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벤처캐피털인 세콰이어 캐피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이 있다고 한다. "Why now" 즉 어째서 내가 지금 이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창업자들이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동시간대 살면서 현재 기술과 문화 수준, 그리고 사회적 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에 지금 반응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를 창업자가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버 처럼 위치를 기반으로 운전자와 탑승자가 서로를 찾아내서 모바일로 중간에서 이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었던 것은 위치기반 기술이 보편화돼 있고 스마트폰을 누구나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피처폰 위주의 시장에서는 우버와 같은 서비스는 사용자들에게 주목받기 힘들었을 수 있다.

e-잉크라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보편화 돼 있었지만 아마존 킨들이 나오기 전까지 전자책 하드웨어 시장과 서비스는 성장성 면에서 시장의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아마존 킨들은 대히트를 기록했고 전자책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었다. 왜 그 전에 삼성과 소니 등 유수의 전자책 제조사들은 성공하지 못한 일을 아마존 킨들은 가능했던 것일까.

바로 3G 네트워크가 보급되던 당시 상황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아마존은 3G 네트워크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의 무선망을 임대해 가상 이동 통신망 사업자(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로 등록했다. 그리고 킨들 전용 요금제를 만들고 킨들 내부에 3G 모듈을 심어서 시장에 싼값으로 내놓았다. 보조금을 활용해 최신 스마트폰을 요금제와 묶어 싸게 판매하는 일반적인 전략을 전자책 단말기를 팔면서 활용한 셈이다.

이렇게 전자책이 무선 기능을 탑재하고 인터넷 서점으로 성장한 아마존의 막강한 전자책 쇼핑을 위한 플랫폼이 갖춰지자 킨들의 시장장악은 의외로 빠르게 진행됐다. 소비자들은 어디서나 전자책을 다운로드받아 구매했고 옆에 있는 동료가 보는 책을 당장이라도 다운로드할 수 있었던 것이 주요했다. 하드웨어 그 자체보다는 통신 기술의 발달이 전자책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셈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3D 프린터에게도 '결정적 순간'이 존재한다. 애초에 3D 프린팅 기술은 아주 최근의 기술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통적'인 기술에 속한다. 1981년 3D 프린팅 기술의 역사가 시작되니 말이다. 일본의 나고야시립연구소 히데오 코다마가 개발하고 이를 1984년 미국의 찰리스 헐(Charles Hull)이 입체인쇄술(Stereolithography)이란 제목으로 3D 프린터 기술 특허를 출원했고 이를 이용한 상용화는 1988년 3D시스템즈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주로 고가의 산업용 시제품을 제작하거나 소량의 부품을 제조할 때 사용되던 3D 프린터가 최근 들어 주목받게 된 것은 2006년부터 시작된 렙랩(RepRap)이란 오픈소스 데스크탑용 3D 프린터 제조 방식 때문이다. 렙랩은 독특하게 3D 프린터 원형의 기술적 제원은 물론 기술 방식, 디자인을 공개해 누구나 이를 활용해 3D 프린터를 제조하거나 약간의 변형을 가해 새로운 3D 프린터 키트를 배포할 수 있다. 저가형 3D 프린터가 보급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 온 셈이다.

가까운 예로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는 창업 당시 '토즈'라는 임시 회의 공간 대여 사업이 있었기 때문에 창업자들이 회사에 다니면서 창업을 주말에 준비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또한 아쿠아스토리라는 게임으로 2011년 네이트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수익면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가 모바일 무료메신저로 승승장구하던 카카오톡 게임하기 플랫폼에 올라타면서 본격적인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었고 거꾸로 거대한 무료 메신저 시스템으로 엄청난 비용만 들이던 카카오톡으로서는 본격적인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견하게 되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진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 CEO 엘런 머스크는 올해 6월 자사가 보유한 전기차 특허를 전면 무료로 외부에 허용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른바 '짝퉁 테슬라'가 나와도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외롭게 홀로 서느니 전기차 시장에 경쟁자들을 등장시켜 새로운 시장의 확대를 노린 셈이다. 마치 IBM이 PC의 제조 사양과 기술을 공개해 호환 PC 시대를 열었던 것과 비견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테슬라 역시 하드웨어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이 상당 수준 올라온 시점에서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었다. 테슬라는 회사 설립이 2003년이었지만 2009년에야 첫 전기차 양산모델인 로드스터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최근 만나본 창업자 다수가 남들의 성공만을 따라 창업해서 너무 늦었거나 '결정적 순간'이 과연 지금인지 앞으로 올 것인지 판단이 흐린 상태로 창업을 도모하고 있다.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통찰력이 창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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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에 기고한 글입니다. 쌀로 밥짓는 이야기지만, '시간'과 '시기'는 창업에 있어서 중요한 터닝포인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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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6 13:26 2014/12/26 13:26

전세계 영상 유통 절대 강자인 유튜브를 상대로 국내 지상파와 방송사들이 연합해 맞서고 있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방송사들이 연합해 더 이상 유튜브에 자사 동영상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MBC와 SBS가 출자해 설립한 스마트미디어랩(SMR)은 온라인 영상 광고 대행사로 이 두 방송사의 영상 클립을 유통할 권한을 갖췄다. 따라서 SMR이 유통을 허락하지 않으면 MBC와 SBS의 영상 클립은 온라인으로 유통할 수 없게 된다.

JTBC, 채널A, MBN, CJ E&M 등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방송사 7곳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할 것이란 소식이다. 콘텐츠 생산자로부터 광고 대행 유통 권한을 갖고 이 회사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영상을 마주하는 채널인 포털과 유튜브를 상대로 비즈니스 제안을 한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경우 SMR이 제시하는 온라인 클립 업로드 독점 권한과 함께 별도 채널 제공, 저작권 관리 기능, 광고 수익의 90%를 방송사에게 나눠주는 조건에 모두 응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는데 유튜브는 전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파격적인 조건을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SMR은 여론전을 펼치기 위한 수단으로 12월 1일 전격적으로 유튜브 서비스에서 국내 방송사의 영상 클립을 유통시킬 수 없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국내 유통에 한하기 때문에 국내 사용자들만 이러한 영상 클립을 볼 수 없다. 해외에서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한국 방송사의 영상 클립 콘텐츠를 유통시켜 한류 확산을 유지하겠다는 SMR의 의견도 덧붙여졌다.

항간에는 방송사들이 막강한 콘텐츠 저작권을 쥐고 유통권력에 대항할 것이란 논평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상 내부적인 위기감에 의한 협상용 카드일 가능성이 더 높다. 지상파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반기에 KBS는 400여역원, MBC는 200여억원, SBS는 200억원 총 8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봤다.

지상파의 위기는 단순한 사업 부실이 문제가 아니라 근원적인 위기라는 것이 특징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원주민)에 속하는 유아 및 청소년층의 지상파 이탈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고 주요 시청자층이었던 중장년층마저도 모바일로 급격하게 이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과 종편의 비약적인 발전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대로라면 지상파 광고 판매는 물론 영향력 자체도 내주어야 할 판이다. 다시보기 프로그램과 지상파 독점 콘텐츠 다채널 유통 전략을 내세워 만든 푹(Pooq) 서비스는 올해 초 주말과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기술적인 미비로 인해 장애가 발생해 시청자들로부터 원성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상파로서는 다시 한 번 품질과 영향력 확대보다 단기적인 수익 보전에 더 집중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SMR은 유튜브가 제시한 수익 배분 비율인 55%에서 국내 포털만큼은 아니지만 더 높은 수익 배분을 원했지만 유튜브가 ‘세계 공통’ 가이드라인을 거론하며 협상이 중단됐기 때문에 적절한 수익배분 비율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SMR이 유통하는 영상은 길이가 짧은 ‘영상 클립’에 해당되기 때문에 동영상 다시보기 같은 전체 콘텐츠 유통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SMR이 노리는 것은 온라인과 모바일로 유통되는 클립의 노출량이 전체 콘텐츠 노출양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활용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유통 전략을 펼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본편보다 재미 있는 영상 클립이나 재편집된 영상이 본편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지상파 광고비 수입에 대한 피해를 보전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표명하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이러한 지상파의 횡포를 받아들이고 있는 포털로서는 이미 유튜브가 내지 않는 인터넷 트래픽 사용료를 ISP에 수백억원씩 내고 있는 마당에 방송사에 광고 수익까지 내어주어야 할 판이다. 그나마 저작권자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언론사를 겸하고 있는 방송사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정치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점을 이미 경험한 터라 순순히 받아들였다.

물론 언론사들과의 경쟁에 있어서 연전연패한 신문사들의 연합과 담합 모두 무용지물이 된 상황에 방송사의 도전에 애써 져주는 척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전략일 것이다.

유튜브 입장에서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사업자들의 등장과 온라인과 모바일 전용 콘텐츠가 폭증할 시점을 앞두고 있어, 지상파의 요구를 들어주든 들어주지 않든 그다지 큰 위기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중간광고와 광고 총량제 등 규제 해소에 대한 공격적인 여론전과 UHD 전파 배정을 둘러싼 통신 기업들과 정부를 상대로 한 공익성 강화를 내세우는 지상파로서는 최근 우군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시장의 부정적인 시선을 받은 종합편성채널의 도약을 오히려 부실한 지상파 프로그램이 도와줬다는 말이 우스개 소리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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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2 20:23 2014/12/02 20:23

2015년엔 어떤 기술이 주목받을까

Column Ring 2014/11/21 09:58 Posted by 그만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가트너는 매년 기술계 트렌드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낸다. 올해 역시 내년을 겨냥한 ‘2015년도 10대 전략 기술 동향’을 발표했다. 지난해와 이어지는 유사한 기술 동향이 있는가 하면 한층 더 중요해진 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가트너는 먼저 최근 몇 년 동안 강조해온 웨어러블 기기나 사물 인터넷에 대한 기대감을 여전히 높이 드러냈다. 3D 프린터가 만들어낼 미래에 대해서도 상당히 낙관적인 태도를 취했다. 다만 올해 달라진 게 있다면,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넘어서 신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수준으로 채택할 것인지가 추가됐다는 것이다.

가트너가 가장 처음 꼽은 기술은 ‘컴퓨팅 에브리웨어’와 ‘사물 인터넷’이다. 컴퓨터를 활용하는 환경은 이제 모바일과 입는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해졌다. 이런 컴퓨팅 환경과 인터넷의 결합은 이미 예정된 것으로, 모든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서비스와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가트너는 전망했다.

그간 PC와 태블릿, 그리고 스마트폰에 국한됐던 컴퓨팅 환경과 인터넷 이용 환경 역시 바뀔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 디자인(사용자와 서비스 또는 사용자와 제품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강조했다.

가트너는 3D 프린팅도 핵심 기술로 뽑았다. 관련 시장이 매년 두 배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응용 범위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향후 3년 안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면서 제조와 생물의학, 그리고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의 소비자 제품 분야에서 3D 프린팅의 활용 범위가 확대되리라 전망했다.

