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브랜드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나요?
사실 각 나라마다 브랜드 인지도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브랜드 영향력 상위는 대부분 제조사 비율이 높게 나타납니다.
브랜드채널(www.brandchannel.com)이라는 곳의 브랜드 영향력 조사는 언론에서 종종 인용 보도되는데요. 이 곳에 가면 각 지역별 브랜드 영향력의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2006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브랜드 순위는 소니-도요타-HSBC-삼성-혼다-에어아시아-글로브 텔레콤-LG전자-론리 플래닛-싱가포르에어라인 순입니다.
전세계 브랜드 순위는 구글-애플-유튜브-위키피디아-스타벅스-노키아-스카이프-IKEA-코카콜라-도요타 순입니다. 이중에서 노키아, 스카이프, IKEA가 유럽 브랜드입니다. 도요타는 아시다시피 아시아지역(구체적으로는 일본이죠)이고 구글-애플-유튜브-위키피디아-스타벅스-코카콜라 등은 모두 미국 것이죠.
핀란드의 휴대폰 제조사 노키아, 스웨덴의 인터넷 전화업체 스카이프, 역시 스웨덴 가구 쇼핑몰 채인 IKEA 등입니다. 이중 스카이프는 이베이에 의해 인수됐죠. 결국 모회사는 이베이인데 스카이프의 브랜드가 더 가치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2005년에는 아예 전세계 3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무엇을 근거로 스카이프는 이렇듯 브랜드 영향력이 높은 것일까요?
대화는 무료여야 한다
아시다시피 전세계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원성을 들었던 P2P 프로그램 카자(Kazaa)를 만든 바 있는 니클라스 젠스트롬이 2003년 P2P 기반의 인터넷전화(VoIP) 소프트웨어인 스카이프(Skype)를 개발해 회사를 설립했죠.
이후 이 악동은 스카이프를 이베이에 약 26억 달러에 팔아넘기더니 다시 주스트(www.joost.com)라는 인터넷 기반 무료 IPTV를 선보입니다.
젠스트롬이 노린 세상이 그려지십니까?
그만은 젠스트롬의 이러한 놀라운 행보의 가운데 있는 키워드를 발견합니다. '기본적으로 무료 서비스'라는 것이죠. 인터넷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개발력까지 갖춘데다 이슈 장악력까지 있으니 기존 사업자들이 긴장할만 할 겁니다.
스카이프는 기본적으로는 여느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솔직히 메신저끼리의 음성통화는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나 야후 메신저 네이트온 등에서도 충분하죠.
무엇이 다를까요? 스카이프의 태생은 ICQ를 모태로 한 문자 기반의 인스턴트 메신저와 달리 처음부터 음성이 가능한 인터넷 전화를 노린 것입니다. 메신저 인터페이스는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죠. 메신저끼리의 통화를 공짜로 만들기 위해 중앙 집중형이 아닌 분산형 P2P 구조를 채택했죠. 그리고 다양한 부가 핸드셋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사용자들의 습관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휴대폰 모양의 와이파이폰 개발에 협력하고 그 안에 기본 솔루션으로서 스카이프가 작동하도록 한 것이죠. 임베디드 솔루션을 감안하고 만든 소프트웨어인 셈입니다.
그동안 안주해 있던 기존 인프라 사업자들의 지지부진한 혁신작업에 스카이프는 올아이피(All-IP), 또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세상을 상상하며 자극을 줍니다. 특히 기간 무선 통신망을 쥐고 있는 통신 사업자들은 스카이프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신망 안에서 이뤄지는 데이터 통신에 과금하기 좋은 인프라에 스카이프는 인터넷만 접속 가능하면 공짜 통화를 하게 되니까요.
전세계 1억명 이상의 통화가 가능한 실명 회원을 갖고 있는 회사라면 그만한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 소프트뱅크가 통신사업에 진출하면서 자사망을 이용하는 사용자끼리의 통화를 무료화하겠다는 소식이 화제가 된 적도 있지만 이는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는 통신 사업자에게는 큰 위기로 작용될 것입니다.
무선 통신망이 발달하면 할수록 고속의 대용량 데이터가 흘러다니게 될텐데 음성과 화상통신에 데이터 종량 과금 체계가 무너지는 사태가 올지도 모르는 일인 거죠.
습관 속으로 파고들기가 관건
물론 좀 지나봐야 압니다. 스카이프의 이용 습관이 지금의 단순 명료한 전화 사용법이나 과금방식과는 약간 다르기 때문이죠. 스카이프가 성공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관건은 PC를 벗어날 수 있느냐 입니다. 무선 인터넷 서비스의 원할한 지원도 필요하고 핸드셋(듀얼모드폰이나 와이파이폰) 보급도 가능해져야 합니다.
와이파이폰(넷기어나 벨킨 제품)은 이미 시중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듀얼모드폰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려야 할 것 같습니다. USB에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전화기 모양의 스카이프폰보다 아무래도 와이파이폰이 무선이라 더 편리합니다. 듀얼모드폰은 기존 휴대폰으로도 사용가능하고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인터넷전화로 사용할 수 있다면 통화요금도 절약될 것이고 사용자들의 사용 습관을 변경시킬 필요도 없겠죠.
지금 옥션에 가면 상품 판매자들과 스카이프를 통해 음성통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기존 수신자 부담 서비스를 통해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판매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며 상품 선택이나 상품 설명, 불만사항 등을 직접 말로하거나 화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셈입니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무료로 통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 인지하지 못하겠죠.
만일 양측이 모두 스카이프가 내장된 와이파이폰이나 듀얼모드폰을 사용한다면 더욱 이득이겠죠. 어쩌면 스카이프를 통해 전세계 지역별로 나뉘어 있는 통신사업자들의 권역을 동시에 넘나들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스카이프는 스카이프아웃이란 상품을 통해 PC에서 휴대폰이나 일반 전화로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반대로 스카이프 사용자가 070 전화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는 스카이프인이라는 서비스도 있죠. 이 번호는 3개월 12개월 단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더 유용한 서비스는 어쩌면 착신전환 서비스일 것입니다. 이를 적절하게만 이용한다면 '국제전화'도 '시내전화'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착신전환 서비스는 상대방이 내 스카이프인 번호로 전화를 걸어왔을 때 해당 지역의 일반전화로 전환돼 연결되므로 전세계 어디서나 '시내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국제전화를 자주 사용하는 기업이나 유학생 자녀를 둔 기러기 아빠,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서비스일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그다지 변변한 와이파이폰이 많지 않다는 점, 스카이프 전용 듀얼모드폰 역시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다는 점, 상대적으로 불편한 과금체계인 선불요금제라는 점 등은 스카이프의 수많은 장점을 덮고 있는 단점들입니다.
참, 블로거 여러분도 스카이프를 이용하신다면 버튼도 달아보세요... 전 나중에 달아보겠습니다.^^
그만도 스카이프와 네이버폰을 실험해보고 있는데요. 자주 사용하지는 않게 되더라구요. 좀더 사용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