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인터넷 세상에는 '페이지뷰'라는 절대 가치가 있었다.
HTML 페이지가 사용자의 브라우저에서 한 번 불러들이면 '페이지뷰(Page views)' 한 번이 잡힌다.
100만 페이지뷰라면 한 사람이든, 수십만명이든 상관없이 공급자가 100만 페이지를 상대방의 호출에 응답해 보냈다는 의미가 된다.
초기 인터넷에서 이 페이지뷰가 기존 미디어의 구독률, 시청률, 청취율 등의 기준과 거의 같게 사용되었던 적이 있었다. 모두 공급자 위주의 사고방식이다. 사용자들이 어떤 반응을 일으켰는지 자체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미디어란 원래 자기위주니까.
그러다가 페이지뷰에게 문제가 생겼다. 페이지를 여러 개로 분할하여 여러 페이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을 교묘하게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한 페이지를 보는 것 같지만 여러 페이지를 한꺼번에 보는 것으로 간주되어 페이지뷰는 순식간에 2, 3배가 늘어나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광고주들이 이런 문제를 인식 못했던 것도 아니다. 초기부터 페이지의 임프레션은 참고사항일 뿐 배너 광고를 달 때는 광고에 코드를 심어 노출량(임프레션)을 따로 집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기술을 개발해 제공한 곳이 바로 더블클릭이라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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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5 구글, 인터넷 광고 독점 심상찮다.2006/04/01 '전직-현직 유망주' 더블클릭과 구글의 엇갈린 운명근데 이것도 문제가 생겼다. 미디어는 또 역시 자기중심적이다. 광고주를 속이기 위한 꼼수에 들어간다. 더블클릭의 롤링페이지(2개 이상의 공통영역 광고에 대해 시간당 노출량 조절을 하기 위해 무작위로 노출하는 방식) 기능을 이용해 2, 3개의 똑같은 광고를 노출주기를 짧게 해 롤링시킨다. 이렇게 되면 광고주에게 전달되는 리포트는 총량의 임프레션이 시간과 관계 없이 상당한 양의 노출량을 기록하게 된다.
다시 광고주가 반격을 가한다. 노출총량을 늘리기 위한 꼼수를 잡아내기보다 효율에 대한 광고비 집행을 시작한 것이다. 노출총량이 많아지면 당연히 '클릭수'가 적어진다는 것을 노린 것이다. 물론 광고마다 노림수가 다르겠지만 사용자 반응을 '클릭'이라는 행동으로 해석한 것이다.
대량의 노출을 보여주는 포털보다 작지만 충성도 높은 회사의 사이트에서 클릭이 노출량에 비해 더 많이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버티컬 전문 사이트들의 단가를 높여줄 수 있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광고주는 여기에 한 단계 머리를 더 쓴다. 노출량을 극대화하면서도 효율을 잡아낼 수 있도록 미디어에게 '최저 노출량'을 약속받고 클릭당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미디어를 압박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정리하면,
페이지뷰는 곧 노출량을 의미하며 노출은 사용자의 반응과 상관이 없음을 알아챈 광고주가 '클릭율'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미디어가 바보는 아니었다. 미디어의 반격을 들여다 보자.
일단 노출량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가 아닌 외부의 브라우저를 이용하기로 한다. 브라우저에 스크립트를 적용해 서버에 있는 페이지를 반복적으로 불러오게 만드는 것이다. 게임에서 몬스터 자동사냥 프로그램과 비슷한 방법이다. 반복적으로 페이지를 불러들여 광고 영역을 찾아 바로 [엔터] 키가 적용되게 하면 노출량이 많아지면서 클릭율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퇴근 후 밤새 이 스크립트를 적용하는 경우도 봤다.
이러자 수치가 거짓말을 하게 되고 마치 신문사들이 발행부수를 뻥치는 것과 별반 차이 없는 상황이 발생이 된다. 그래서 다시 광고 솔루션에 이런 반복 이상 클릭을 제거하는 기능이 추가될 수밖에 없었다. 페이지뷰를 이상 증가 현상인 '어뷰징'은 의미 없는 수치로 제거하는 통계상의 기법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해진 것이다.
