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인터뷰는 매체적 특성상 시간 제약과 함께 충분한 사색보다는 질문에 의한 답변을 해야 하는 즉흥성을 감안해야 한다.
질문자는 준비돼 있고 답변자는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런 제약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이 건은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다음의 기사를 보자.
◇ 민경중 / 진행
포털은 사실 뉴스 유통 업자라고 볼 수 있는데요. 언론의 자격을 갖기에는 다소 불충분한 것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고요? 또 이럴 경우에 포털이 정말 언론사를 사는 경우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부분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나경원
포털이 언론으로서의 자격을 함부로 줄 수 있느냐, 이렇게 볼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아마 그동안 포털을 언론으로 봐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이런 얘기들을 하신 것 같은데요. 저희는 언론중재법이나 신문법이나 이렇게 규율하는 것이 결국 어떤 매체의 중심으로, 그동안 신문법이 사실은 신문에 관한 것을 규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신문이라 하면 일간신문, 뉴스 통신사, 인터넷 신문 등을 말한다, 이렇게 돼 있기 때문에 포털은 포함이 안 돼 있는데요.
이렇게 매체 중심으로 할 것이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하거나 규율해야 될 부분은, 기능 중심으로 하는 것이 맞다, 포털도 그렇게 해서 규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경원 "포털도 언론…포털에서도 요구 많았다"[CBS노컷뉴스(CBS <김현정의 뉴스쇼>)]
먼저, 질문자는 두 가지를 묻는다.
"포털은 언론 자격으로 불충분한 것 아니냐"
"언론이라면 정말 언론사를 사는 경우도 있지 않겠는가"
답변은 첫번째 답변에서 일단 꼬여서 두 번째 답변은 그냥 '시간 관계상' 사라져버렸다.
여기서 또 하나 문제는 "규율해야 될 부분"이라는 문맥이다. 이 기가 막힌 이야기는 "언론은 규율할 대상"이며 따라서 "포털을 기능상 언론으로 편입시켜 규율해야 한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원초적으로 나경원 의원의 머릿 속에는 "친 정부 언론은 그대로", "반 정부 성향의 매체는 규율할 언론"으로 규정 짓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신문법에서는 아쉽게도 그렇게 규율에 대한 조항이 없다. 다만 언론사(신문 등 정기간행물)에 대한 규정과 함께 신문 자유를 증진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자율규제 조항을 두고 있을 뿐이다.
언론중재법도 명칭이 말해주듯 언론사와 피해 당사자 사이의 자율적인 조정과 중재 기능을 위한 법이다.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청구에 의한 중재 결정이 제재수단이지만 이를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으면 역시 형사와 민사로 갈 뿐이다. 이는 언론의 기능으로 인한 피해를 조기에 판단해 중재를 내리고 피해 확산을 막도록 '문제 해결을 위한 중간 편의 단계'를 규정하는 법이다.
다만 방송법은 사회적 희소자원을 국가가 관리하도록 위임하고 이를 통한 사업자 승인권 등을 국가가 독점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전파의 침투성 역시 방송 사업자를 국가가 승인하도록 만들어진 근본 원인이다. 방송법과 신문 관계법과는 이런 의미에서 '매체 자원의 소유와 관리 권한'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신문법과 방송법은 따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 내용 자체를 규율하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형사와 민사에 동시 적용되는 명예훼손이나 허위 사실 공표 등은 언론관계법보다는 형사와 민사에 좀더 밀접한 조항일 뿐이다. 신문의 사회적 책임, 또한 균형 보도에 대한 조항 역시 '선언'적일 뿐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조중동 조차 헌재에 위헌제청을 한 사안이지만 헌재에 의해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이유는 이같은 선언적인 규정이 신문의 기능을 위축시킨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는 것이었다.
◇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조 = 헌재는 신문의 사회적 책임과 공정성, 공익성을 강조한 신문법 제4,5조의 헌법소원은 각하했다.
청구인들이 신군부 시절의 언론기본법에서 유래했다며 강하게 비판한 이 조항은 ‘정기간행물은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균형있게 수렴하고 지역간ㆍ세대간ㆍ계층간ㆍ성별간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된다’고 못박고 있다.
의견이 다른 집단이나 정치적 이해 당사자에 관한 보도는 균형을 유지하도록 한 내용도 담고 있다.
청구인들은 균형을 맞추다보면 결국 모든 신문이 ‘무색무취’할 수밖에 없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언론기본법에 담겨 있다가 이 법을 대체해 만들어진 정기간행물법에서 삭제됐지만 신문법에서 다시 포함됐다.
헌재는 이와 관련, “신문의 공적 기능 및 책임에 관한 추상적ㆍ선언적 규정”이라며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 판단 핵심근거는 언론 사회적 책임 강조[조선일보] 2006.06.29
이러한 추상적이고 선언적 규정이 언론을 '규율'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는 어떤 언론학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신문법의 무엇을 가지고 포털을 언론으로 규정하여 '규율한다'는 것일까? 기껏해야 '편집위원회 설치', '편집 방향 공개', '독자 위원회 설치' 따위로 규율하지는 못할 것이고 이미 이런 식의 대처는 거의 모든 포털이 법 이전에 자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내용이다.
도대체가 앞뒤도 안 맞고 법 안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도 모르고 자기가 만들려고 하는 법이 얼마나 엉성하고 반 시장적인 법인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자랑스러운 법관 출신 국회의원의 언사에 마음만 불편할 뿐이다.
나경원 의원은, 앞서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과 관련해서도 법관 출신으로서는 허무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언론의 보도에 의한 것과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법원이 조정을 적극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고요. 당사자들이 조정을 원해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법원이 적극적으로 조정을 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끼리 이렇게 조정해주십쇼, 하는 요청에 의해서 조정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중략)...이것은 법원의 조정 권유를 KBS가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KBS가 적극적으로 국세청과 조정하자, 금년 안으로 끝내자, 해서 그렇게 조정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법원의 권유를 받아들인 조정과는 좀 다른 형식이죠.
출처는 위와 같다.
민망하게도 법원의 조정행위에 대해 법원에 의한 적극적인 권유와 당사자들의 권유를 받아들인 조정을 서로 다른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같은 '조정 결정'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풀이라 할 수 있다. 이 엽기적인 풀이를 나중에 꼭 사법 시험에도 넣기를 바란다. "법관은 조정 결정을 내릴 때 반드시 스스로 결정해야지 당사자들의 상호 조정을 받아들여봤자 소용 없다."란 말이니까. 삼권 분립은 애초에 관심도 없었나보다.
참 세상은 요지경이다. 글자 그대로를 해석하는 것도 이렇게 상황마다 입장마다 다를텐데 과연 현재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미디어 관계법이 통합적인 연구에 의해 기능별로 통합되고 분야별로 규정되어 '언론 자유를 신장시키는 수단'으로 기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이라면 '규율과 규제'만 떠올리는 얼토당토 않은 황당한 논리만 무성한 세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