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금쪽 같은 '끼인 날'에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고 왔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병국 장관의 취임 100일을 맞아 블로거들을 직접 만나 정부에 바라는 점에 대해 듣고 인디밴드 공연도 같이 보자는 제안이 있었고 이에 응한 것입니다.
홍대에서 만난 정 장관은 여느 정치인 출신 처럼 함께 자리한 블로거들과 반갑게 일일이 악수를 나눕니다. 그러다 명찰에 적힌 닉네임이 재미있다는 듯이 하나씩 호명하는군요. '그만'에게도 '그만?' 하며 껄껄 웃어줍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을 했겠지요.
어쨌든 1차 모임은 좀 짧은 듯 했습니다. 6시부터 모였지만 약간 늦은 시간부터 시작되어 열 대 여섯명의 블로거들이 자신의 분야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7, 8할은 '이런 문제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도의 가벼운 자리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질문의 종류와 범위가 너무 다양해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다양한 문제제기와 건의가 쏟아지는 가운데 정 장관은 두꺼운(?) 중저음 목소리로 블로거들의 이야기에 이런저런 막힘 없는 답변을 쏟아내더군요.
나중에 '대답하느라 식사도 못했겠다'는 말에 "자주 있는 일이어서 다 눈치 껏 먹는다"고 답하네요. 어제 있었다는 쎄씨봉 공연장에 다녀온 이야기도 꽤 적극적으로 하더군요. K-POP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그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엮으면서요.
어쨌든, 평소에 블로그에 관심이 있었느냐는 형식적인 질문에 의외의 답변을 하는군요. "그럼요. 이제 블로그와 SNS가 미디어의 왕 아닙니까"
예? 아직 그런 거 같진 않은데요. 하는 분위기가 감돕니다. 블로거들이 나름 자부심을 느끼고는 있지만 기성 미디어의 텃세에 여전히 위축되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정 장관은 연이어 그만의 블로그 방문객수를 물어봅니다. 하필... 링블로그를.. ㅠ,.ㅠ
민망해서 '수천명 수준'이라고 답하고 '많이 들어오시는 블로그는 하루에 몇 만명 독자들이 보기도 하지요'라고 답합니다. 민폐를 끼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ABC협회의 조사에 의해 밝혀진 기성 언론의 발행부수를 이야기합니다. 소위 말하는 조중동 정도가 100만부가 넘고 매경이 80만부 정도, 나머지 전국지라고 해도 3, 40만부 정도 발행되는 것도 힘들다고 말합니다. 지방지의 경우 수천부가 고작인 곳도 있다고 말하며 블로거들의 독자 규모가 그리 적은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네, 기운을 돋우려고 하는 말이었겠지요.
하긴 중앙일간지가 아닌 잡지의 경우엔 솔직히 블로거들이 독자가 더 많을 수 있겠네요(온라인 유통되는 기사를 제외한다면 말이죠)
시사 잡지 분야(상위 5위)
1. 한겨레21 : 4만8천4백부
2. 시사IN : 3만5천2백부
3. 월간조선 : 3만3천3백부
4. 신동아 : 2만2천2백부
5. 뉴스위크 한국판 : 2만1천9백부
잡지 분야 전체(상위 10위)
1. 전원생활 : 6만4천1백부
2. 매경이코노미: 4만8천7백부(수정후)#
3. 한겨레21 : 4만8천4백부
4. 여성조선 : 4만4천6백부
5. 레이디경향 : 4만2천1백부
6. 이코노미스트 : 3만8천7백부
7. 어린이동산 : 3만8천6백부
8. 시사IN : 3만5천2백부
9. 과학동아 : 3만3천7백부
10. 월간조선 : 3만3천3백부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104이렇게 방문객이 적은 링블로그가 월간 5,6만 정도의 방문객을 보유하고 있으니 잡지 정도 수준은 되는군요. ^^;
어쨌든 블로거들 앞이라서 그런지 정 장관은 소셜미디어에 대해 매우 호의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만이 제기한 "소셜 창작자들의 저작권도 신경써달라"는 이야기에 "기성 저작권자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새로운 관점을 들었다"며 "소셜 창작자의 저작권 문제도 고민해보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그만이 이야기한 것은 소셜 창작자들이 자신의 글이나 사진을 활발하게 생산하면서도 무작위 펌질과 무단 개작, 상업용도 무단 사용 등의 피해는 물론 포털의 폐쇄적인 조치로 인해 이사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소셜 창작자들의 창작물을 먼저 보호해달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야 소셜 창작자들도 좀더 동인을 갖고 자유롭게 글과 사진을 배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였습니다.