그러면서 미디어는 다시 사용자들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회귀한다. 댓글을 달려면 팝업을 띄우거나 전혀 다른 페이지로 이동시킨다. 로그인을 하려면 다시 몇 페이지를 다시 로딩시키고 기사 하나 보고 댓글을 바로 보지 못하고 클릭을 해야 댓글 내용을 볼 수 있는 등 사용자의 페이지 불러오기 횟수를 늘리기 위한 기법을 사용한다.
특정 기능을 바꾸거나 새로 설정하려면 이상하게 한 페이지에서 가능할 것만 같은 내용도 여러 페이지를 건너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이것이 기획자들의 노림수다. 어차피 사용자들의 사용패턴은 중간에 멈추기보다 끝까지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고 이는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들지언정 더 많은 광고 임프레션과 광고 클릭을 유도할 기회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기획자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페이지뷰를 둘러싼 미디어와 광고주의 공방은 꽤나 오래 지속되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페이지뷰만을 측정하기에는 여러 보완 기술이 나와 있고 각종 리서치회사들이 동일한 조건으로 여러 사이트를 수평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측정 기술도 정밀해지면서 페이지뷰는 낡은 측정방법으로 쇠퇴하게 된다.
그렇다면 페이지뷰가 아닌 다른 측정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방문자(Visitors)는 단위 시간 안에 실제로 같거나 다른 사람이 얼마나 방문했느냐를 따지는 수치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여러번 방문하는 횟수가 많다면 이 사이트는 회원들의 충성도가 높거나 볼만한 콘텐츠나 이용할만한 기능이 많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여기에 IP나 로그인 기준의 단위 방문자(Unique Visitors)의 가치가 주목받게 된다. 매스 미디어의 영역에 도달하려면 전 대상 국민(또는 수용자) 모수에 비해 이 미디어를 이용하는 절대 이용자 수를 수치화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200만 국내 인터넷 이용자 수 가운데 1천만 UV를 확보한 사이트는 TV 시청률로 보면 30% 이상의 시청률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과 같다고 보면된다. 도달률이란 수치가 여기서 등장한다. 실제로 어느 정도의 범위에 이 미디어가 보여지는가를 수치화 할 수 있는 것이다.
UV가 PV의 자리를 위협한 가장 큰 이유는 어뷰징이 힘들다는 점이다. 페이지뷰는 공급자 중심의 방식인데 반해 UV는 수용자 중심의 방식이기 때문이다.더구나 최근 AJAX, Flex, 실버라이트 등의 기술은 한 페이지 안에서 사용자의 여러 반응을 애플리케이션 상태로 구현해주기 때문에 페이지뷰는 실제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RSS 피드를 통한 페이지를 벗어나 데이터만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기술이 날이 갈 수록 많아지고 있고 첫 페이지를 뛰어 넘어 검색을 통한 서브페이지의 접근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단순히 사이트의 메인페이지의 페이지뷰만으로 미디어 영향력이나 도달율을 검증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또한 API 공개 등을 통한 다양한 방식의 DB 호출 방식과 다양한 UI 구성이 매시업으로 가능해졌다. 동영상 사이트나 음악 사이트의 경우 해당 콘텐츠의 재생회수가 더 중요하다. 어느 페이지에 엮어 있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단일 도메인 단일 페이지 페이지뷰 중심의 사고가 구태의연해지게 된 것이다.
페이지뷰는 종말을 맞기 전에 그나마 '인당 페이지뷰', 즉 한 사람이 들어와 몇 페이지를 보았는가를 측정하는 기준이 인기를 끌었으나 이 때문에 국내 '폐쇄형 인터넷'의 왕국 구축이 더 완고해졌다는 비판을 듣고 있어 이마저도 '인당 재방문율'이나 '인당 체류시간' 등의 측정 방법에 밀리고 있다.
아직도 언론사나 국내 사이트들은 '페이지뷰'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페이지뷰에 집착하는 순간 사용자 편의성을 높여줄 수 있는 기술 도입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페이지뷰는 이미 뇌사상태다. 다시 살리려하기 보다 안락사시켜주기 바란다.관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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