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한국언론재단이 격년마다 발간하는
'200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의 요약본을 보면서 재미있는 몇 가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발견했다기보다 통계를 들여다보면서 통계 수치에 대한 의미 부여를 다른 시각으로 하다보면 종종 색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를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2008 언론수용자 조사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은 요약 결론에서도 나왔듯이,
이번 수용자 의식조사 결과의 특징은 신문의 구독률 및 평가 하락, 인터넷의 신뢰도, 만족도, 영향력 상승, 그리고 신문, 방송, 라디오 등 전통 매체 이용 감소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한 성별, 연령별, 지역별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따른 매체 이용행태와 평가의 차별성도 분명히 드러났다
중요한 것은 조사 결과 언론에 대한 인식과 수용자 태도가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구분해서 보면 차이가 뚜렷이 드러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일반적으로 보도하다보면 단순히 순위 매기기 식이 되는데요. 일반적인 보도 기사의 경우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오죠.
언론수용자들이 꼽은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는 KBS(31.6%), MBC(21.8%), 네이버(17.3%), 다음(4.1%), 조선일보(4.0%) 등이었음. 신뢰하는 매체 역시 KBS(30.1%)가 1순위였고, MBC(21.3%), 네이버(13.7%), 조선일보(5.2%), 다음(3.3%) 등으로 나타남
순서대로 보면, KBS-MBC-네이버-다음-조선일보 순으로 영향력 매체를 나열할 수 있고, 신뢰 매체로는 KBS-MBC-네이버-조선일보-다음 순으로 나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조사 데이터가 일단 공개된 이상 이 데이터의 세밀한 부분을 좀더 자신의 기준으로 나눠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우선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매체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조사 결과 표를 보면
요약본에서 보시구요.
29세 이하 연령대, 즉 향후 미디어 주요 소비자로 성장하면서 시대를 이끌어나갈 젊은 계층이 생각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는,
네이버(34.5%)-KBS(20.3%)-MBC(19.6%)-다음(5.7%)-기타(5.1%)-SBS(3.9%)-조선일보(2.7%) 순으로 나옵니다.
충격적이지 않습니까? 29세 이하 젊은 계층에서는 조선일보보다 네이버가 10배 이상 영향력이 높은 매체로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자, 그럼 신문들이 최소한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엘리트, 사회지도 계층, 또는 고학력 화이트칼라들에 대한 조사를 좀 요리해볼까요? 아쉽게도 이런 인구통계학적인 구분은 현재 자료에 없으니 일단 학력으로만 보죠.
대학재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의 영향력 인식만을 살펴보면,
네이버(25.2%)-KBS(24.2%)-MBC(19.5%)-다음(5.9%)-기타(4.8%)-조선일보(5.1%)-SBS(3.3%) 순입니다.
그렇다면, 신뢰성은 어떨까요? 흔히 인터넷은 신뢰도에서 늘 '괴담이나 떠돌고 악플이 넘쳐나는 공간'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데 신뢰도 차이는 있을까요?
역시
29세 이하의 젊은 계층들이 생각하는 신뢰하는 매체는,
네이버(27.5%)-MBC(20.3%)-KBS(19.8%)-기타(6.2%)-다음(5.2%)-조선일보(2.9%)-SBS(3.0%) 순입니다.
대재 이상의 학력자들의 신뢰하는 매체 순위는,
KBS(23.1%)-네이버(19.4%)-MBC(18.4%)-기타(6.6%)-조선일보(6.4%)-다음(4.8%)-중앙일보(3.1%) 순입니다.
자, 여기까지만 봐도 네이버의 엄청난 영향력과 향후 벌어지게 될 미디어 빅뱅에서 네이버가 얼마나 유리한 고지에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포털이 신문과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미 방송과 경쟁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향후 어쩌면 방송보다 포털을 더 신뢰하고 더 영향을 많이 받는 매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지 않습니까?
또 하나, 그렇다면 이렇게 그냥 줄을 세워서 보면 좀 어색하니까, 같은 사안을 동시에 각 매체들이 보도할 경우를 상정한 '동시보도시 가장 신뢰하는 매체' 항목을 볼까요? 이것은 그림을 그려보도록 하죠. 제가 강연 나갈 때 종종 인용하는 슬라이드입니다.
방송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매우 크죠, 신문의 신뢰도가 급전직하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적인 것이니까, 일단 촛불집회가 있었던 2008년도 조사에서 인터넷이 신뢰도면에서 오히려 신문을 앞서는 역전 현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도표에서는 10% 미만인 라디오와 잡지는 뺐습니다.
매체별 신뢰도와 만족도만을 놓고 봐도 지상파TV가 5점 척도를 기준으로 만족도는 3.38, 신뢰도는 3.39인데 반해 인터넷은 만족도 3.46, 신뢰도는 이보다 좀 낮은 3.35를 기록합니다. 전국종합신문은 만족도 3.05, 신뢰도 3.11인 것을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도 인터넷의 만족도와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체의 성격이나 이용 이유를 보면 또 재미 있는 결과를 뽑아 낼 수 있습니다.
매체 이용자의 매체 이용 이유를 %로 나눠보면, 전국종합신문은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38.7%)이며 습관적으로(26.2%), 뉴스를 보거나 듣기 위해(23.9%)가 주요한 이용 사유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은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 이용하는 비율이 신문보다 약간 높은 42.1% 정도였지만 업무(공부) 생활에 필요한 전문적 정보를 얻기 위해 이용한다는 비율이 21.6%로 압도적으로 실용적인 이유가 높게 나타났고 상대적으로 습관적으로(9.3%)나 시간을 보내기 위해(3.8%) 사용하는 비율은 낮게 조사됐습니다.
결론적으로
인터넷은 실용적이고 전문적인 매체이며, 사용자들이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매체를 이용하려 할 때는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걸 두고
게임 오버라고 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