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4개 등장전후 변화 전망

Ring Idea 2011/01/03 10:13 Posted by 그만
Old broken TV

종합편성 채널 선정 결과가 지난 해 말 전격적으로 발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러면 그렇지'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막으려던 쪽도 추진하려던 쪽도 서로 면구스러울 따름이다. 막으려던 쪽은 마치 종편이 등장하면 세상이 보수 꼴통으로 채워질 것 마냥 호들갑을 떨더니만 단 한 건도 막아내지 못했다. 추진하려던 쪽은 더 민망하다. 미디어 경쟁력이 어쩌구 하면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필요하다더니 4개나 무더기로 시장에 내던져버렸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은 커녕 지금 수준으로는 지역 민영 방송사 정도의 규모와 영역에 그칠 전망이다.

뭐, 그래도 세상은 돌아가고 일단 추진되는 것을 원점부터 다시 복기하면서 바로잡기를 싫어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종편 4개는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개헌논의와 차기 대권 논의가 활발해지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절묘'한 시점에 종편을 발표했다. 다음 정권도 이들 4개 신생 매체를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테니까.

4개 언론사 가운데 하나나 둘 정도는 신문 사업 자체를 조만간 접거나 매각할 계획까지 가질 정도니 이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절박했을지 짐작이 간다. 아마도 이들 방송사들이 개국해서 몇 년 진행하다가 상호 M&A를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건 지극히 바보같은 전망이다. 이들 4개 조직은 절대 뭉쳐지기 힘든 조직인데다 뭉쳐봐야 상호 시너지가 없는 곳들이라는 점이다. 그야말로 먹고 먹히는 싸움이라는 표현보다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이쯤에서 이들 4개 종편이 향후 3, 4년 동안 시장에 쏟아놓을 1조원이 넘는 돈의 행방은 어디로 갈지 예측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선명성을 위한 이벤트 경쟁
먼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이 네 곳은 전형적인 보수적인 색채를 가진 곳으로 이들의 선명성 경쟁은 그동안 화제가 되어왔다. 서로 닮지 않았다고 아웅다웅하는 일란성 쌍둥이랄까. 심지어 내부 기자들까지도 서로 참조하여 '더 세게'를 외치는 데스크의 주문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기까지 한다.

선명성 경쟁은 곧 다양한 행사와 직결돼 있다. 현대 미디어 기업들은 단순히 메시지를 전파하고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자신들의 영향력과 사회적 의제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한다. 각종 토론회, 세미나, 컨퍼런스, 포럼 등이 그것인데 매경의 지식포럼 같은 류의 포럼이 많아질 것이다.

산업이나 각종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의제 선점을 위한 노력은 이러한 이벤트로부터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예산도 초반에 집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벤트나 컨퍼런스 진행과 관련된 회사라면 이 부분을 주목하기 바란다. 이제부터 온갖 미인대회, 연예인 선발대회들이 쏟아지고 정치적 토론회 등이 다수 개최될 것이다.

디지털 방송장비 수입 급증
또한 장비 수입업자들은 대박 났다고 표현해도 되겠다. 이쯤되면 이미 수입 물량을 확보하러 뛰어다닐 국내 바이어들의 일본과 미국 시장으로의 출국은 거의 러시 수준이겠다 싶다. 디지털 장비, 특히 촬영 장비와 편집, 송출 장비들은 국산화율이 매우 낮은 수준인데다 최신의 기기를 사서 감가상각을 대비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차라리 비싼 제품을 들여오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것이다.

각 종편 방송사들은 장비 수입을 통해 최대한 빠르게 개국을 준비할 것이고 이때 들어갈 장비의 절반 이상은 리스 제품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 외주 제작 비율 급증
빌려오는 것은 단순히 장비문제 뿐만 아닐 것이다. 방송 제작 경험이 없는 인력들이 즐비한(조선이나 중앙, 매경은 일부 있긴 하지만) 신문사 종편에서 필요한 것은 콘텐츠일텐데 본질적으로 신문사 콘텐츠와 방송사 콘텐츠 제작은 차원이 다르다.

즉, 김종학 프로덕션 같은 외주 제작사들이 바빠지게 생겼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프로덕션이 생산성이 높으냐, 그것은 또 아니다. 더구나 제작비를 올리기 위해서는 초기 영업력이 중요한데 영업력이 높으면 반대로 PPL 등으로 뽑아 먹으려는 기업의 특성상 콘텐츠 질이 떨어질 경우가 많아 이 부분에 대한 약점이 그대로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입에 의존할 것이다. 일본 드라마를 들여올 것이고 동남아 콘텐츠의 역수입과 미국 할리우드의 또 다른 봉으로 이 신생 방송사들은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내가 콘텐츠 제작사라도 이 방송사들은 봉으로 보일 것 같다. --;

선정성 경쟁? 이건 기본값이고.

