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의 작은 성공과 큰 성공

Ring Idea 2007/09/23 01:10 Posted by 그만

얼마 전 인터넷 벤처인 몇 분을 만난 적이 있었죠.

그들은
"초기에 바람몰이를 하고 싶다"
또는
"떠야 한다"
는 바람에 뭔가 거대한 것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의 지금 모습은 보잘것없이 작고 미미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가능성을 말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 벤처다운 모습일 겁니다. 또는 이들이 성공한다면 현대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성공'이라는 '환상'을 만들기 위한 첫 출발일 겁니다.

블로그 업계 분들도 참 열심히 움직이십니다. 그들 역시 '이제 때가 오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도 솔직히 확신을 갖고 열심히 뛰었죠. 그리고 그 확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벤처 투자라는 것이 초기 마케팅비도 안 될 정도의 작은 돈입니다. 몇 억, 몇 십억 정도로는 광고 한번 제대로 할 수 없는 돈이죠. 그들의 수익모델이라고 해봤자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모이면'이라는 가정이 붙어 있으니 어찌보면 허황되죠.

또는 동종 업계의 사람들끼리도 이렇게 말합니다.

"A는 기술이 형편없어. 그래서 되겠어?"
"B는 수익모델이 형편없어"
"C는 첨에 좀 주목 좀 받고 이제는 아예 관심도 못 받고 있잖아"
"D는 거의 남들 하는 거 조금씩 따와서 만든 서비스 아닌가"

마치 자신들이 전지전능한 것 처럼 전망을 내놓기도 하죠. 하지만 그들의 말은 일견 맞지만 일견 틀립니다.

2000년을 전후해 재미있는 아이템을 들고 나온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어떤 이들은 CEO나 직원들의 독특한 이력을 홍보하거나 어떤 이는 외국 사례와 거의 유사한 모델을 들고 나와 해외 성공 사례를 마치 자신의 성공처럼 포장하기도 했죠. 어떤 이들은 거대한 투자를 유치 받았다고 자랑하면서 '투자자들이 바보는 아니잖아요'라는 논리를 대기도 했죠.

그들 가운데 성공한 이들도 있었고 성공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죠.

지금 그 당시 벤처로 시작해 사옥을 거대하게 짓고 있는 곳들도 있고 당시 엄청난 투자자들의 피해를 뒤로 한 채 사라져버린 이들도 있었죠. 당시 천재 소리를 듣던 학생 CEO들 가운데는 몇 번의 사업 실패로 재기의 날만 기다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벤처 시장이었던 인터넷 업계가 커지고 기성 산업계 인물들이 들어오면서 돈놀이, 뻥튀기 투자, 경영권 분쟁, 파벌 다툼, 회계 부정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시작하는 벤처인들의 맘 속에 어쩌면 '뜨거운 열정'보다는 'IPO(기업공개) 대박', 또는 'M&A 협상으로 먹고 튀기', '억대 연봉', '외자 유치' 등의 허황되고 세속적인 욕심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세상을 이롭게할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키고 싶은 욕망, 그리고 자신의 신념에 대한 자신감이 없이 '돈으로 돈을 버는 세상' 운운하는 모습을 보면 뭔지 모를 울분이 울컥하고 올라옵니다.

벤처 투자붐이 일어나고 있으나 벤처가 없는 우리나라. 유명 대학 졸업 후 안정된 직장이 최고라는 부모들. 의사, 변호사, 공무원, 교사 등 사회가 만들어 놓은 안전망 속으로만 들어가려는 인재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신념보다는 돈이 주는 안도감에 만족하는 젊은이들.

저도 무엇이 성공인지 궁금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돈이 주는 성공은 작은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제게 있어서 큰 성공은 부조리한 세상을 바꿔놓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 큰 성공은 오지 않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이 있다면 내가 아니어도 그 꿈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고 그 꿈이 실현되는 세상이 반드시 올 것이라 믿습니다.

성공한 벤처인이 꿈이라는 사람보다, 세상을 바꿔놓을만한 서비스와 기술을 만들어내겠다는 꿈을 가진 벤처인이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단지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꿈이 아닌, 우리나라를 멋지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로 만들고 싶어하는 꿈을 가진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덧, 추석 달이 보인다고 하네요.. 추석 달 보면서 '소원'을 말해볼랍니다. 이제는 어떤 것도 믿지 못하는 나이가 됐지만.. 그래도 '순수해졌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다시 빌어보려구요~ 행복하고 여유로운 추석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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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7/09/23 01:10 2007/09/23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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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만님의 글을 읽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Tracked from 첫키스 - 추억공유 커뮤니티  삭제

    그만님의 "벤처의 작은 성공과 큰 성공"이란 포스트를 읽고..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비록 저희는 벤처회사가 아닌 그냥 작은 팀에 불과하지만,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키고 싶은 욕망은 있..

    2007/09/24 02:08
  2. 그만님의 글에 대한 변명

    Tracked from Flying Mate  삭제

    그만님의 글을 보고 나니 변명이 하고 싶어졌다. 벤처라는 게 이렇게 비춰질 수도 있구나. 현실의 반대말. 허망한 환상. IPO 대박. M&A 먹고 튀기. 그만님이 직접적으로 벤처가 이런 단어라고 말..

    2007/09/2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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