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편집국은 항상 팽팽한 긴장관계가 조성되는 곳이다.

취재기자와 편집기자, 각 파트 팀장이나 부장과 일선 기자, 각 파트 부장과 편집국장, 사진기자와 편집기자, 각각의 업무 영역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전문인들끼리의 의견 충돌은 편집국 공기를 늘 팽팽하게 잡아당긴다.

재미있는 사건 하나 소개한다.

<국민> 또 기사 누락…이번엔 이동관 靑 대변인 투기 특종[프레시안]

꽤나 정치적으로 파괴력 있는 기사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보도한 곳은 프레시안이고 이 기사에 대한 여러 꼬인 상황은 국민일보 노조가 터뜨렸으며 원인 제공은 편집국 내부의 여러 이해 당사자 사이의 복잡한 기사 게재 판단들이다.

이 정치적 사건에 대한 특종 취재 과정과 국민일보가 취합한 팩트(사실)에 대해 자세히 기술돼 있지 않지만 스스로 특종을 잡고도 숨겼는데 나중에 다시 이를 다른 매체가 보도했다는 과정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사건 전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사 내용 가운데 편집국의 상황 묘사 또한 재미있다.

과다한 인용 죄송하다.

...노조에 따르면 <국민일보> 편집국은 28일 밤 편집회의를 통해 이 기사를 1면용 스트레이트 기사와 다른 면에 쓸 해설기사 1건으로 다루기로 결정했다. '단독으로 챙긴 새로운 팩트이니만큼 당연히 1면에 써야 한다'는 일부 보직간부들의 주장이 먹힌 것.
 
  그러나 밤 9시 30분쯤 변 국장과 취재 담당 부국장, 야간국장 등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이뤄진 직후라면 몰라도 지금 와서는 기사가 안 된다"는 이유로 이 기사가 1면용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사회부의 반발이 있자 편집국 간부들은 '1면에 갈 정도의 기사는 아니고 4면에 실어보자'고 제안했고 기사는 사회부 데스크를 거쳐 편집으로 넘어가 교열 완료까지 마쳤지만 결국 지면에 실리지 않았다. 이 경위에 대해 사회부장은 "기사는 1면에 나갈 때만 가치가 있다고 봐서 편집국장에 건의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이동관 대변인이 변 국장과 사회부장에게 몇 차례나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보내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며 "편집국 전언에 따르면 이 대변인은 '내가 잘못했다. 이번 건을 넘어가 주면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국민> 또 기사 누락…이번엔 이동관 靑 대변인 투기 특종[프레시안]

더 흥미로운 것은 밑줄 친 부분이다. '은혜'란다. 좋은 것을 실어줘도 은혜고 나쁜 것을 빼줘도 은혜다. 그들끼리의 은혜와 시혜, 혜택의 고리를 엿볼 수 있는 단초라면 오바일까?

흔히 구분하는 메이저라고 할 수도 없는 <국민일보>가 보여준 이런 모습은 그렇게 우리나라 언론의 역사를 압축시켜 놓았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프레시안>이 터뜨린 이 사건을 내가 거의 실시간으로 인지할 수 있었을까? 영향력은 엉뚱한 곳에서 발현될 수 있다. 미디어 2.0 세상, 솔직해야 하는 이유다. 오늘 오전부터 <프레시안> 외에도 많은 인터넷 매체들이 이 사건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이 기사의 생명력과 국민일보, 청와대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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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국민일보> 노조의 성명 전문.

기사가 안된다는 편집국장에게
국민일보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강원도 춘천 농지 취득과정에 대한 새로운 팩트(fact)를 확인, 취재하고도 기사를 지면에 싣지 않았다. 위임장이라는 문건까지 입수하고 당사자인 이 대변인이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도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형성과정에 대해 여전히 의혹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편집국 간부들은 “지금 시점에선 기사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보 사건팀은 4월 28일 춘천 현지 취재를 통해 이 대변인이 배우자가 외국에 있다고 거짓으로 기재한 위임장을 토대로 농업경영계획서를 대리 제출했고 이를 근거로 춘천 농지를 취득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 당 기자의 취재과정에서 이 대변인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현재까지 지면에 실리지 않고 있다. 노조가 29일 경위를 묻자 변재운 편집국장은 “첫째 기사가 안 된다고 판단했고, 둘째 회사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편집국은 28일 밤 편집회의를 통해 해당 기사를 내보낼지를 논의했다. 일부 보직간부들은 단독으로 챙긴 새로운 팩트인데 당연히 1면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격론 끝에 결론은 1면용 스트레이트 기사와 다른 면에 쓸 해설기사 1건을 더 준비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밤 9시30분쯤 상황이 달라졌다. 변 국장과 취재담당 부국장, 야간국장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이뤄진 직후라면 몰라도 지금 와서는 기사가 안 된다”는 이유로 기사가 1면용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사 회부의 반발이 있자 편집국 간부들은 “1면에 갈 정도의 기사는 아니고, 4면에 실어보자”는 제안을 했다. 취재기자는 밤 11시4분 기사를 작성해 전송했다. 기사는 사회부 데스크를 거쳐 편집으로 넘어가 교열 완료까지 났지만 결국 지면에 실리지 않았다.

그 경위에 대해 사회부장은 “그 기사는 1면에 나갈 때만 가치가 있다고 봤다. 4면에 축소돼 나가느니 차라리 안 내보내는 게 낫다고 판단해 편집국장에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물 론 이 과정에서 이 대변인은 변 국장과 사회부장에게 몇 차례나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보내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편집국 전언에 따르면 이 대변인은 “내가 잘못했다. 이번 건을 넘어가 주면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기사가 안 된다. 회사에 이익이 안 된다”는 편집국장과 편집국 간부들의 주장에 국민일보 기자 대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 또 이명박정부 인사와 관련된 기사들이 매번 이런 수난을 겪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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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30 11:31 2008/04/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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