‘보편화된 첨단 분석’ ‘콘텍스트 리치 시스템’ ‘스마트 머신’ 등도 미래의 핵심 기술로 선정됐다. ‘보편화된 첨단 분석’이나 ‘콘텍스트 리치 시스템’은 다량의 데이터가 면밀하게 분석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도록 만들 분석 기술, 상황에 대한 참여자의 변수들이 종합적으로 분석돼 좀 더 적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등장할 것임을 예견한다. 그리고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기계, 학습 능력을 갖춘 똑똑한 로봇이나 자율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 등 스마트 머신의 발전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진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강조해온 ‘클라우드·클라이언트 컴퓨팅’도 내년에 눈여겨봐야 할 기술로 다시 선정됐다. 기업의 소프트웨어 능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정의 애플리케이션과 인프라’ ‘웹스케일 IT’ ‘위험 기반 보안과 자가 방어’ 등도 함께 보고서에 올랐다. ‘위험 기반 보안과 자가 방어’라는 키워드는 최근 해킹이나 데이터 유출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보안 기술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선정한 것이다.

웹 표준 문제에 대한 고려보다 ‘활용’에 초점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HTML5 같은 웹 표준 문제 등 인터넷이 지닌 기본적이고 범용적인 철학에 관한 고려보다, 기업들이 어떻게 인터넷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트너가 제시한 10가지 ICT 기술 전망은 인터넷과 사물,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비즈니스가 서로 연계되고 융합되리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측면에서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독자라도 눈여겨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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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1 09:58 2014/11/21 09:58

개미야, 금융의 미래를 부탁해

Column Ring 2014/11/21 09:50 Posted by 그만

지난 11월4일 국회 대정부 질의 시간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IT와 금융거래 간 접합면이 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중장기 과제로 고민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금융기술(핀테크)의 전폭적인 수용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또 다른 소식은 중국이 알리바바를 비롯한 5개 민간 기업에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지난 10월 중순 기존의 금융체계와 달리 일반인들이 좀 더 쉽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 자회사를 차렸다.

금융시장에서 개인투자자를 의미하는 ‘개미’라는 단어를 사용해 자회사 명칭도 ‘앤트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으로 지었다. 펑레이(Lucy Peng) 앤트 파이낸셜 최고경영자(CEO)는 “앤트 파이낸셜은 소기업 및 소상공인과 개인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금융을 출범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 2002년 SK텔레콤, 롯데 등 대기업과 안철수연구소, 이네트퓨처 등 벤처기업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브이뱅크(V-Bank)라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첨단 금융을 시도하기 좋은 구도로 보였으나 대기업의 편법 은행업 진출로 의심받기에도 충분했다. 당시 이 시도는 은행 설립을 위한 최소 자본금 확보에 실패하면서 무산되었다.

2008년에는 금융위원회가 인터넷 전문은행 제도 도입을 추진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이때는 금융실명제법에서 직접 대면을 통해 실명을 확인토록 한 규정이 발목을 잡기도 했다. 이미 검토했고 시도도 해보았고 당시 사회 분위기에 금융 당국의 의지박약이 더해져 첨단 금융 시대가 당장 눈앞에 다가올 때까지 뾰족한 수를 쓰지 못했던 셈이다.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다시 추진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당장 시행한다 해도 세계적인 ‘핀테크’ 트렌드에 한참 뒤처지기 십상이다.

미국 언론과 인터뷰 중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가운데). 알리바바는 10월 중순 금융 자회사를 차렸다. 중국은 이번에 알리바바의 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우리나라보다 첨단 금융시장에 먼저 뛰어들었다. 중국이 자신감 있게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10년 여 동안 인터넷 전문 금융업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월 기준으로 미국 10대 인터넷 전문은행의 총 자산은 4400억 달러에 달하고 총예금은 3039억 달러에 이른다. 전체 상업은행 시장의 3%에 달하는 규모다. 일본 역시 2000년부터 일찍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허가해 모두 6개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성업 중이다. 유럽 역시 영국에서 1995년 에그뱅킹(Egg Banking)이 시작된 이래 2002년 중반까지 관련 업체 수가 35개로 빠르게 늘어났다.

한국은 금융의 미래를 어디에 물어보고 있나

이미 중국은 알리바바의 온라인 금융·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통해 하루 1조7000억원씩 거래되는 것을 보며 거래 안정성이나 규모 면에서 좀 더 폭넓은 금융 서비스, 즉 은행업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으리라 계산했을 것이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이런 전자금융 사업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통화와 자본 흐름을 선점하고 미래의 국제경제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꿈을 꿀 법도 하다. 특히 금융거래에서 시스템의 안정성, 충분한 규모, 보편적 본인인증 서비스가 결합될 수 있는 모바일 환경이 충분히 만개한 지금이 시장에 뛰어들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렇게 거대 중국은 개미에게 금융의 미래를 맡겼는데, 첨단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은 여전히 금융의 미래를 과거의 소수 기득권에게 물어보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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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1 09:50 2014/11/21 09:50

애플이 추석 연휴를 여유롭게 보내던 한국인들을 새벽녘부터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게 했다. 애플은 지난 9일(현지 시간) 미국 쿠퍼티노 플린트 센터에서 신제품 발표행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날 애플의 전형적인 발표 스타일이 그대로 보여졌으며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 나올 제품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그리고 며칠 동안 각 포털의 인기검색어 상위에 ‘애플’과 ‘애플와치’, 그리고 ‘아이폰6’가 오르락내리락 했다. 스티브잡스가 떠난 애플은 여전히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One more thing..’(그리고 하나 더)이라는 말과 함께 스마트시계인 ‘애플 와치(Apple Watch)’를 선보였다.

애플이 이날 선보인 제품은 크게 4.7인치 화면 크기를 가진 아이폰6와 5.5인치로 더 커진 아이폰6 플러스, 그리고 2가지 크기의 애플와치였다. 그리고 애플페이(Apple Pay)라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도 눈길을 끌었다.

아이폰6은 새로운 운영체제와 새로운 A8 64비트 칩을 탑재하면서 하드웨어 성능면에서도 큰 폭으로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폰6플러스는 아이폰6와 7인치 아이패드 사이의 제품군으로 틈새 없는 라인업을 제공하게 되었으며 본격적인 웨어러블 기기인 애플와치의 등장으로 새로운 영역에 대한 본격적인 출전을 예고했다. 당연히 전세계 애플 마니아들은 환호했고 현장에서는 연신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이런 환호 뒤에는 수많은 논란과 비판, 그리고 의문 제기가 남게 마련이지만 이 또한 애플의 파급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손에 쏙 쥐는 휴대폰 크기를 고수했던 입장을 슬그머니 바꿔 태블릿과 휴대폰 크기의 중간 모델인 ‘파블렛’ 시장을 노린 5.5인치 아이폰6 플러스는 애플의 경쟁자들과 비판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신비주의를 무색하게 큰화면의 아이폰이 나올 것이란 루머 그대로 나왔다는 것도 실망감을 더했다. 더불어 NFC 방식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그동안 NFC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던 애플의 입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원형이 아닌 사각형의 두툼한 애플와치에 대한 호불호 논쟁은 패션계까지 번졌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애플에게 주문하고 있는 ‘혁신’의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9월 초부터 9일 당일까지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신제품이 발표되고 나서 순식간에 제자리를 회복하기도 했다. 이는 애플이 그동안 잘 해왔던 것을 더 잘할 것이란 확신을 주었다는 뜻이다.

애플은 아이팟을 내놓았을 때 단순히 제품만 내놓은 것이 아니라 음원 판매 서비스 플랫폼인 아이튠즈를 함께 내놓았고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도 멋진 휴대폰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그 위에서 동작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도 내놓았다. 이것은 애플이 단순히 제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비록 닫혀 보여도 파트너들이 협력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갖춰진 생태계’를 만들어 제시했다는 의미다.

이번에도 애플페이의 경우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의 경쟁력을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경쟁력이나 디자인적인 우월성을 벗어나 새로운 생활 도구로서 아이폰을 손에서 떼어낼 수 없도록 했고 이런 플랫폼(아직은 미국에 한정돼 있지만)은 수많은 생태계의 협력 위에서 동작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다소 애매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애플와치 역시 생태계를 함께 들고 나왔다. 사용성을 극대화하기보다 웨어러블 기기의 초기 목적성인 ‘헬스’와 ‘시계’ 기능에 충실했으며 추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더한 정도라는 점에서 이 기기가 품고 싶어하는 생태계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제품을 여러 개의 색깔과 포장, 그리고 교체형 시계줄로 디자인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한 선택에서 전세계 22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에 보내는 러브콜을 읽을 수 있다.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닫힌 생태계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상 파트너사들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제공하는 애플의 갖춰진 생태계 디자인은 여전히 세계 최고다.

잡스 없는 “완전한 팀쿡 체제”, 애플 안착

항간에서 이번 신제품 발표에서 나온 애플의 이름짓기가 스티브잡스의 그것과 다르다는 면에서 팀쿡 체제로의 완전한 이전을 선언했다고 말한다. 또 누구는 스티브잡스의 ‘괘적한 크기’에 대한 고집을 무시한 7인치 아이패드 미니와 더불어 5.5인치 스마트폰의 등장이 고인의 혁신에 대한 의지를 계승하지 않을 것이란 명백한 의지였다고도 평가한다.

하지만 팀쿡 체제가 짐짓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으로 만든 시장의 파괴적 혁신 처럼 과격해 보이진 않더라도 스티브잡스 때부터 이어져온 성능 향상에 대한 집요함과 시장을 파괴하고 시장을 재편하여 파트너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는 모습에서 스티브잡스의 유산을 걷어찼다는 표현은 과하다.

애플페이를 소개할 때 이미 시티그룹, JP모건,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이 협력하기로 했고 수많은 카드사와 제휴를 맺었으며 이들로부터 충분한 수수료 수익을 얻게 될 것이다. NFC만 탑재하고 시장이 알아서 움직여주길 바라는 ‘방관자’ 구글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움직임이며 이는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파트너를 만들어가는 애플의 전통을 팀쿡이 잘 수행하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팀쿡은 탁월한 경영인이며 충분히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고 이는 실질적인 성과로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 가면 팀쿡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해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잡스를 기억하는 팬은 여전히 있지만 이미 파트너와 시장은 스티브잡스를 잊고 팀쿡을 숭배하고 있다.

애플와치 미스테리

여러모로 애플의 최근 보여준 신제품 발표의 패턴은 소비자들을 놀라게 하기 위한 이벤트에서 기대를 만족시킬만한 정도의 이벤트로 바뀌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 면에서 애플와치는 아마 이번 애플 신제품 발표의 가장 큰 미스테리로 남을 가능성이 많다.

