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판매하기 전 단계로 '베타 버전', 또는 '시험판'을 거치게 된다. 일단 완성 전 단계로 부족한 부분이나 버그 패치용도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검증된 버전이 '정식판'으로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판매용 소프트웨어 패키지 용어로만 사용되던 것이 최근에는 온라인 게임이 유료화 단계에 진입하기 전에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는 단계를 나눌 때도 '베타'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일정 사용자만 사용할 수 있는 테스트 버전인 '클로즈베타'에 이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단계로 유료화 직전 2, 3개월 동안 실시하는 최종 테스트 버전을 '오픈베타'라고 부른다.
이렇게 유료화를 기반으로 한 성능 시험판의 의미로 사용되는 '베타'라는 용어가 무료 인터넷 서비스의 대명사인 포털업계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 야후(www.yahoo.com)가 앤서즈(Answers) 서비스를 베타 오픈했다. 국내 포털의 기본 서비스가 된 '지식 검색'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으로 모든 것을 갖춰놓고 출발한 것이 아니라 일단 사용자의 반응과 기능을 실험하기 위한 것으로 누구나 '써볼 수 있다'.
특히 구글이 내놓는 서비스에 이러한 '베타' 전략이 많이 차용되는데 구글 어스, 구글 데스크톱, 구글 베이스, 지메일 등 대부분의 서비스가 '베타'라는 이름을 달고 서비스되기 시작해 한참 지난 후에 '베타' 꼬리표를 떼 내고 정식 서비스가 된다.
국내 포털업계도 그동안 '미완성'의 의미에서 벗어나기 시작해 '최신'이란 뜻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베타'라는 용어를 당당하게 도입하고 있다.
최근 NHN은 마치 온라인 게임의 클로즈 베타 서비스 처럼 네이버 데스크톱 베타테스터 모집에 나섰다. 네이버(www.naver.com)는 총 3000명을 대상으로 주요 서비스와 각종 생활정보를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네이버 데스크톱’의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NHN은 이외에 네이버 툴바 2.0을 선보이면서 '베타' 꼬리표를 붙였으며 동영상 검색 서비스도 시범서비스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베타' 서비스 형태는 다음, 파란도 적극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다음(www.daum.net)은 지난 15일 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베타 서비스 형태로 선보였다. KTH(대표 송영한)가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 파란(www.paran.com)은 연예인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스타 팅레터’서비스를 파란루키를 통해 베타 서비스한다. 파란은 메신저 서비스인 'U2'도 베타 테스트에 돌입했다.
야후도 지난 22일 동영상 및 음악 파일을 검색하고 자유자재로 재생하며 CD를 굽고 MP3를 만드는 것까지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서비스인 '판' 서비스를 베타 버전으로 선보였다.
베타라는 말 대신 '시범 서비스'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지만 마치 영화처럼 '예고편'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서비스도 있다. 인터넷 마니아들 사이에서 한국형 구글로 관심을 끌고 있는 첫눈(www.1noon.com)의 경우 현재 정식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지만 '예고편2'까지 선보이면서 사용자들로부터 피드백을 꾸준히 받아들이고 있는중이다.
닫힌 '클로즈 베타'에서 사용자와 함께 만드는 '오픈베타'로 진화
'베타' 버전은 일단 완벽한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식 서비스와 다르다. 사용중 오류가 생길 수도 있고 기능이 미흡할 수도 있는 미완성 버전을 이렇게 당당하게 수많은 사용자에게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털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서비스란 것이 어차피 최종 완성단계가 없을 뿐더러 특히 시시각각 기능이 추가되는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차라리 일찍 공개해 사용자들로부터 기술을 선도한다는 느낌과 더불어 기능에 대한 사용자 피드백을 빨리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베타 버전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편으로는 '베타 서비스'라는 의미 자체가 미완성 버전이란 점 때문에 미흡한 기능에 대해서 '면피'할 수 있다는 점과 잦은 기능 개선에 대해 사용자들의 이해를 구하기 쉽다는 점도 '베타'라는 꼬리표를 달고 서비스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R&D센터의 윤석찬 연구원은 최근 칼럼에서 구글의 G메일의 경우 "베타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는 독특한 자부심과 은근한 만족이 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웹2.0의 주창자인 한 팀 오라일리는 웹2.0을 이끄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해 설명하면서 "오픈 소스 개발 지침의 영향으로 사용자는 공동 개발자로 취급되어야한다.(심지어 문제의 소프트웨어가 오픈 소스 라이선스하에 릴리스 될 것 같지 않더라도 말이다) 오픈 소스 격언인 '빨리 출시하고, 자주 출시한다(release early and release often)"는 실제로 소프트웨어가 보다 극단적인 위치, "영원한 베타(the perpetual beta)'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제품이 공개된 장소에서 개발되며 월간, 주간 또는 심지어 일일 단위로 새로운 기능이 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메일(Gmail), 구글 맵스, 플리커(Flickr), 딜리셔스(del.icio.us) 같은 서비스들이 동시에 수년째 "베타" 로고를 갖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인터넷 서비스가 점차 갇혀진 전문가만 사용하던 '클로즈 베타'에서 사용자와 함께 만들어 가는 '오픈베타'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명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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