인력 수급 전망
영혼을 가진 방송 인력들이 많은 나라라면 좋겠지만 '어찌됐든 언론사에 들어가고 싶어요' 하는 예비 언론인이 넘쳐나는 마당에 신규 인력이 부족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중간급 이상의 고급 경력자의 부족은 심각한 상태가 될 것이다.

신문사의 간부들은 대거 방송사 간부급 자리로 이동을 하겠지만 아쉽게도 중간 간부나 실무진은 신문에서 이전해온다는 것이 극히 위험스러운 작업이란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신문사 내부에서는 급하게 기존 인력을 위한 방송 아카데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가장 정치적인 조직 가운데 하나인 언론사에서, 그것도 오랫동안 방송사와 신문사가 엄격하게 서로의 영역을 지켜왔던 상황에서 내부 조직 사이의 알력은 뭐 예측하나마나라고 본다. 웬만하면 지금 방송사에서 자리 지키고 있는 분들이라면 새로운 종편을 준비하는 신문사 조직 안으로 흡수되어 가지 말기를 권한다.

광고 규제 완화로 인한 혼돈
광고 문제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방송광고 시장이 아직 여력이 있다고 하지만 성장 여력은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효과적인 광고를 찾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서로의 영향력과 시간 점유율을 깎아 먹는 다채널을 그다지 반기진 않는다.

결국 MBC 등 기존 방송사들의 직접 광고 영업을 풀어주고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PPL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시작될 것이다. 또한 그동안 규제로 묶여 있던 의료 시장의 방송광고 시장 진입은 아마도 수천 억원 대의 대규모 신규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보여 임플란트와 얼굴과 가슴 성형 등 온갖 의료 광고가 넘쳐날 것이다.

이렇게 공중파 방송을 풀어주는 동시에 종편 사업자들에게도 더 많은 규제 해제 혜택을 주어 생존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3조 2000억원 대의 광고 시장이 4조 5000억원으로 뛰지는 않을 것이다.

극한의 영업 전쟁과 민영 미디어렙사의 횡포(?)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이쯤되면 한국방송광고공사와 민영 미디어렙사는 다수의 종합편성채널 독자 영업팀과 함께 기업 시장을 뒤흔들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민영 지역 방송사와 홈쇼핑채널, 그리고 각 지역 케이블 방송 채널 운영 사업자인 CP들과 프로그램 공급사들인 PP들이 합종 연횡으로 세를 키우기 위한 노력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광고주의 마인드다. 우리나라 처럼 고가의 '대세 지향형' 마인드와 저가의 극단적 '효율성 지향형' 마인드가 합쳐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앞으로 이들 대기업일수록 방송사에 대가성 광고를 집행하고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극단적인 요구를 해올 경우 방송사들은 수익성을 위한 불필요한 경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언론사의 본질인 '비판' 기능은 그만큼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에 대한 비판을 정치권 비판으로 몰입하면서 사회적인 갈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2010/10/19 좀비언론을 양산하는 광고주의 하소연?

신규 시장에 대한 무차별 투자
종합편성 채널을 준비하는 사업자들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스마트폰과 스마트TV 트렌드, 그리고 지상파의 MMS 추진을 모르고 있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구태의연한 방식의 케이블의 종합편성채널을 고집했느냐 하면, 지금의 공중파 방송의 횡포를 분명히 봐왔기 때문이다.

신문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가 무작위로 복제되는 데에 따른 추적과 피해 입증을 하기 어려워 포털에 압박만 하는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방송사들은 디지털 영상 DNA 추적 기술 발달로 인해 영상을 추적하고 포털 등으로부터 대규모의 보상(지금 방송광고 물량의 상당 부분은 이런 보상의 측면이 강하다)을 받아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영상 콘텐츠가 훨씬 관리하기 쉽고 B2B 분쟁에 있어서 우대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자사 프로그램을 통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 스마트TV로의 진출이 용이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상파의 MMS 추진 역시 다채널이 아닌 동일 콘텐츠 편성의 부가 영상 정도의 기획이라면 받아줄만하다고 여길 것이다.

이외에도 투자 지분률이라거나 상장 가능성, 각종 투자처들에 대한 계산법들을 하나씩 들면서 다양하게 예측해볼 수 있겠지만 이쯤에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이미 많은 블로거들이 주말동안 종편 관련 글을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 더 기회 있을 때 구체적인 사안마다 짚어보도록 하자.

* 링블로그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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