2년이나 준비한 제품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만큼 뭔가 애매하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가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은 단순히 발표자의 카리스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디테일에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애플은 “이 기기는 어떤 것이고 어떤 성능을 갖췄고 누구를 통해 언제 얼마에 유통될 것”이란 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애플와치는 웨어러블 기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배터리 시간이나 아이폰6와 애플페이와 어떤 방식으로 연동되는지 보여주지 않았다. 센서 기술이나 기타 개발자나 파트너들이 참조할만한 구체적인 정보보다 소비자들에게 기대감만 잔뜩 부풀린 콘셉트 이미지만 발표됐다. 출시시기도 내년 초 정도로 두루뭉술하다. 아마도 시장의 반응을 미리 보고 싶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애플의 IoT 등 차세대 분야의 리더십에 대한 조바심이 반영된 것은 아닌지 추측해볼 뿐이다.

애플에 대한 워낙 많은 정보가 유통되다보니 애플의 이번 신제품 발표를 평가하기 부담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애플이 향후에도 마니아들을 이끄는 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과 그들의 응원에 힘입어 아이폰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신시켜준 것만으로도 애플의 이번 신제품 발표는 ‘또’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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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7 17:40 2014/09/17 17:40

지난 4월 20일 응답하라 국회의원(www.heycongress.org) 사이트가 열렸다.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뭐든 이제 움직여라’는 유권자들의 국회의원을 호출하기 위한 시도였다.

4개월 여가 지난 현재, 이 사이트의 목표는 2만 명의 참여와 국회의원 모두의 응답이었지만 고작 20여 명의 국회의원의 두루뭉실한 응답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이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이 캠페인은 지속되지 못했다. 영향력 있는 IT인들의 참여도 SNS에서 반짝 일어나다 말았다.

얼마 전 시작된 미국의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를 비롯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상징적인 IT 인사들이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을 확산시키고 있다. 자발적으로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는 다음 캠페인을 이어받을 세 명을 지목한다. 지목받은 사람은 24시간 안에 똑같이 얼음물을 뒤집어 쓰거나 루게릭병 관련 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대부분은 두 가지를 모두를 수행한다. 이 캠페인은 미국과 밀접하게 일하고 있는 한국의 IT 인사들에게로 며칠만에 전파되어 지금도 확산중이다.

응답하라 국회의원의 맥 빠진 모습과 아이스 버킷 챌린지의 확산을 동등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 두 캠페인의 뚜렷한 차이점은 ICT 분야의 국내 인사들의 현실 참여가 여전히 ‘가볍고 정치적이지 않은’ 부분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IT 영향력자들이 따라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바로 첨예한 논란이 있는 분야에 대한 토론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구글, 페이스북은 최근 미국 정부의 인터넷 감시에 대해 거리낌 없이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저커버그는 미국 정부는 “인터넷의 적”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만큼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명제 논란과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논란, 개인정보 취급 부실 등의 논란에서도 한국 IT 업계 어른의 목소리는 공허했다. 거의 7, 8년을 실명제에 맞서서 많은 업계 인사들이 싸워왔지만 정작 IT와 문화에 대해 문외한들이 만드는 정책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기 바빴다.

정부가 선거 때마다 포털을 압수수색을 벌일 때마다 외국계 업체들의 서버는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놔두고 국내 업체들은 번번히 압수수색을 허용하면서 국내에서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고 극단적인 주장만 살아남았다. 이럴 때마다 IT 분야의 어른들과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은둔하여 제대로 된 업계의 주장을 펼치지도 못했다.

최근의 여성가족부의 게임 규제 논란과 관련해서도 게임계 내부에서 가상사회를 가꾸는 데에만 노력을 쏟다가 현실 규제에 당황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게임계가 제대로 된 내부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응축된 힘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심각한 한국 IT 분야의 고질병은 자기 비하와 미국과 서구에 대한 자발적 사대주의다. 최근 창업자들이 들고 나오는 창업 아이템은 한국에서든 세계적으로든 독특한 것은 발견하기 힘들고 모두 미국과 중국의 시장 상황을 겉핥기 공부하고는 아이템을 베낀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고선 투자가 잘 안 이뤄지거나 정책적 지원이 미진하면 "미국 실리콘밸리는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문제"라고 투덜거리는 것이 고작이다. 다음카카오가 합병하면서 영어이름을 쓰기로 했다는 황당한 소식에도 이렇다 할 반응은 없이 IT 인사들은 ‘미국식이 옳고 한국식은 낙후돼 있다’는 식의 발언을 투덜거리듯 내뱉는 것이 전부다.

인터넷을 가상 사회로 보는 관점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인터넷과 현실세계는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IT업계 인사들은 자신들이 받은 혜택과 사회적 영향력을 돈 버는 곳에만 쓰지 말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현실세계로 나와 더 강하게 주장하고 더 많은 현실 참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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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363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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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6 08:14 2014/08/26 08:14

지난 7월 20일 우버(스마트폰 앱으로 주변의 차량을 호출해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글로벌 모바일 서비스 회사와 서울시가 정면충돌했다. 서울시는 우버가 불법 운송 중개업이라며 차단까지 검토하겠다고 나섰고 우버코리아는 서울시의 과거회귀형 행정을 질타했다. “이번에 서울시가 발표한 성명은 서울이 아직 과거에 정체 되어 있으며, 글로벌 ‘공유경제’ 흐름에 뒤쳐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평소 한국 택시업의 낡은 차량이나 불친절한 종사자들에게 불만이 높은 시민이라면, 좋은 차량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어떤 경우에는 '상부상조'의 윤리적 만족감까지 주는 우버가 행정기관의 압박을 받는 것에 분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상적 시각에서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이 불법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버는 원칙상 불법이다. 경계도 아니고 그냥 불법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4조는 자동차대여업자의 운전기사 알선, 자동차임차인의 재대여나 유상운송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당장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우버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법을 자세히 공부해서 법대로 한국 비즈니스를 펼치거나 한국 법을 위반하거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디지털 자문단 간담회에서 “우버의 현재 모습이 불법인 것은 맞지만 법이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면 법을 고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잘못 알려진 것 처럼 서울시에서 직접 우버를 대체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생각은 없고 민간 사업자들이 합법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할 생각"이라고 한다. 법과 제도 운영에 대한 고민을 내비친 것이다. 사실 제도는 현실을 뒤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필자가 외국계 포털 한국 지사에 다닐 때였다. 한국에서 선거법에 의해 댓글에 실명제를 달아야 한다고 본사에 이야기했다. 본사는 물론 아시아 지역의 지사 임원들도 이 상황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결국 한국에서 포털 댓글 실명제는 강행되었다.

그러고 난 뒤 얼마 후에 전세계 지사들이 경악할만한 일이 또 벌어진다. 신문 등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나왔는데 제 10조에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의 의무 조항으로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는 제공 또는 매개하는 기사와 독자가 생산한 의견 등을 혼동되지 아니하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구분하여 표시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본사는 이 법안의 해석을 요구했고 쉽게 말해 “블로그 글이나 카페 글을 포털의 뉴스 메인 영역에 언론사들이 쓴 뉴스들 사이에 섞어 배열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포털은 메인 화면에 자체적으로 고용한 기자나 칼럼니스트의 글을 올리기도 하고 각 지역의 뉴스사들과 블로거들의 글을 자율적으로 배치하는 상황이어서 한국만 유독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위헌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유튜브는 한국 사용자들이 동영상을 올릴 수 없었다. 법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구글 본사가 결국 한국 사용자만 업로드를 할 수 없도록 차단했기 때문이다. 구글로서는 한국법을 지키면서도 서비스는 그대로 가능한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한국의 조치는 세계 언론의 토픽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이 알리페이(원클릭으로 온라인 결제를 완료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 등 금융업으로 빠르게 진출하는 것을 두고 경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한국에도 이런 서비스가 도입될 수 있을까?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잘 이용하는 ‘금피아’들은 IT업체의 금융업 진출에 어떻게 반응할까.

악법도 법이다. 그러나 필요하면 바꿔야 한다. 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인 글로컬 시대, 시대의 흐름에 맞춘 빠른 논의와 법규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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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5 11:07 2014/08/05 11:07

기술발전의 방향은 대부분 ‘자동화’에 맞춰진 듯 하다.

애플의 자동응답기능을 갖춘 소프트웨어 시리(Siri)에 대해 사람들이 환호했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직접 소개한 가정용 로봇 페퍼 역시 사람과 대화하고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자동화된 대화 소프트웨어를 갖췄다는 점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구글이 유투브에 적용한 자동 음성인식-자막생성 기능과 자동 번역 프로그램과의 궁합은 실시간 자막 번역이란 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자동화 기술 안에는 광범위하게 실시간으로 쌓이는 빅데이터 처리 기술과 단말기의 빨라진 프로세서 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자동화 등의 용어가 특수한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쓰는 용어였다면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익숙해진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자동화 된 신세계 안에서 사람들은 행복할까? 그리고 비즈니스적으로 이런 자동화 기능들이 기업들과 고객을 자연스럽게 이어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 당당하게 ‘자동이 아닌 수동이 더 편할 때가 있다’고 말하는 스타트업 서비스들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예약 문화에 있어서 이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오픈테이블(OpenTable)’ 서비스는 일찌감치 1998년부터 출발해 현재 3만 1천 개의 레스토랑이 사용하고 있는 예약 전문 플랫폼이다. 지난 2013년 4분기에만 약 3,850만 건의 예약이 이 서비스를 통해 이뤄졌으며 지난 2009년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는 4배 이상 뛰었다. 지난 달 13일 프라이라인이 2조6500억원이란 거금을 들여 인수하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경쟁자가 거의 없다시피 한 이 서비스의 ‘매력’은 예약의 최종 단계에서 사람이 예약 확인 전화를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메일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예약 확인을 해주지만 온라인 예약시 에약 확인 전화를 선택을 해두면 예약 당일 직접 전화로 예약을 일깨워준다. “예약을 하기 어려운 레스토랑의 예약이 가능한 시간이나 근처의 예약이 가능하지만 맛이 훌륭한 레스토랑을 찾고 싶다”는 욕구를 채워주는 자동화 예약 시스템의 마지막 단계에는 레스토랑에서 예약 확인 전화를 걸어준다. 사람이 직접.

국내에서도 ‘예약왕 포잉’이란 서비스가 최근 옐로모바일로부터 투자를 받아 주목을 끌었는데 역시 이 서비스도 모바일 앱으로 사용자가 레스토랑을 예약하기 위해 버튼을 누르면 자동전화예약시스템으로 가맹 음식점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 이때 가맹점에서 전화를 받는 사람이 테이블 상황을 봐서 예약이 가능한지 여부를 다시 시스템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결국 사람이 중간에 직접 ‘개입’한다.