물론 정 장관은 저작권 등록제를 언급하긴 했지만 현재 블로거들의 저작권을 등록해주거나 대행해주거나, 또는 등록을 권유하는 곳 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지요. 기성 작가들과 소수의 창작자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저작권 정책에 소셜 창작자들의 권리도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에 나온 발언이었습니다.
시간상 더 논의를 이어갈 수는 없었지만 정 장관의 호의적인 반응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 정부를 설득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 혼자만의 착각일 수 있겠지만 말이죠. ㅋㅋ)
이 자리에는 요리, 맛집, 여행, 관광, 자동차, 음악, 웹툰, 애니메이션, 축제 등의 이야기가 활발하게 개진되었고 어떤 것은 개선의 뚜렷한 플랜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아직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말로 살짝 비켜가기도 하면서 한 시간 반의 식사 시간을 겸한 블로거와의 만남 행사가 마감됩니다.
다음 이동 장소로 가야 했거든요.
http://blog.marimo.me/953와우! 말로만 듣던 홍대 라이브 클럽에 공견을 가는 겁니다.
솔직히 처음 본 공연이었는데요. 어린 친구들만 듣고 즐기는 문화라고 생각했었는데... 저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뷰티풀데이즈, POE, 메리제인, YNot 의 공연이 연이어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습니다. 공연을 본 곳이 '타'라는 클럽 공연장이었는데요. YNot 리더가 대표였다네요. ^^;(사진은 뷰티풀데이즈 입니다)
역대 장관 가운데 정 장관이 처음이라고 하는군요. 인디 밴드 공연을 직접 본 것이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공연을 마치고 인디 음악계의 내로라 하는 분들이 모두 모여 현재 우리나라 인디 음악 문화에 대해 정 장관에게 어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정 장관은 조만간 인디밴드 전문 공연장을 개설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기도 했고 음악인들이 여러모로 준비중인 패스티벌 등 행사에도 관심을 갖고 지원책 마련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만은 나중에 좀더 기회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좀 일찍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음악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있어봤자 솔직히 잘 모르는 이야기이고 그 분위기란 것도 제가 소화할만한 것인지 부담스러워서 말이죠.
간간히 정 장관 옆 자리에 앉은 탓에 동석한 음악인들로부터 홍대 인디밴드들이 공연할만한 클럽이 30여 곳으로 많이 늘어났고 팀도 1000여 명 정도로 저변이 확실히 확대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나라의 문화 다양성이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문체부는 이번 블로거와 음악인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면서 향후 몇 번의 모임을 더 주선할 것이라고 귀띔하는군요. 솔직히 정치인 출신 장관을 대면하는 것에는 별로 능숙하진 않지만 블로거 육성 사업이라거나 한국의 블로그 현황에 대한 자료집 발간 등의 사업이 모두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표류하고 있는 마당이라 다른 블로거를 대신해서라도 몇 가지 이슈는 지속적으로 제기해볼 생각입니다.
* 행여라도 오해할까봐 사족을 붙이면, 이번 행사 참여는 제 개인적인 정치적 소신과는 별개이며 개별적인 정책에 대한 선호, 또는 정부나 정부 관료 개개인에 대한 호불호와는 다른 차원의 블로거로서의 참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