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마치 용이 하늘로 치솟는듯한 기세로 상장되자마자 상한가 행진을 기록했던 블루멈(전 골드뱅크)가 4일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인터넷이 전국민의 관심사였고 모두가 인터넷에 자기 집 짓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던 시절 골드뱅크의 등장과 함께 인터넷이 단순히 도서관이 아닌 장터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아직도 기억 난다. 골드뱅크의 무서운 질주와 어리바리하게 우루루 뒤쫓아 오면서 아첨하던 언론인들이.
당시는 골드뱅크로 상징화되던 닷컴 버블시절이었다. 많은 기자들이 테헤란로 지도를 마치 신주단지 모시듯 쥐고 있었고 골드뱅크를 비롯한 몇 개 회사의 상장 후 대박은 많은 이들에게 유혹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나라는 98년부터 2000년까지 외환위기에 신음하면서도 한쪽에서는 서울 강남역부터 시작되는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테헤란벨리라는 신기루에 홀려 있었다.
골드뱅크는 그렇게 등장했다.
1997년 인포뱅크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으며 1998년 10월 골드뱅크라는 이름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시작 시점의 주가는 주당 800원이었지만 1999년 16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폭등하며 같은해 5월에는 주가가 3만700원까지 도달했다. 무려 3800% 달하는 경이적인 성적이었다.
하지만 일장춘몽이었을까. 99년 7월 이후 대폭락을 이어나갔다. 이처럼 역동적인 그래프를 누가 만들 수 있을까.
골드뱅크 상장 폐지 소식을 접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회자되는 이야기 속에 감춰진 더러운 피들의 난장판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소회에 불과해서 일반화하기 힘들지만 10년 이상 인터넷 바닥을 전전하면서 듣고 본 내용이 모두 헛된 것은 아닐테니 오늘 다시 기억을 상기해본다.
90년대 말 당시 어마어마한 작전세력들이 인터넷주를 휘젓고 다녔으며 90년대 말 어설픈 기자 출신과 대기업 출신 임원들이 자신만 믿으라며 인터넷 기업의 창업주들에게 분식회계 기법을 강의하고 지분율 조작을 통해 내모는 등 온갖 몹쓸 짓을 하고 나서 '인터넷은 역시 아니더라' 하며 퇴장했다.
더러운 피를 가진 기자들은 연신 좋은 기사를 써주겠다며 지분과 정보를 요구했고 산업사회 유산인 촌지 수수 관행을 IT 업계로 끌어들여 유통사부터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룸싸롱을 전전하며 BM만 달랑 있는 인터넷 기업의 투자자와 기업가에게 한 밤중에 카드를 가지고 나오라고 불러대던 기자들을 아직 기억한다.
더러운 피를 가진 대기업 출신 컨설턴트와 회계부정을 무슨 공식처럼 읊어대던 대기업 출신 임원들 역시 기억한다.
정부가 IT에 올인하면서 온갖 산업 지원 지원금이 쏟아지고 앉아서 놀면서 수천억원을 움직이는 공무원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들은 숨어 있는 진주를 찾기보다 꾼들이 노리기 손쉬운 공모전으로 돈을 낭비했다. 대기업들은 일제히 자회사를 만들어 피나는 가격 경쟁에 들어갔고 구축 사례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공공기관 입찰에는 대기업들끼리의 리베이트 경쟁이 불붙었다.
그리고 나서는 하도급에 재도급을 주며 갑에서 을, 병, 정의 서러운 IT 생태계를 만들었다. 정부의 무능력함과 더러운 리베이트, 대기업의 잔인한 경쟁자 죽이기, 따라하기, 베끼기, 아이디어 빼앗기의 폭력 속에 인터넷은 비실대기 시작했다. 아이디어 하나를 무기로 삼았던 청년들은 '을로 산다는 것'에 대해 탄식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혹자는 IT 거품에 대해 부실한 비즈니스 모델로 대박을 꿈꾸던 한낱 청년들의 꿈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아니다. IT 거품을 만든 것은 이 사회 구조였으며 다만 이 순진한 청년들은 꿈을 현실로 만들려다 현실 속에 꿈을 헌납해버린 것에 불과했다.
세상을 바꾸려다 세상 때문에 바뀐 이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것인가.