전세계 106조원, 한국만 따져도 10조원의 시장이라고 하는 배달음식 시장. 최근 TV 광고 등으로 치열하게 경쟁중인 요기요, 배달의 민족과 같은 서비스 역시 중간의 사람의 역할은 중요하다.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 형제들에 따르면 애플리케이션으로 고객들이 주문 버튼을 누를 경우 업체들이 자동으로 이 주문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사람의 목소리로 직접 전화를 걸어 “어디에서 짜장면, 탕수육 2인분을 시켰다”고 말하고 몇 분 안에 도착하는지를 물어보면 다시 이 주문 상황을 고객에게 문자로 알려주는 역할 역시 사람이 한다는 것이다.

PC, 단말기, TTS, ARS 등 많은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국 사람의 목소리로 직접 전달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이다.

최근에는 사람의 음성으로 직접 뉴스를 읽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데일리(day.ly)는 필요한 뉴스를 골라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듣는 음성 서비스다. 99초(1분 30초), 199초(3분), 299초(5분) 뉴스를 매일 밤 11시에 콘텐츠를 골라 아나운서들이 직접 읽어서 녹음한 뒤 이를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매일 서비스한다는 개념이다. 목소리 생성 방식을 자동화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기계음 합성 방식은 사람들의 귀에 어색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충격과 공포의 서비스’라고 칭해 더 유명해진 드라마앤컴퍼니의 명함 정보 입력 서비스인 ‘리멤버’ 역시 놀랍게도 ‘수동 인식, 수동 입력’ 방식이다. OCR이라고 해서 자동화된 명함 인식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인식률이 95%라고 해도 여전히 한번 인식한 뒤 검수하고 수정해서 다시 입력하는 시간을 거쳐본 사용자라면 자동인식율에 대한 믿음은 금방 깨진다는 점을 노렸다.

이 회사는 최근 1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수동 입력을 담당하는 아르바이트 타이피스트가 15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올해 서비스를 시작한 이들이 입력한 명함은 무려 100만장. 올해 안에 500만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이 회사는 명함더미를 택배로 받아 입력을 대행해주는 사업까지 확장했다.
기술위주의 IT 분야지만, 그 안에서 여전히 사람의 노동력과 인지력은 자동화되지 않은 마지막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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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시사IN 에 게재된 기사와 일부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지면에 실린 내용에 틀린 내용이 있어서 바로 잡았습니다. 온라인을 기준으로 삼아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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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6 16:12 2014/07/16 16:12

대중매체는 광고의 등장으로 비로소 객관성과 중립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매체 역사의 아이러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 누구의 편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대중매체의 원래 메시지의 주변에 기업이나 기관의 의도적인 목적을 가진 광고는 매체 구독자에게는 다소 불편함을 주지만 새로운 정보를 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대중매체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주요한 수익원이 되었다.

인터넷의 대중화에도 역시 광고는 중요한 수익원이 되었다. 인터넷 사이트가 사람들의 관심과 시간을 붙잡아두는 바람에 배너광고도 등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사이트과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검색을 하는 과정에서 검색 결과 화면 역시 광고를 전달하는 지면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구글과 같은 거대한 인터넷 기업들은 광고 수익이 거의 전부인 이유다.

그런데 앞으로도 광고가 새로운 IT 매체 환경을 보급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소한 스마트폰을 앞세운 모바일 광고 시장은 폭발적 성장중이다.

지난해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가 4천159억원대로 성장했다. 전년 대비 92.6%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광고 시장 규모 대비 모바일 광고 시장은 4.2% 비중에 불과하다.

지난 17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정보통신방송정책 26권 '모바일 광고 시장의 전망 및 동향'에 따르면, 방송 통신 융합과 다양한 ICT 디바이스 개발로 모바일 매체 영역이 확대되면서 모바일 광고 시장이 동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3,800만명에 이르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모바일 광고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료에 따르면스마트폰은 TV에 이어 두 번째로 사용 빈도가 높은 매체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모바일 광고 사용률은 2012년 85% 수준에서 2017년 95% 수준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광고 시장의 성장하게 된 요인으로 모바일 기기가 저렴한 비용의 소비자 매체로서 기능하면서 상황성(Context), 즉시성(Immediacy), 개인화(Personalization)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런데 최근 나이키의 철수로 주목받고 있는 웨어러블 컴퓨팅은 광고와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을까.

지난 9일 미국 MIT테크놀로지리뷰가 주최한 디지털 서밋에서 에버노트 CEO 필 리빈은 “특정 기능을 하는 단일한 애플리케이션의 시대는 낡았다”고 단정하고 “웨어러블 컴퓨터가 스마트폰을 보완하는 새로운 기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고, 앱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가지는 역할을 대체할 수도 있다”면서 스마트 시계나 구글 글래스와 같은 웨어러블 컴퓨터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장치들이 서로 연결되어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한 것이다.

관련 기사 : http://www.technologyreview.com/news/528196/digital-summit-wearable-computers-mean-the-end-of-apps-and-ads/

하지만 그는 웨어러블 컴퓨터 환경이 보편화 되기 시작하면 사용자의 눈에 보여지기 위해 당장 활용 가능한 스크린은 겨우 몇 인치인 경우들이 대부분이 될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노출이나 사용자의 반응을 기대하는 광고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구글글래스의 작은 화면에 광고가 등장해 시야를 방해하면 상당히 불편해질 것이 뻔하다. 스마트폰 화면보다 스마트 시계나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게 되고 사용자에게 좀더 최적화된 개인화 정보들이 제공될 것이란 일반적인 전망에서 광고가 낄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따라서 광고업계 역시 이런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모바일의 작아진 화면에서 기존 콘텐츠와 구분해서 보여질 수 있는 광고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아예 콘텐츠 자체가 광고인 네이티브 광고라거나 특정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존 콘텐츠 맥락 속에 배치해 놓는 PPL 광고 기법 역시 최근 들어 각광 받고 있다. 개인화나 기기값을 후원해주는 스폰서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점차 비용만 증가하고 소비자들이 광고를 비켜갈 수 있는 수단이 많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산업사회의 꽃인 광고가 예전과 같은 위력을 가질 수 있을지, 그리고 광고에 의존하는 매체의 생존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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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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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4/06/26 09:30 2014/06/26 09:30
이 글은 콘텐츠코리아랩 1센터 개소식 기념 창의 교육과 창업·창직 연계 방안 토론회를 위한 발제문으로 작성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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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와 창의는 다르다
흔히 우리는 창조적인 것과 창의적인 것을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창조는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창의는 생각이 새롭다는 의미다. 따라서 좀더 넓은 의미의 창조적인 사고방식이 바로 창의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의미로 보면 창의 교육이란 정답을 알려주는 교육이 아닌 스스로 생각할 능력을 만들어주는 교육을 말한다. 사회가 늘 같은 정답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린 누구나 민주주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덧 현대 사회는 획일화된 교육을 통해 정답을 찾는 방법을 원했고 이는 제조업이 위주가 되어 있었던 기술의 발전과 연계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이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우리는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조합해내고 새로운 서비스를 구성해낸다. 기존에 완전히 없었던 것을 발명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화 방식을 창조해내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분리되어 디지털이 우세인 시대를 지나 지금은 디지털에서 새로운 아날로그 문화를 발견하고 창발적인 제품을 만들어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구글이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에서 벗어나 오프라인에서 구글 글래스와 구글 크롬을 통해 오프라인에서도 인터넷을 자유롭고 편하게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모습이 바로 창의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은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것을 어떻게 부정하고 새롭게 접근할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단,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인격과 사회성’에 대한 인문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자율성을 강조하다보면 자신의 기능성만을 믿고 물신풍조에 젖을 가능성이 높다.

창업은 창사와 다르다
창업은 자신이 평생 가져갈 직업을 고민하고 선택해서 훈련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일련의 과정이므로 단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또한 직업윤리와 각 업종의 정보를 획득하고 창의성을 발휘해 자신의 직업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반면 법인을 설립하고 돈을 벌고 계약을 해야만 하는 법인 설립 등의 회사 설립 절차는 창업의 일부에 불과하며 단계 역시 뒤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야 한다.
따라서 창사에 대한 부담감을 주기보다 자신의 직업적 소양과 적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만나게 해주어야 한다. 이는 자율적 체험형 인턴제의 광범위한 안착이 필요하다.

법인을 만들어 법적 굴레를 씌우는 것은 맨 나중에 해야 할 일로 규모가 늘고 직원이 필요한 가시적인 단계에 도달했을 때 구체적인 전망과 예측을 통해 법인을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창직은 창업과 다르다
어느 업종이나 그 업종에서 각 역할을 구분하면 상당히 다양한 방식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며 이에 따라 전문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갖게 된다. 이런 기능과 지식의 습득과 발휘의 과정은 자신의 직업과 직장을 스스로 판단해서 만들거나 직장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 갈 수 있어야 창직의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창업은 그 이후의 일로 역시 창직은 직장 내에서도, 별도의 임시 프로젝트에서도,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때도 구성요소일 뿐이다.

창업의 과정에서 창직은 필수이나 창직이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문제는 없다.
본인은 1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고 기술과 경영을 알아야 하는 야후!코리아에 전략과 제휴 업무를 맡는 대표의 스태프로 들어갔을 때 스스로 ‘비즈니스 에반젤리스트’라는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 칭했고 이내 그런 역할에 대해 누구나 인정을 하고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정답이 없는 사회, 스스로 해결하는 프로 의식
창직과 창업, 그리고 창발적 혁신에 의한 결과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이런 사회적 환경은 쿼키닷컴의 사례 처럼 사회와 산업계가 새로운 혁신적 아이디어를 창의성을 발휘해 실현하고 제조할 수 있는 방법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창직과 창업을 경험해서 자신의 전문성을 통해 수입을 얻고 있는 프로들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창의성과 창직, 창업을 모두 아마추어의 영역으로 한정해서는 안 되며 학습은 아마추어 단계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나 프로의 세계로 들어와서는 모든 과정에 있어서 스스로 직업 윤리와 직장에서의 규율, 사회의 법제 등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응용,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창발이 현실의 벽을 넘어서 좀더 빠르게 사회에 나올 수 있게 되고 이런 과정 속에서 최종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게 되는 창직과 창업의 과정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회는 ‘취업 기계’, ‘스펙 공장’, ‘정답 제조기’를 양산하기보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과 직장을 찾도록 도와주고 스스로 프로로서 현실의 벽을 체험하고 충분히 익힐 수 있게 하여 새로운 해결 방식을 내놓고 현실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잘 이뤄지면 교육의 목표는 정답을 내놓는 자판기로서의 학생들이 아닌 저마다의 답을 찾는 개성을 갖춘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는 이전에 있었던 문제에 대한 새롭고 더 나은 해결책을 만들어 제시하는 일이자 사람들의 숨겨져 있는 욕망을 일깨워 새로운 소비와 문화적 경험을 하도록 구상하고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정답은 존재하지 않으며 구체적인 업종에 대한 학습과 반복적인 실습과 체험을 통한 통찰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이런 통찰에 공감하고 협업하고 구체적인 역할을 나눠 실천하는 여러 사람이 모인 것이 바로 비즈니스 조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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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9 09:03 2014/05/29 09:03

TV 종말의 징조, 자방세대의 등장

Column Ring 2014/05/29 08:59 Posted by 그만

세월호 침몰사고로 모든 이들의 시선이 현장으로 쏠렸다. 그 시선을 대신해주는 존재는 당연히 언론사들이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제대로 된 내용을 보도하지 못했고 결국 기자+쓰레기라는 ‘기레기’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 큰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주목할만한 작지만 의미심장한 에피소드가 전해졌다. 침몰 사고 후 사흘째 되는 날 세월호 관련 취재를 하는 기성 언론들의 영상 취재를 강하게 거부하던 실종자 가족들이 유일하게 ‘아프리카 TV’에게만 취재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왜 실종자 가족들은 ‘아프리카 TV’만 취재를 허용했던 것일까. 실마리는 ‘실시간’에 있다.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영상은 뷰파인더 안에서의 진실이긴 하지만 최소한 전후 맥락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낮다고 직감한 것이다. 이것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우린 실시간 영상은 의도된 왜곡 요소가 적을 것이라고 유추한다.

