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한 잔 했습니다. 30대 후반 남자 넷이 모여서 어찌나 즐거운 수다를 떨었는지 집으로 돌아갈 때쯤엔 내 안에서 증강되고 있는 여성 호르몬 수치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죠. ㅋㅋ
어제 친구중 하나가 얼큰하게 취해서 제게 그러더군요.
"야, 너 여자 생긴 거 확실한 거 같아"
"왜?"
"사람이 변할 때는 이유가 있는데, 여자가 생겼으니 이렇게 변한 거 아니겠어?"
"... 빈곤한 상상력 하고는.. 쯧"
사실 제가 요즘 사춘기 소년 처럼 변하고 있죠. 늘 짧은 머리를 고수하다가 생전 처음으로 뒷 머리카락을 길러보고 있습니다. 앞머리도 가리마를 달리 해서 분위기를 바꾸기도 했죠.
라식을 해서 안경도 벗었죠. 물론 도수 없는 뿔테 안경을 따로 사놓고 가끔 기분 전환 겸 쓰고 다닙니다.
늘 세상의 모든 근심을 내 안에 담아 둔 채 담배 연기로 뿜어대던 습관 역시 일찌감치 버렸습니다. 설날 이후로 아직까지 담배를 안 피고 있는데요. 끊었다기보다 이젠 아예 담배에 대한 기억 조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예전에 잠깐 끼고 다니던 귀걸이도 왼쪽 귀에 끼고 다닙니다.
이런저런 작은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죠.
이유는 사실 별거 없습니다. 라식은 '노안 오기 전에 맑은 세상을 보고 싶어서'이긴 했지만 솔직히 작정하고 수술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일주일 정도였으니 즉흥적이었구요. 금연 역시 그랬구요. 머리카락 역시 그냥 자르지 않고 기르다보니 스타일을 다르게 줘야 덜 지저분하다는 생각에 바꾼 것이지요.
그리고나서 많은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잘 못 알아 보는 사람이 절반, 알아보고는 많이 바뀐 모습에 깜짝 놀라는 사람 반 그러네요.
그런데 이상하게 한결같이 이러더군요.
"왜 그래?", "여자 생겼어?"
서른 후반 남자의 변신은 '여자' 때문이라는 공식 같은 것이 있나봅니다. ㅋㅋ.. 일단 제게는 해당사항이 아닌데다 많은 다른 남자들의 변신이 그것 때문이라고 보지도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겉모습이 변하는 이유를 찾고 싶은데, 딱히 이유가 떠오르지 않거나 당사자가 직접 이유를 말하기 전에는 아주 관용적인 표현으로 "여자 생겼어?"라는 식의 얼토당토 않은 원인을 제시하면서 상대방이 '진짜 이유'를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요즘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은근히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성들도 이런 변화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종종 의상과 헤어스타일과 화장을 변화시키는가 봅니다.
이제 슬슬 다들 익숙해질 때가 되어서 제 주변 사람들은 별 이야기가 없지만 어제 근 반년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지난 한 달 동안 들었던 여자 생겼냐는 '관용어구'를 다시 들으니 재미있네요.
여러분도 괜히 자기 스타일 고수하면서 '지조'만 챙기지 말고 생활 속 작은 변화를 주는 '게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소녀시대 허벅지 보면서 침 흘리는 모습으로 상상되는 '꼰대' 소리 듣지 말고요. ㅋㅋ
겸사겸사 감동적인 포스트 하나 추천합니다. 저는 이 분이 살아가시는 열정의 100분의 1 정도만이라도 갖췄으면 좋겠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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