있다.
블로그,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다. 주장이나 정보나 누군가에게 내 글을 읽히게 하는 작업이다.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말 것. 이것은 늘 옳은 말이다.
무엇보다 다독은 다작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