실시간 동영상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또한 개인이나 아주 작은 조직에 불과하다. 예전이라면 수 백, 수 천 명이 하나의 실시간 중계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이 실시간 영상을 보내줄 수 있는 서비스에 가입해서 장비(기껏해야 노트북과 비디오 카메라, 아니면 그냥 최신 스마트폰 하나)를 갖추고 당장이라도 무엇이라도 실시간으로 중계도 하고 그 장면을 가감 없이 인터넷으로 공개할 수도 있게 됐다. 바야흐로 민낯 실시간 동영상 전성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최근 구글이 유튜브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인정한 실시간 게임 화면 중계 서비스인 트위치(Twitch)를 약 1조원의 가치로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서비스는 실시간 영상 서비스 트래픽의 4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야후는 HD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레이브이(RayV)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외신도 연달아 나왔다.

페이스북이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프라이버시 시대는 끝났다”고 할만큼 일반인들이 자신의 일상을 손쉽게, 있는 그대로 공유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 당연히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남, 그리고 주변의 현재 모습을 공유할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먹방, 직방, 자방세대(自放世代, Self-cast Generation)
일찌기 뉴욕타임즈는 자신의 모든 소소한 일상을 인터넷으로 모두 말하는 세대(Tell-all Generation)이라 명명한 바 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일상을 소셜미디어에 공개적으로 거리낌 없이 올리는 사람들을 미포머(Meformer ; me+Informat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식으로 표현하면 사사건건 자신의 족적과 생각을 남기는 ‘인증족’들 역시 비슷한 부류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실시간 동영상을 결합한다면 이들을 자방세대(自放世代, Self-cast Generation)라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 싶다.

아마도 사람들은 여전히 다중적이어서 극도로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 위해 ‘잊혀질 권리’와 개인정보보호를 외치면서도 자신이 스스로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될 것이다. 가장 파괴력이 큰 방식이 바로 실시간 방송인 셈이다. ‘시간과 전파의 제약에 의한 소재 제한’ 따윈 없다. 그저 독창적이고 극소수라도 꾸준히 누군가 와서 봐줄 수 있는 영상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만들어질 수 있다. 마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내려다보는 지구 영상을 미항공우주국(NASA)가 실시간으로 보여주듯 말이다.

TV보다 스마트폰 화면에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이라 부르는 세대들이 커가면서 전세계 단일한 미디어인 인터넷을 활용하는 폭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지상파에 의존했던 TV산업의 종말은 예측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시사IN> 217호에서 유튜브를 주시하라면서 방송산업의 변화를 이야기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변화의 속도가 빠를지 나도 몰랐다. 하루 종일 이것저것 먹는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중계(먹방)하면서 돈 버는 사람이 생겨날지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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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9 08:59 2014/05/29 08:59

지난 달 15일(현지 시간) 구글은 미국 마운틴 뷰의 컴퓨터 역사박물관에서 개막한 '아라 개발자 회의'를 열었다. 최근 모토롤라를 매입해서 레노버로 재매각한 구글이 모토롤라 아라(Ara) 프로젝트만은 팔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아라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아라 프로젝트는 스마트폰을 마치 레고 블록 조립하듯이 디스플레이 부품, 카메라 부품, 배터리 부품, 메모리 부품, 센서 부품 등을 규격에 맞게 조립해 하나의 DIY(Do It Yourself)
구글은 2012년 1만7000개의 특허를 보유한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달러에 사들였고, 이를 중국의 레노보에 매각했으나 다시 넘어간 특허는 2000개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핵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특허는 남겨두고 팔았으니 구글이 30억 달러에 모토롤라를 레노버에 넘긴 것이 밑지고 판 것은 아니라는 소리가 나올만 하다.

구글의 아라 계획 책임자인 폴 에레멘코는 내년 1월 내놓을 첫 제품을 '그레이(회색) 폰'으로 이름짓고 기본적인 모듈만 갖춘 제품의 가격은 약 50달러(5만2000원)이라고 말해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해주었다.

각종 약정을 통해 사는 스마트폰 가격이 '0원'이 흔한 마당에 뭘 그리 놀라나 싶겠지만 이 가격은 '공기계' 가격을 말하기 때문이다. 약정이나 각종 서비스를 기본 가입해서 불필요한 통신료를 지불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통신 상품에 가입하지 않고도 와이파이 되는 곳에서는 스마트폰 앱으로 제공되는 메신저 등을 통해 통화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구글의 아라 프로젝트가 20여 년 전의 IBM의 호환 PC 전략과 많이 닮았다는 것이고 정면으로 폐쇄형 플랫폼을 고수하고 있는 애플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IBM은 PC 기본 하드웨어를 만들어놓고 이에 사용된 기술적 기반들을 PC 레퍼런스 가이드라는 책 형태로 주변 기기 사업자들과 컴퓨터 마니아들에게 배포하면서 ‘오픈 아키텍처’의 시대를 만들었다. 당시의 최신 기술을 통째로 공개하고 나니 너도나도 호환 PC를 만들기 시작했다.

IBM의 이러한 호환 PC 전략은 다른 PC 제조사들을 급성장시켰고 애플의 폐쇄형 PC를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IBM 호환 PC 시장 안에서는 HP나 델 등에 밀려나 원조인 IBM은 결국 PC 제조사업 부문을 레노버에 매각하는 굴욕의 역사를 맞이했다. 구글이 이런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애플과의 공고한 대결 구도에서 완전한 판을 엎는 전략은 결국 혁신과 개방이란 키워드에 있다는 점을 구글은 잘 알고 있다.

구글은 야후를 넘어설 때도 자신들의 검색 능력과 지도 데이터 등 자산을 수많은 유사 서비스들에게 나눠주었고 그만큼의 종속성을 유지하면서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가 될 수 있었다.

아라 프로젝트는 개발자는 물론 다양한 특화 제조업체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것이란 분명한 신호를 주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 규모만 해도 2조 원으로 추정된다. 액세서리가 단순히 스마트폰 케이스에서 진정한 특화 기능성을 가진 DIY 부품으로 바뀔 수 있다면 더 많은 시장 참여자가 생겨날 것이고 이를 통해 구글은 더 많은 파트너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아라 프로젝트에 대해 삐딱하게 보려면 부정적으로 볼만한 요소들이 많긴 하다. 이미 조립 PC 시장과 달리 조립 노트북에 대한 개념이 일부 시도됐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노트북의 얇은 두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표준적인 방법보다 각 제조사마다의 다양한 노하우가 집약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용 부품들이 많이 사용되었다. 따라서 오히려 표준화된 조립품이 더 비싸고 둔탁한 외관으로 외면을 받은 것이다.

무엇보다 애플이든 구글이든 스마트폰 세상을 누군가 혼자 독식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라의 혁신이 삼성과 중국 제조사들에게 어떤 자극을 줄지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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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18:12 2014/05/14 18:12

상상해보자. 인공지능을 통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중요한 키워드를 조합해서 자동으로 작성되는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그 정보를 기반해서 큰 투자건을 결정했다. 그런데 이 인공지능이 작성한 기사가 오보였다면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직업 기자는 이 사건을 보고 어떻게 판단할까.

어느 꽃가게 주인은 꽃배달 사업을 위해 드론을 샀다. 작은 화분을 실은 드론을 조종해 원격지에 배달가는 과정에서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실수로 드론을 툭 건드렸다. 드론은 화분을 놓쳤고 그 화분은 고가의 자동차 위로 떨어졌다. 꽃가게 주인과 드론을 건드린 자전거를 탄 사람, 그리고 자동차 주인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그리고 직접 꽃을 배달하는 배달원들은 이 사건을 두고 뭐라고 이야기할까.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직장을 만들어내지만 반대로 기존 체계와 기존 시장, 기존 직업을 위태롭게 만든다. 더불어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진다.

이런 현상을 두고 ‘와해성 혁신(Distruptive technologies)’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기술이 기존 체계를 파괴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기존의 체계를 흐트려놓고 기술이 대체할 수 있는 부분으로 재조합해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전세계의 미디어 산업 지형도를 변화시켰고 이 변화는 인터넷이란 콘텐츠를 실어나르는 체계가 기존의 콘텐츠 생산 체계 자체를 재조합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제도와 법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식자공’ 등 많은 직업군이 사라졌다. 자동차가 나오면서 마부들이 일자리를 잃었듯이.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매킨지 산하의 연구조사기관인 매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GI)가 작년 5월 발간한 ‘와해성 기술: 일상, 비즈니스, 글로벌 경제를 변화시킬 기술 발전’이란 보고서에서는 향후 10~20년간 12가지의 차세대 와해성 기술이 세계 경제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술 발전의 속도, 파급력의 범위와 강도, 혁신성을 기준으로 선정된 12개의 차세대 와해성 기술은 ▲모바일 인터넷 ▲지식노동의 자동화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기술 ▲첨단 로봇 기술 ▲무인 자동차 및 수송 장치 ▲차세대 유전학 ▲에너지 저장장치 ▲3D 프린팅 ▲첨단 재료 ▲첨단 석유/가스 탐사 및 채굴 기술 ▲재생 에너지 기술이다.

이런 와해성 기술은 가격 대비 성능의 측면에서 유사한 기술 및 접근 방식에 비해 급격한 속도로 발전하거나 불연속적인 성능 향상에 기반해 발전의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고 세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또한 이 기술들은 ▲투자 규모와 GDP 등 경제적 수치를 현저히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기존 경제 구조의 가치사슬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킬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한 그리스 출신 토지 측량사는 1년 전 구매한 드론(무인항공기)을 이용하면서부터 직원들 대다수를 내보냈다. 예전에는 현장 실사에 12명으로 구성된 팀원과 함께 나갔지만 이제는 드론 한 대와 조수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측량사는 드론 덕분에 지도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수익성이 몇 배 뛰었다”고 말했다.