**. 쓰고 보니 약간 오해가 있을 수 있겠네요.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골드뱅크 김진호 창업자의 회계 부정과 공금횡령 등의 어이 없는 짓들을 변호하려던 글은 아닙니다.
**덧, 이 글이 나가고 트위터에서 이 글과 관련한 단상들이 댓글 형태로 게시되어 이를 여기로 가져와봅니다. (나름 새로운 시도? 완전 수동이지만 ㅋㅋ)
현재 시간 : 2009년 9월 1일 11시 15분.
hur@hiconcep @xguru @channyun @hur @ringmedia 다만, 미국같이 사회적 기반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과정을 겪은 우리는, 그 반발로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침체하였다는 점이 많이 아쉽죠. 사회적, 심리적 모두.10 minutes ago from Tweetie in reply to hiconcep
hur@xguru @channyun @hur @hiconcep @ringmedia 사실 온 세계가 다 미쳐 있었고, 이런것에 약한 인간의 본성 때문에, 우리만 특별히 더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12 minutes ago from Tweetie in reply to xguru
haawoo@ringmedia @channyun @hur @hiconcep 닷컴 열풍이 한창일 때는 초/중학생들도 그 대열에 많았지요 그게 바람직한 거였는지는 함 돌아볼 필요가 있지만 사회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침체되어 있다는 느낌에는 공감합니다23 minutes ago from Mixero in reply to ringmedia
100star경험자1인RT @xguru: @channyun @hur @hiconcep @ringmedia 그 시절에 기술만 믿고 작은 회사로 먹고 살다가 여기저기서 휘둘려본 경험때문에 절대 국내에선 창업 안한다고 맘먹었습니다. 지금이라고 많이 변했을거 같진 ...about 1 hour ago from TweetDeck
hiconcep저도 이게 제일 슬픕니다. RT @ringmedia: @channyun: @hur 닷컴버블 붕괴 이후 과감했던 분들이 소심하게 변해가고 믿음보다 의심이 더 많은 분들로 바뀌는 모습을 볼 때. 무엇보다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줄어about 1 hour ago from Seesmic
xguru@channyun @hur @hiconcep @ringmedia 그 시절에 기술만 믿고 작은 회사로 먹고 살다가 여기저기서 휘둘려본 경험때문에 절대 국내에선 창업 안한다고 맘먹었습니다. 지금이라고 많이 변했을거 같진 않아요.about 1 hour ago from twhirl in reply to channyun
pdw90저도 97년도에 공모해서 주식 5만원치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 기억에는 수익 좀 내고 팔았던 기억이 나네요. 10년이 지나서 상폐.RT @ringmedia: 골드뱅크 상장 폐지와 더러운 피, 닷컴버블의 기억 http://ringblog.net/1672about 1 hour ago from Seesmic
channyun@hur @hiconcep @ringmedia 저도 닷컴 버블 기간에 피치못하게 많이 만나고 일하게도 되고 그랬는데 정말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을 했었습니다.about 1 hour ago from Seesmic in reply to hur
johnnyook햐~ 골드뱅크..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RT @hur: 제 경험으로는 그 파도에 편승하였던 당사자들도 '순진한 청년'들은 아니었습니다 ㅠ.ㅠ RT @hiconcep: RT @ringmedia: 골드뱅크 상장 폐지와 더러운 피, 닷컴버블의 기 ...about 1 hour ago from twhirl
hur제 경험으로는 그 파도에 편승하였던 당사자들도 '순진한 청년'들은 아니었습니다 ㅠ.ㅠ RT @hiconcep: RT @ringmedia: 골드뱅크 상장 폐지와 더러운 피, 닷컴버블의 기억 http://ringblog.net/1672about 1 hour ago from Tweetie
iNsens창립첫해 모은 포인트로 산 티셔츠가 집에 어디 있다는. RT @hiconcep: 골뱅이 드디어 상장폐지 되었군요. RT @ringmedia: 골드뱅크 상장 폐지와 더러운 피, 닷컴버블의 기억 http://ringblog.net/1672about 1 hour ago from twhirl
hiconcep골뱅이 드디어 상장폐지 되었군요. RT @ringmedia: 골드뱅크 상장 폐지와 더러운 피, 닷컴버블의 기억 http://ringblog.net/1672about 1 hour ago from Sees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