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라이프 아시죠?
세컨드라이프를 제가 처음 보았을 때는 2004년 ZDNet에서 CNET 동영상 자막 한글화 처리를 하면서였습니다.
2004.7.8 또 다른 세상 속 세컨드 라이프[ZDNet Korea]
http://www.zdnet.co.kr/webtv/internet/0,39034165,10069763,00.htm
처음의 풋풋함이 느껴지실 겁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매우 신선한 시스템이었나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 안에서 경제권이 형성되고 있다는 말은 또다른 인터넷 이상주의에 대한 각성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일단 세컨드라이프의 시스템은 3D 게임의 그것과 같습니다. 내 계정을 설정하고 자신의 캐릭터인 아바타를 만들고 대화하고 린든 머니라는 가상 머니로 거래하고 등등..
솔직히 2004년 당시에 그만이 이 동영상 자막을 처리하면서 낯선 단어와 이 회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인터넷을 열심히 뒤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설립 초기에 우리나라 벤처 초기처럼 주목을 받았지만 중간에 특별한 이슈가 없어서 잠잠했었죠.
그만은 그 전에 우리나라에 있었던 조이월드, 다다월드 등의 3D 가상현실 플랫폼을 기억합니다. 아마 세컨드라이프의 초기 처럼 주목을 받았다가 어느덧 잠잠해지기 시작하더니 사라져 버린 추억의 플랫폼들이죠.
최근 세컨드라이프의 위기 징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입자들의 가입 증가율이 뚜렷히 떨어지고 있죠. 전세계적으로 그렇게 언론에 이름이 많이 오른 이 플랫폼(자신들의 주장에 따르면)에 계정을 만든 회원은 고작 1천만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2003년에 시작한 서비스 치고는 너무 그 확산속도가 늦다는 점을 인정 못하는 국내외 기자들의 관심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중화권에서 인기 좀 있다 싶은 우리나라 MMORPG 게임 속 계정 인구가 수억명 단위인 점을 감안한다면 정말 좁쌀만한 플랫폼에 불과합니다.
다만 '무한 자유도', 또는 '오픈 API', '가상 경제' 등의 단어들이 상당히 기업들에게 주목을 받았을만도 합니다. 또한 패키지 게임인 '심즈'와 같은 류가 인기를 얻고 각종 시뮬레이션에 대한 기대 욕구가 높은 미국 쪽의 정서가 많이 반영돼 있었죠. 게다가 '이동이나 미션 제한 없는 무한 자유도'와 아바타, 린든머니로 대표되는 가상 경제권 등은 기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전세계적인 SNS에 대한 관심도와 글로벌 기업의 세컨드라이프 내 입주 등이 주목도를 높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사이버 시위라거나 유명인 가상 인터뷰 등이 화제를 낳았죠.
하지만 거기까지라고 봅니다.
제 입장에서 이 세컨드라이프는 그래픽도 구리고 시스템도 여기저기 아이디어를 도용한 흔적이 많습니다. 독창적이라고 할만한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픽처리나 네트워크 기술 면에서 봐도 국내 3D MMORPG와 비교했을 때 그다지 선진적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더 위험한 것은 가상현실 속 머니(돈)의 흐름을 장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언뜻 우리나라에서 이미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게임머니 현금화에 대한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경제권에 대해 장려해야 한다고 하지만 제도권으로 편입되기에는 매우 위험한 발상임이 틀림없습니다. 디지털 머니는 무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면으로 봤을 때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금화 할 수 있는 가상통화를 누가 조절할 것이냐는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린든랩 측에서 이를 공정하게 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입장일 뿐 현실 경제와의 접목은 어불성설이죠.
또한 세컨드라이프의 가장 큰 취약점은 현재 모든 3D 게임 플랫폼이 갖고 있는 그것입니다. '몰입도와 사용량'을 위한 '닫힌 플랫폼'이라는 것입니다. 클라이언트 기반의 이 3D 게임 소프트웨어는 멀티테스킹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세컨드라이프 안에서 브라우징하고 메일 확인하고 그런다구요? 그거 하려고 그 안에 들어가는 건 아니죠.^^
이 독립실행 방식의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실행하고 접속하기 전까지 아무런 위력도 없으며 접속해서 활동한다면 다시 현실 세계와 분리되는 선천적인 장애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도대체가 성공적이기 힘든 플랫폼이라는 말이죠. 그 안의 경제권도 빠른 시간 안에 1억명을 돌파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조이월드나 다다월드의 운명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사업적 한계가 있다고 보겠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들어 우리나라 각종 신문에서 세컨드라이프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조심하세요. 대부분 환상속 소설에 불과합니다. 말그대로 그들의 성공은 가상현실에 불과합니다. 린든랩이 우리나라와 일본에 들어와 갖가지 건축물을 우습게 만들어 놓고 기업들에게 입주해 마케팅할 것을 제안하고 있나 봅니다. 몇 곳은 이미 세컨드라이프 초기 입주를 마치 대단한 일인 양 떠벌리고 있는데요. 정신 차리세요. 당신네 회사 근처를 돌아다닐만한 인구는 고작 몇 천 명도 안 될 겁니다. 커뮤니티 기능도 한참 뒤떨어져 있습니다.
게임 회사들은 제 말을 아마 이해할 겁니다. 고작 전세계 동시 접속자 15만명짜리 게임을 성공한 게임이라 부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보통 리니지, 오디션 등 중화권에서 성공한 게임들은 중국내에서만 동접 70만 이상인 게임들입니다.
아마 제 예견이 틀리려면 린든랩에서 홍보 마케팅 예산을 언론에 많이 쏟아부어야 할 겁니다. 그래야 언론들이 잊을만 하면 써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