리씽크 로보틱스 백스터(Baxter)라는 산업용 로봇은 이미 유명해졌다. 이 로봇은 기존의 단순 반복 작업용 로봇에 비해 75~85%의 가격대에 불과하지만 인간이 수행하는 복잡한 작업 순서를 몇 번만 반복해서 학습시키면 스스로 오류를 교정해가면서 인간이 가르쳐준 작업을 정교하게 수행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백스터는 화장실도 가지 않고 휴가를 요청하거나 급여를 올려달라고 하지도 않고 파업도 없다.



인공지능 컴퓨터와 자동화 기기가 새로운 기술들이 적용되고 인터넷이 연결되면서 지식 노동자의 자리와 단순 노무직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제도는 과연 누구를 보호하고 무엇을 옹호하게 될까. 이제 우리는 와해성 기술이 만들어낼 세계를 상상하고 뭔가 유연하게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생겨날 것을 기정사실로 두고 제도를 연구하고 있고 미국은 물론 독일과 일본 등은 자동차 회사들이 2040년 정도에 상용화할 자동주행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릴 때 벌어질 사건을 예상하고 법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도로교통법이 무인차 운행을 허용하지 않고 차량 간 통신을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주파수를 정부가 엉뚱한 곳에 할당해서 자동운행 자동차는 구경할 수 없다. 우리나라 측량법은 지도의 국외 반출이 불가능해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정보 서비스 구글 나우와 내비게이션이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제도가 와해성 혁신을 가로 막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존 직업군은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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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6 09:52 2014/04/26 09:52

흔히 ‘노하우(know-how)’라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고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법을 말한다. 이것은 지식과 경험의 총합과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안다’는 의미로 개인과 조직의 총합적인 능력을 일컫는다. 산업사회는 그렇게 ‘효율성’을 중요하게 따졌다.


지식사회로 넘어오면서 그동안 경험과 지식으로 쌓아왔던 것들을 서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따라서 지식과 경험을 담고 있는 ‘노하우’가 도처에 놓여져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지식사회에 필요한 것은 당장 내게 필요한 지식과 경험이 어디에 농축되어 잘 갖춰져 있는지를 알고 찾을 수 있는 ‘노웨어(know-where)’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른 바 검색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금은 모바일 시대다. 모바일 시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정보를 더 좁은 화면에서 나열해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한 화면에 여러 개의 선택할만한 후보를 놓고 고민하는 것이 오히려 더 편리할 정도로 모바일 화면은 단순하고 간결한 결과만을 제시하게끔 구조화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산발적이거나 너무 많은 선택권을 부여하는 정보가 아닌 ‘내가 믿을만한 사람이 추천해주는 정보’, 즉 미술관 큐레이터가 멋진 작품을 잘 선별해 잘 배치해 보여주듯 우리 주위의 콘텐츠 큐레이터들의 정보 공유와 권유가 더 힘을 얻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그 신뢰감 높은 사람들을 따라다니고(팔로우), 그들의 정보를 주기적으로 받아보고(구독), 그들과 교류하기 위해 네트워킹을 맺는다(친구신청).

바야흐로 ‘노후(know-who)’의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다.

이쯤되면 눈치 챘어야 한다. 세상은 돌고 돈다. 붕우유신(朋友有信)이라 하여 친구를 사귐에 있어 믿음이 있어야 하고 교우이신(交友以信)이라 하여 벗을 사귐에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믿음’인데 이는 예전의 사람의 됨됨이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현대에는 그의 ‘통찰’을 믿을만 해야 친구신청을 해도 받아준다.

얼마 전 60대, 50대 창업 희망자(아직 창업을 시작도 하지 않은 아이디어만 있는 상태여서 예비자도 아닌 희망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창업 희망자라 했다)가 연달아 필자에게 찾아왔다. 소개를 받거나 물어물어 찾아온 듯 싶었다.

이들은 자신의 살아온 역사와 스스로의 능력과 성취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고 연이어서 자신이 현재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내용이 흥미진진했다. 세상에 없는 것을 가져왔다고 자신하고 있었고 그 아이디어는 누구도 실행하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를 필자에게 부탁했다. 필자는 아이디어 자체를 평가할 능력이나 통찰을 갖고 있지 않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 아이디어를 그 창업 희망자보다 더 진진하게 더 오랫 동안 연구하고 고민했을 리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기준은 있었다. 그들에게 똑같이 물었다. ‘함께 할 사람이 있느냐’고.

놀랍게도 두 분의 신사는 같은 답을 말했다. “현재는 없다”

이렇게 놓으니 결론을 내리기 쉬었다. ‘현재로서는 그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긴 어렵겠습니다’

‘밥은 쌀로 짓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당연한 말이었다. 사업은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혼자서 사업을 일으킨다고 해도 여전히 ‘함께 할 사람’은 어떤 영역이든 필요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많은 창업 희망자들은 사업 아이디어가 사업화가 되기 위한 가장 기초가 되는 전제조건인 ‘사람’, 그것도 ‘가까이 두어 함께 일할 사람’,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함께 창업해서 굶고 밤새고 피땀 흘려줄 동료와 든든한 외부 파트너’가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한다.

이것은 오만과 착각이 빚어낸 짝사랑의 비극과 같다. 비즈니스의 기본은 ‘아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고 그 ‘아는 사람’ 가운데 내가 필요한 정보를 아는 사람, 내가 모자른 것을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 그리고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주변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은 처음부터 아이디어에서 아이디어로 끝나는 ‘무한동력’ 개발의 꿈 처럼 자가발전으로 인해 정력과 돈과 시간을 잃어버리게 된다.

비즈니스의 꽃은 ‘영업’이라고 한다. 즉 무엇을 팔아야 한다는 뜻인데 그 무엇을 만들어줄 사람, 그리고 그 무엇이 나왔을 때 내가 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궁극적으로 내가 만든 그 무엇을 사줄 사람과 이용해줄 사람을 알아야 한다.

당신은 알고 있는가,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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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5 16:48 2014/04/15 16:48

'톡 쏘는 맛' 댓글 섞은 SNS 칵테일

Column Ring 2014/04/02 10:22 Posted by 그만

최근 공익광고제 대상수상작이라며 TV에서 스마트폰으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묵념편이 방영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빠져서 정작 바로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사건에 소홀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TV도 역시 그런 매체라는 점이다. 신문도 그렇고 책도 그렇다. 매체에 빠져들면 세계를 읽을 수 있지만 주변을 돌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밥상 앞에서 책을 읽지 말라고 하시던 어머니, 지하철에서 신문이나 잡지를 읽으며 혀를 차는 모습, 거실에 온가족이 모여있지만 서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달리고 뛰고 넘어지는 연예인이 등장하는 TV를 보며 깔깔거리는 모습 모두가 미디어 중독에 빠진 우리를 대변하고 있다. PC와 게임,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시대에 대한 개탄이 낯설지 않다는 뜻이다.

새로운 미디어와 콘텐츠가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과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80년대만 해도 만화와 TV가 중독이란 이유로 천시받았고 PC와 인터넷을 거쳐 이제는 게임과 스마트폰 과몰입을 걱정하는 걸 보면 인간이란 동물이 ‘남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최근 한 월간지에서 “세계 주요국 중 병역의 의무가 있는 나라는 한국, 대만, 이스라엘이며 이 중 여자를 빼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제 자식들은 지금까지 투표권이 없다. 국민의 4대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투표권이 없다고 얘기했다”, “독재가 왜 잘못된 건가? 플라톤도 독재를 주장했다. 이름이 좋아 철인정치지, 제대로 배운 철학자가 혼자 지배하는 것, 바로 1인 독재다. 독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하나의 도그마다”라는 발언을 쏟아낸 함익병 원장이 화제다.

이 발언은 월간지의 인터뷰에서 비롯되었지만 아마도 이 논란을 접한 사람들 대부분은 블로그나 인터넷 매체일테고 이 인터넷 매체 글이 유통되는 과정에는 모바일 메신저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이 ‘함익병’이란 인물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일반인을 내세운 관찰 다큐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한 TV였다. 이 TV 방송 프로그램은 다시 인터넷 포털 등에 전개되는 다양한 홍보 수단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이 인물에 대한 모종의 이미지가 있었던 셈이다.

자, 누가 잘못한 것일까. 이런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혼자 품고 있지 않고 당당하게 이야기한 개인의 잘못일까, 아니면 ‘중요하지 않은’ 개인의 소견을 공적 의제처럼 포장하여 전달한 월간지의 잘못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의견을 담은 인터뷰 글에 흥분하는 소셜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잘못일까?

눈치 챘겠지만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이런 ‘중요하지 않은 일의 공론화’는 앞으로도 우리의 진을 빼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막아지지 않는다. 애초에 사람이란 동물은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의 의견과 남이 나를 평가하는 의견, 그리고 내가 가진 의견과 다른 남의 의견에 대해 민감한 것이 당연하다. 다만, 예전에는 사적인 대화의 차원과 공적인 논의의 차원이 전혀 다른 층위에 있었지만 IT 기술의 발달로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이 겹쳐지면서 이런 ‘사건이 아닌 사건’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공적 차원에서 판단이 되었다면 일개 병원 의사의 이해하기 어려운 궤변을 공적인 매체에 싣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실었다 하더라도 매체들 사이에서 의제화 되기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작적 매체의 이미지 형성을 통한 ‘유명인’이 되었고 ‘저명인’이었기 때문에 나머지가 가능해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SNS의 발달과 IT의 고도화에 따라 사생활이 침범당하고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고 있지만 정작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대상은 ‘공익’이다.

예전에는 사익과 공익의 충돌에서 공권력이 사익을 침범했다면 지금의 고도의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공익이 침범당하고 유린당하고 있다. 심지어 공익을 구해낼 명분도 사라지고 있으며 매체 운영사들조차 공익을 희생해서라도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 창업 아이템들도 공익이 우선되기보다 개인화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바일 SNS 시대가 만든 공공과 사생활의 칵테일의 맛은 확실히 자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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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342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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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2 10:22 2014/04/02 10:22

오가닉 미디어(Organic Media, http://organicmedialab.com)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마치 웹 2.0의 개념을 공부하면서 미디어 2.0이란 책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을 때, 이후 추천사 한 줄 써달라며 보내온 큐레이션 책을 받아들고 서문을 쓰고 싶다고 출판사에 제안했을 때의 흥분이 있었다.




