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마지막 카드, '사직서'를 매순간 매만지며 언젠가 멋지게 내던지고 휙 돌아서는 스스로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문제는 '행동'이다.
내던지는 것까지야 누가 못하겠나 싶다. 거기에 더해 동료들과 불평불만에 가득 찼던 시절을 떠올리며 상사에게 멋지게 한바탕 '똑바로 하세요'라고 이러쿵저러쿵 멋들어진 충고 한보따리를 내놓을 생각하니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며 흥분된다.
그리고 뒤로 확 돌아서는 순간, 상사가 이러겠지?
'자... 잠깐, 자네 말이 맞네. 자네 뜻을 여기서 펼쳐보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얼마나 멋진가. 이제 다시 한 번 내가 멋진 말로 되받아친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
땡땡땡!
머리를 휘젓고 정신을 차려보면, 현실은 다시 시궁창 속. 상사에게 엄청난 욕을 한바가지로 얻어먹으면서도 안주머니에 사직서를 넣어두었다는 것을 애써 기억해내려 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한두번, 아니 수십번씩 겪게 되는 일이리라.
아마도 이런 일이 닥쳤을 때의 상황은 '소진'이란 특수한 임계점일 경우가 많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조용히 그러나 천천히 자신을 소진시키고 또 누구는 완전히 연소시켜버리고는 새로운 것에 새로운 불을 붙이려 한다.
소진과 관련된 글을 소개한다.
"Burnout" 방지 및 관리 방법 [벤처스퀘어]
오래 전 글인데, 이 글도 소개한다.
2007/06/27 소진[Burn out]을 대비하라
직장인이 소진되는 것은 심리적인 것도 있겠지만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몇 년 전에는 정말 좋아하던 일이, 지금 되돌아와보니 과연 내 인생에 이것밖에 없었나 싶고 지금 이 상황을 때려치지 않는다면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게 된다.
그러다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와서 '그럼 뭐하지?'가 떠오른다.
직장 생활을 때려칠 때 사람들은 '치킨집이나 하지 뭐'라는 말을 되뇌이나보다. 아마도 전국의 치킨집 사장님은 얼마 전 있었던 '통큰치킨' 신드롬에 화들짝 놀랐을터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지금도 더 많은 사람들이 치킨집 사장님이 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에서 치킨집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닭튀김 수렴 공식이라는 게 한때 인터넷에 회자된 적이 있다. 전자공학과를 나와도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하면 통닭 가게를 차려서 닭을 튀기고, 기계공학과를 나와도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하면 통닭 가게를 차려서 닭을 튀기고, 화학공학과 나와도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하면 통닭 가게를 차려서 닭을 튀기기 때문에 닭튀김 수렴 공식이라고 한다- 신승환,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 78p
개인적으로 '기자 생활(우리끼리 이야기로는 '기자질' ^^;) 10년차까지만 해야지'라는 다짐을 했더랬다. 솔직히 기자 생활을 더 해도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더 할 수도 있었고 더 할 의지도 있었다. 몇 번의 매체를 거쳤지만 기자라는 직업에 만족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하고 싶었다. 더 이상 소진되기 전에 미련 없이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준비를 해야 했다. 기자 생활이 아닌 직장 생활다운 직장 생활은 어쩌면 외국계 포털 기업에 입사하면서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2년 여 정도 경험을 쌓은 후 작년부터 지난 1년 동안 팔자에 없을 것 같던 기업 경영인으로 살고 있다.
어쩌면 13, 4년을 한 직장에서 직장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내 친구들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내 입장에서 꾸준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줄 충고는 좀 과격해보일지 모르겠다. '변해라, 도전해라, 다르게 생각해라, 지금 당장 행동하라'고 말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충고인지 잘 안다.
그럼 좀더 일반적인 직장생활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몇 번의 위기와 도전, 그리고 다시 직장생활 속 안정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반추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책을 몇 편 내보고, 몇 편의 책은 대필도 해보고, 기획도 해본 입장,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몰아서 많이 읽는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은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밋밋하다. 남이 삶의 고민의 순간을 되돌아보면서 쓴 책을 두고 이런 말을 하기엔 그렇긴 하다. 하지만 '책으로 읽기엔' 너무나 현실적이고 너무나 일상적이며 너무나 친근한 삶을 서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나뉠 것 같다. 한쪽은 너무 밋밋하고 재미없게 읽을 것이고, 지금 어떤 고민에 싸여 있는 다른 한쪽의 직장인에게는 너무나도 절절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감정 몰입이 상당할 것만 같다.
긴 연휴가 끝나면 많은 직장인들이 '내 삶은 지금 어떠한가'에 대한 많은 질문을 짊어진 채 출근을 할 것이다. 누구는 어떻다던데, 누구는 어디 다닌다던데, 누구는 뭐 해서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다던데... 나는... 지금?
어쩌면 이 책을 좀더 일찍 읽었다면 많은 직장인들에게 연휴가 되기 전에 추천해줬을 것만 같다.
개인적으로 5년에서 10년차 정도 되는 직장인들이 가장 고민이 많다고 하는데 그 직장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직장 생활에 어떤 특별한 변화를 찾기보다 자신을 냉철하게 되돌아보며 조금씩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라는 것이다. 지금을 즐기지 못하면 앞으로 당신이 즐길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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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퍼러 링크에 다음 메인이 있길래 가봤더니 제 트위터가 다음 메인에 걸렸군요.
근데 이거 어떻게 왜 걸리는걸까요? ^^; 제가 설마 정종철님, 강풀님과 동급? ㅋㅋ
2011/02/06 23:22
2011/02/06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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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
Tracked from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 삭제시지프스는 다 알다시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호모가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인간 중 가장 현명하고 신중한 사람"이였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신들의 일에 관여를 하게 되고, 그 벌로 높은 바위산에 바위를 올리는 일을 하게 되는데, 그 바위는 산 위에 올라가는 순간 바로 산 밑으로 굴러 떨어지게 되고 그로 인해 그는 영원히 바위를 올리는 일을 하게 된다. 저자는 시지프스 신화에 빗대어 우리네 샐러리맨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세상을 살고..
2011/02/07 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