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겸영에 대한 논란이 '예상대로' 뜨겁군요.
근데 좀 웃기죠?
신문업계만 환영할 뿐 방송업계는 불편해 하는 모양새인데요. 신문업계라고 다 환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방송이란 것이 그리 만만한 영역이 아니라서 엄청난 투자비를 감당해야 하고 방송 시스템 전반이 수익과 연결되어 기업으로 생존할만큼의 수준이 되려면 엄청난 초기 손실을 감당해야 합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인터넷 이외의 모든 매체들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에 이미 '레드오션'에 진입해봤자 생존을 담보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일단 신문방송 겸영에 대한 반대 이야기가 '여론 독과점'에 대한 것으로만 몰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의아스럽네요. '미디어 산업'으로서도 신문방송 겸영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이라면 뻔하게 알텐데 말이죠. 결국 '뻘짓'이자 사회적 '자원 낭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부득불 방송하고 싶다는 사람 말리기도 힘들겠죠. 근데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웃기지도 않는 논리를 대는 분들도 좀 우습네요.
제아무리 동일한 미디어 그룹이라 하더라도 신문 종사자와 방송 종사자의 작업 방식은 천양지차입니다. 일부 신문 종사자가 방송에 출연할 수도 있겠고 방송 출연자가 신문에 기고를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런 원소스 멀티유즈 방식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신문과 방송은 따로 갈 수밖에 없고 통일된 목소리는 그다지 오래 유지되지도 않을 겁니다. 신문사에서 내놓고 있는 잡지들이 종종 신문사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와 마찬가지죠. 내부 조직적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죠. 신문과 방송 양측이 영세해지고 품질은 곤두박질 치고 서로 한 이야기만 반복하는 끔찍한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일단 신문방송 겸영으로 방송사들은 절대 신문업계에 손을 대지 않을 겁니다. 사양 산업에 손을 대는 것은 좀 웃기는 모양새이니까요. 그나마 신문업계가 방송에 눈독을 들이겠지만 과연 제대로 진입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일단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있는 곳 역시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조중동 정도라는데요. 이마저도 우회 지분 매입 등의 절차를 고민하는 곳이 많죠. 직접 투자는 자칫 엄청난 손실로 이어져 결국 줄도산의 위험도 감수해야 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금융계가 과연 이들 신문업계의 방송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냐입니다. 요즘같아서는 십원 한 푼 꿔주기 아까울 것이고 그나마 이전의 대출금 회수를 못하는(안 하는 것이 아닌 못하는) 상황이 바뀔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은행은 물론 벤처캐피탈 등 신문사에 떼인돈만 해도 엄청날 겁니다. 벙어리 냉가슴이죠.
그렇다면 결국 대기업인데요. 대기업들의 미디어 진출이 가능은 하겠지만 과연 정치적 부담을 안고 과다한 초기 투자를 감당할 곳은 어디일까요? CJ미디어? 온미디어? 이들이 노리는 영역은 고수익 구조가 가능한 엔터테인먼트이지 뉴스나 보도, 다큐멘터리는 아니랍니다. 게다가 신문이라는 고비용저효율 산업에 발을 담글 필요가 있을까요?
여전히 불합리한 우리나라 미디어 업계가 이러한 불필요하고 어이없는 발상들이 현실로 나타나도록 하고 있다고 봅니다. 신문업계가 엄청난 투자비를 들여 돈도 안 될 것이 뻔한 보도채널과 종합편성 채널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결국 '영향력'이라는 허상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도 영향력은 돈을 벌어다주는 주요한 매개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과연 그 영향력이 방송을 가진다고 해서, 한방에 올 수 있을까요?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기업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일일까요?
아마도 많은 기업 담당자들의 머릿 속은 복잡할 겁니다.
어느 지인의 말 처럼 "에효... 또 방송 만들면 얼마나 달라고 떼를 쓸까."
더 코미디는 민영 미디어렙이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그걸 또 신문들은 환영한다 어쩐다 그러는 거죠. 그게 오히려 안정된 밥줄 걷어차는 건지도 모르고 그러는 것 같아 실소마저 나오네요. 이래저래 웃기는 모양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