미디어 2.0
명승은
큐레이션
스티븐 로젠바움 저/이시은


이런 단어들이 내가 세상을 이해하고 IT와 미디어를 해설하는 데 쓰고 있는 여러 개념들을 함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느꼈던 기술계와 언론계의 괴리감을 몸소 체험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더 알뜰살뜰 잘 챙겨서 설명하고 실험하는 사람이 분명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매스미디어의 시대는 끝났다.
첫째, 매스미디어는 신문, TV, 라디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라는 사회관계를 만드는 미디어를 말한다. 매스미디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인터넷이 TV를 대체한다는 말이 아니다. 대중이라는 사회관계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불특정 다수라는 그룹은 변화무쌍한 네트워크로 대체될 것이다.
둘째, 소셜 미디어와 사물인터넷 등의 현상은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이 아니다. 미디어의 본래 개념을 일깨워주는 현상일 뿐이다. 즉 미디어가 단순한 메시지 전달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관계를 매개하는 노드이며, 심지어 이 노드 자체도 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해주는 사회, 기술적 현상이다.(오가닉 미디어, 11~12p)


여기까지 읽고 전문가들의 역할이 줄어든다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넘쳐나는 콘텐츠가 사람들을 계속 연결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소중한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한 콘텐츠를 만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콘텐츠 생산을 직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은 아마추어들이 근접할 수 없는 자원과 노하우를 이용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같은 책, 66p)


이 책이 갖고 있는 미덕은 '빨리 읽히지만 빨리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컨텍스트, 즉 문맥은 유려하여 읽기 쉽지만 이 속에 쓰인 개념은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IT 전반의 최신 단어와 용어들이 나열돼 있고 아마존과 허핑턴포스트, 페이스북 사례들이 등장하며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최근의 IT 트렌드를 대표하는 이야기들이 맛깔스럽게 분류되고 정리돼 있다.

더불어 이 책 안에는 미디어에 대한 근원적 고찰이 들어가 있다. 이는 매스미디어와 언론이 '미디어'를 대변하는 모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주장하듯 미디어는 원래 의미 자체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 방법, 도구'라는 내 인식과 일치한다.

가치 중립적으로 보자면 이제 미디어는 그 네트워크 안에서의 역할과 다른 노드와의 결속력, 구성 방식이 바뀌니 권력 구조도 바뀌고 영향력도 바뀌는 것 뿐이다.

이 책에서 조금씩 언급되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 내가 상담하고 있는 많은 인터넷, 모바일 스타트업들의 본질적인 업이 '미디어'임을 눈치채고 있다면 이 책은 꼭 읽어보기 바란다.

미디어 비즈니스란 내가 만든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도와 시간을 광고주에게 파는 행위로 돈을 버는 것이다. 현재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블로거들에게도 필독서다. 기본적으로 이 모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미디어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바뀌어 나갈 것인지 이 책을 통해서 느껴보길 권한다.

그만의 생각과 미래 비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그만의 생각과 유사하다. 이 책이 빨리 나와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난 미디어 2.0과 큐레이션 이후 또 뭔가 이야기하고 싶어서 밤샘을 각오하고 책을 쓸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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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7 17:34 2014/03/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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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XP 지원이 4월8일 종료된다. 우려스러운 것은 보안이다. 특히 금융권의 대처가 안일하다. ATM 운영체제의 90%가 윈도XP다.

화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화산이 지금은 안 터지니까 괜찮아’라고 안심한다. 하지만 제3자가 보기에는 이들의 삶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얼마 전 미용실에 놓인 공용 PC를 켜면서 ‘이들도 화산 옆에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PC에 깔려 있던 운영체제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XP의 지원이 오는 4월8일 종료되기 때문이다. 지원이 종료된다고 해서 윈도XP를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기능·보안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 윈도 2003, 인터넷 익스플로러 6도 지원 대상에서 함께 빠진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무엇보다 보안 문제다. 윈도XP, 인터넷 익스플로러 6을 겨냥한 해킹이나 바이러스 침입 시도가 발생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일부 전용 프로그램이 나오기야 하겠지만 근본적 방어는 힘들 것이다.

이런 우려를 알면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에 대한 업데이트를 중단한다고 하니 야속하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려 14년이 넘는 동안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주었던 마이크로소프트를 일방적으로 탓할 수만도 없다. 아마 이런 문제를 모르고 있는 윈도XP 사용자도 없을 것이다. 윈도XP에서 지원 종료를 예고하는 메시지를 계속 띄우고 있기 때문이다.

윈도XP 사용자는 반드시 중요한 데이터를 백업하고 윈도를 업그레이드하거나 PC를 당장 교체해야 한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계속 윈도XP를 사용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인터넷 접속 없이 홀로 사용하는 PC라면 앞으로 수십 년간 윈도XP를 계속 사용해도 무방하겠지만 인터넷에 접속된 PC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른 인터넷 사용자의 PC에 피해를 주는 ‘민폐 PC’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량의 ‘좀비 PC’가 동시다발적으로 접속해 웹사이트 기능을 마비시키는 분산서비스거부 공격(DDoS)의 도구로 쓰이거나, 사용자도 모르게 불법 소프트웨어 유통로의 중간 기착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액티브엑스 등을 고수하는 한국 IT 정책
일반인은 그나마 대부분 PC 교체 등의 방법으로 대책을 세워놨지만 막상 금융권의 대처는 안일하기 짝이 없다. 자동화기기(ATM)의 경우 윈도XP로 운영되는 경우가 무려 90%에 달한다. 이를 교체하는 데 들어갈 비용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기기 교체 외에 운영체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라이선스 비용 따위 명목으로 은행마다 수백억원이 든다. 여기에 전용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금융계로선 그야말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국내 금융권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주문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공인인증서, 액티브엑스, 윈도XP 등 위험천만한 구시대 지뢰를 하나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윈도XP 지원 종료를 홍보해온 마이크로소프트 처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새로운 버전을 내놓을 때마다 한국 정부의 항의를 받는 기이한 상황을 겪어왔다. 액티브엑스가 동작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부터 지원이 종료되는 상황을 미뤄달라는 읍소까지 다양한 ‘꼴불견’이 연출됐다.

액티브엑스와 더불어 윈도XP는 한국 IT 폭발의 시기에 큰 족적을 남긴 동시에 더 이상 안고 갈 수 없는 계륵이 되어버렸다. 만일 윈도XP 대란이 일어난다면 전적으로 인재(人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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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339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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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3 14:03 2014/03/13 14:03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일, '한국이 인터넷 공룡인 진짜 이유'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은 인터넷 분야의 세계적 선두주자임을 자임한다"면서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이 미래의 국가는 암흑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한국 인터넷의 일부분이 매주 정부의 검열로 끌어내려진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요구로 지난해 국내 웹페이지 약 23,000 건이 삭제되고 63,000건이 차단됐다고 언급했다.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지난해 한국을 '부분적으로 인터넷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로 분류한 점,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이집트와 러시아, 태국 등과 함께 한국을 '인터넷 감시국' 명단에 올린 점도 거론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통신사에 감청 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해두었다. 그는 "흉악범죄나 간첩, 테러, 내란 음모 등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휴대전화를 감청을 못하게 만드는 것은 반국가세력이고 반서민세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뿐 아니다. 첨단기술의 발달과 함께 전세계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정보 불안 사회’에 진입된 상태다. 에드워드 스노든 사례가 대표적이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이 우방국 정상들의 통신까지 엿들은 무차별 감청 행위에 대해 영국 <가디언>에 제보한 뒤 러시아에서 1년짜리 임시 망명 생활중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에드워드 스노든이 임시 망명중인 러시아에서는 감청이 아예 합법이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유럽 차관보가 유럽연합에 대해 욕설한 내용이 감청(사실상 도청)된 깨끗한 음성 파일에 담겨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다시 한 번 통제 사회에 대한 인식을 확인시켜주었다. 얼마 전에는 주러 미국 대사 역시 자신도 휴대폰을 감청 당했으며 러시아에서 이메일과 휴대폰 감청은 합법이라고 NBC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푸념하기도 했다.


제임스 콜 미국 법무차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NSA가안보국 감청 프로그램의 대상이었느냐는 질의에 답하지 않아 의지만 있으면 미국 대통령도 감청 대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문제가 불거진 NSA의 무차별 감청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받는 등의 안전장치를 보완해 발표했지만 여전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처럼 기술은 우리에게 커뮤니케이션의 확장 능력을 주었지만 그만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는 위험성을 높여주었다. 카드사 대량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도 이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없는 이유는 데이터란 것이 만들어지고 흐르는 것 자체를 막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보가 적어서 불만이었던 시절에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거쳐 이제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엄청나게 쌓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정보의 대다수는 우리 일상 자체가 중요도 여부를 떠나서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손수 입력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몸 상태, 이동 경로, 구매내역 등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수집되어 활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데이터는 쌓인다. 그 데이터가 흐르는 동안 누군가는 그 속에 있는 정보를 활용해 돈을 벌고 누군가는 이 정보 속에서 개인의 성향을 파악하거나 정치적 도구로 악용하려 한다.


최고의 보안은 잘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남기지 않는 것’이고 최고의 비밀은 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상태다. 국민 메신저로 등극한 카카오톡도 5일 동안 대화내용이 기록되고 3개월 동안은 수발신 내용이 남아 이 자료들은 수사 영장이 있으면 넘겨준다.


317호에 소개했듯이, 오죽하면 잠깐 서로 공유하다가 짧은 시간 안에 서로 주고받은 모든 기록이 사라져버리는 ‘찰나의 서비스’가 나올까.


자발적으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드러내고 휴대폰으로 자유롭게 사적인 대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불안해지고 있다. 인터넷으로 촉발된 혁신과 경제 활기가 기업과 각국 정부의 과도한 감시와 이용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불모지로 바뀌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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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에 기고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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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7 13:57 2014/02/17 13:57

'인터뷰 작성하기' 강의록

Ring Idea 2014/02/13 07:01 Posted by 그만
벤처스퀘어에서 얼마 전 숨어 있는 벤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기자단, '벤처 마이너' 모집이 있었습니다. 15명의 팀원들과 함께 친목 겸 워크숍이 있었는데요. 이날 제가 간단한 강의를 했어요. 관련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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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라서 링크가 안 눌러질텐데요. PDF 문서도 첨부합니다.




벤처스퀘어 벤처 마이너가 섭외 전화를 하더라도 놀라지 마시고 친절히 응대해주세요. ^^ 더 많은 원석과 같은 스타트업이 소개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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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3 07:01 2014/02/13 07:01

무한 복제 시대, 무엇이 원본이고 무엇이 복제물인가.

이 원초적인 질문은 이미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었던 1990년대부터 있었다. PC가 보급되면서 워드프로세스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고 포토샵만 잘 다루면 원본으로부터 새로운 원본을 뽑아낼 수 있었다. 새로운 디지털 짝퉁 창작의 세상이 되었다. 음악도 디지털화되면서 표절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첨단 산업으로 불리는 모바일 창업 시장에도 베끼기 열풍이 ‘벤치마킹’이란 근사한 이름으로 성행하고 있다. 불과 출시 6일만에 돌풍을 일으키며 모바일 게임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썬데이토즈의 신작 게임 ‘애니팡2’가 구설수에 올랐다.

카카오톡 게임하기라는 같은 플랫폼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킹닷컴의 ‘캔디크러시 사가’라는 게임과 유사하다 못해 대부분의 게임성과 게임 진행 방식을 그대로 베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그런데 더 희한한 것이 이런 비난을 받으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 등장한 ‘애니팡2’의 돌풍의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길래… ‘라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방적인 ‘표절 논란’의 주인공으로 지적받으면서도 “법적 검토를 마쳤으며 문제가 없다”는 당당한 입장 표명에 한 차례 더 주목받았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었을까. 출시 며칠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 매출순위에 상위권에 안착하였다. 덩달아 주가도 표절 논란으로 주춤하다가 결과론적으로 ‘매출 상승 기대감’을 반영하며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썬데이토즈가 이렇게 게이머들과 업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은 애니팡 첫번째 버전부터 다이아몬드 대시라는 모바일 게임과 유사하다는 표절 논란에 이은 후속작도 마찬가지로 ‘창의성 부족’을 드러내며 ‘노골적인 벤치마킹’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애니팡 처음 버전과 신작 애니팡2의 연관성은 캐릭터 정도만 물려받았을 뿐 게임성은 서로 다른 게임 진행 방식이어서 더욱 논란을 키웠다.

작년 말, 2013 대한민국 공익광고제 은상을 수상한 포스터가 불과 몇 달 전 유엔여성에서 제작한 양성평등 캠페인 광고 시리즈의 사진과 유사하다며 네티즌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인물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상태에서 입에 검색 창이 놓여진 모습이어서 한눈에 봐도 유사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대로 수상작으로 결정되었고 주최측은 표절논란으로 수상작이 바뀐 적이 없다는 말로 논란이 잦아들기만 기다렸다. 이쯤되면 우리는 표절에 관대한 문화를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야후가 포털 서비스를 시작하고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자 뒤따라 나온 한국의 포털 서비스들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이후 야후가 3단으로 바뀌면 3단으로, 야후의 뉴스가 오른쪽이면 네이버는 왼쪽으로 뉴스를 배열했다. 검색창 모양이나 화면배치는 서로 유사해져만 갔다. 애플의 곡면 사각형 모양의 스마트폰 모양은 그대로 삼성의 스마트폰 디자인으로 ‘벤치마킹’됐다.

2000년에 네티즌끼리 묻고 답하는 서비스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자 한국에 유사한 서비스가 생겼다. 한겨레신문에서 운영한 디비딕이란 서비스였다. 사용자가 폭증했지만 수익모델이 변변치 않아서 일부 유료화를 단행했다. 그 즈음 2002년 네이버가 지식iN 서비스를 시작한다. 유료화에 대한 반발로 빠져나간 네티즌은 짝퉁 서비스인 지식iN 서비스로 옮겨가고 아예 처음부터 묻고 답하기 서비스를 원했던 사용자들은 지식iN 서비스가 원조인줄만 알고 사용했다.

해외에서 ‘핫메일’이 무료 메일 서비스를 시작했던 시절 한국에서는 이름도 비슷한 ‘한메일’이 나왔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다음 카페를 노골적으로 겨냥한 네이버 카페 서비스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시장에서 승리했다.

게임 서비스들은 원조 히트작들을 교묘하게 베끼고 모방하고 본받았다. 봄버맨을 그대로 베낀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 마리오카트의 게임 방식 그대로였지만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던 카트라이더, 건바운드나 웜즈시리즈와 유사했던 턴제 방식의 포트리스2 블루는 두고두고 화제의 베끼기 흑역사의 주인공들이다.

모바일 서비스가 대세인 요즘 우리의 모방의 흑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무려 2년 전 게임이었던 소니의 모두의 스트레스팍 레이싱의 게임 방식을 그대로 본딴 다함께 차차차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왓츠앱의 특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은 카카오톡과 라인은 글로벌 메신저로 순항중이다.

얼마 전 커피러버라는 중국산 모바일 게임이 화제가 되었는데 우리나라 파티게임즈의 아이러브커피의 코드까지 해킹해 만든 복사판이 등장하면서 네티즌이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우리도 우리가 행한 벤치마킹 수법 그대로 당할 수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불법과 합법을 떠나서 가슴에 손을 얹어 떳떳한 창작자들이 우대받는 세상이 분명 더 나은 세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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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설합병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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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7 09:41 2014/01/27 09:41
새해가 밝았다. 이쯤되면 누구나 올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와 우려섞인 시선으로 각종 언론의 각 분야 트렌드 전망 기사를 살펴보게 된다. IT와 관련된 트렌드는 최근 들어 기술과 사회적인 이슈가 함께 맞물려 들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 더욱 주목된다.

IT 트렌드 가운데 사회와 경제적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키워드를 나름 선정해보았다. 이 트렌트 전망은 주관적인 통찰에 기반하므로 반드시 실제 현상과 일치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사회와 기술을 이해하는 데 작으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1. 데이터는 구름 속에 넣어둔다?! 클라우드와 비즈니스
지난 해 시사IN 이 꼭지에서도 설명한 바 있는 BYOD(Bring Your Own Device), 즉 기업의 공식 지급된 PC로만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신이 소유한 휴대 단말기, 즉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회사 업무를 보는 경향이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걱정되는 것은 역시 보안, 이 때문에 기업용 클라우드와 클라이언트 서비스가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사원들의 계정을 관리하고 데이터의 흐름을 통제하면서도 개인정보와 데이터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들이 쏟아져나올 것이며 기업시장에서 유의미한 시장 규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

또한 데이터 이동성으로 봤을 때 헬스케어, 즉 건강과 의료와 관련된 산업의 클라우드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국내에서는 헬스케어와 원격의료 등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인해 홍역을 겪고 있지만 글로벌한 시각으로 보자면 분명 헬스케어와 클라우드는 궁합이 잘 맞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무려 10만여 가지의 헬스케어 앱이 존재하며 이중 상위 10개 앰은 매일 400만회의 다운로드 실적을 보이고 있다. 451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전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연평균 36%씩 성장해 2016년에는 그 규모가 19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2. 힘든 일도 대신해주고, 생각도 대신해준다?! 스마트 로봇
로봇은 크게 두 가지 구성 요소를 갖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그것이다. 로봇이라고 하니 독자들의 벌써 식상한 느낌이 전해진다. 실제로 로봇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시장성이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각종 전시회의 눈요깃감으로 전락해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최근의 로봇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애플의 시리나 구글의 나우 서비스 등은 확실한 인공지능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아직 한국어와 관련된 콘텐츠가 부족하지만 미국에서 사용하는 이들 서비스는 상당히 편리한 정보 도우미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IBM 슈퍼컴퓨터인 왓슨은 이미 의사들에게 치료법이나 암 진단과 관련한 조언을 주는 역할을 수행중이다. 왓슨은 환자의 전자의료기록과 최신 의학 문헌을 읽고 정확한 치료방법을 조언 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실제로 2015년 말이면 왓슨이 IBM 매출의 1.5%, 2018년에는 10%를 차지 할 것 이라고 가트너는 내다봤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량 개발과 최근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탁월한 로봇 제조사를 인수한 사례, 그리고 아마존의 무인헬기를 통한 택배 시스템 추진 등 미국의 비싼 인건비를 대신할 로봇의 상용화는 눈앞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 로봇은 지난 10여 년 동안 주목받는 키워드였지만 2014년 만큼은 실생활에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보할 것인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로봇은 미래 노동의 가치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3. 소셜 네트워크와 큐레이션 미디어의 힘!? 모바일 소셜 파워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 그리고 기업들에게 2013년은 곤혹스러운 해였을 것이다. 무엇이든 화두가 되고 사소한 잘못도 부풀려지고 잘못 새어나간 정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 위기를 만들어내었으니 말이다. 그 뿌리가 어디인지, 그 확산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PC와 유선에 머물렀던 소식과 주장의 확산 정도는 그 파괴력은 배가되었다. 또한 스마트폰을 통한 메신저 보급과 커뮤니티의 대이동은 조직을 가진 사람들로서는 가장 큰 위협 요소가 될 것이다.

익명을 통한 무차별 유언비어라는 비난의 요소조차 이제는 친구끼리 큐레이션된 정보를 확산 전파하는 상황에서는 방어할 수 있는 논리를 갖추지 못할 것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등을 통한 소통량은 폭증할 전망이다.

대신 긍정적인 면이라면 잘못된 시각이나 잘못된 정보가 정정되는 시간 역시 빨라질 것으로 보이며 네트워크의 각 연결 지점들을 파악하기 쉬워 소셜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유발도 자연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있을 지방선거가 모바일 소셜 파워를 실감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4. 만물에 인터넷이 깃들어 소통하다?! 만물 인터넷 시대
우리는 이미 이 키워드를 몇 년 전부터 써왔다. 무언가 감지하는 센서가 많아지면서 센서들이 곳곳에서 서로 통신하게 될 것이라는 센서 네트워크, 온갖 사물이 인터넷 단말기가 되어 인터넷에서 각 사물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사물끼리 상호 소통하여 고장상황을 보여주는 사물간 통신(M2M)이나 사물 인터넷(IoT) 말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인간들이 이 물건들을 사용하고 휴대하고 승차하고 다닌다면 모든 사물과 인간의 사회적 활동이 인터넷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만물 인터넷의 시대인 셈이다. 구글 글래스, 스마트 워치 등 입는 컴퓨터는 물론 가전과 모바일 메신저로 소통할 수 있는 제품은 올해 초부터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IDC는 기술과 서비스를 포함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시장이 2020년에 8조 9천억 달러에 이르고, 2천 1백 20억 개의 디바이스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네트워킹의 차원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런 만물 인터넷은 인간의 행동양식과 사생활 침해 요소가 다분해서 기술적 진보만큼이나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5. 소유에서 공유하는 정보, 재산, 교육! 공유 자본주
코세라, 유다시티, 칸 아카데미 등 온라인 교육 공유 시스템이 본격화되고 있다. 혹자는 전세계 대학 교육 시스템이 대변혁기에 들어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201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45개 대학이 합병해 2006∼2009년에 합병한 대학 수(16개)보다 크게 늘었다.

미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사립대 4곳 중 한 곳은 입학생이 2010년에 비해 10% 이상 줄었다. 우리나라 역시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가운데 8명 가량이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등 대학의 구조조정은 매우 임박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공교육의 마지막인 대학이 실용과 학술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이 민간은 IT 기술을 통해 누구나 대학교 강의를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게 되었고 최신 트렌드나 기술, 개발 교육 등은 자체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배우고 학습하는 체계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식의 공유 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공유, 부동산 공유, 자동차 공유, 주차공간 공유, 옷과 물품을 나눠쓰는 공유 플랫폼 모두 IT와 인터넷의 발전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공유 경제의 사례들이다. 2014년에는 더 많은 것들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공유되면서 소유의 자본주의에서 공유의 자본주의가 지속적으로 실험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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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시사IN> 이번주 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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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6 10:15 2014/01/0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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