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블로거들에게 찬반이 뚜렷한 주제들이 몇 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구글 애드센스(Adsense)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구글의 광고 전략에 대해 이전에 써 두었던 포스팅을 다시 소개합니다.
2006/04/01 '전직-현직 유망주' 더블클릭과 구글의 엇갈린 운명구글의 광고 전략의 시초는 '신뢰'입니다. 하지만 신뢰 속에서는 갖가지 불만 사항들이 존재합니다.
2006/03/03 포털 CPC 광고 시장, 오버추어-구글의 '땅 따먹기'2006/01/17 웃긴대학 "구글 지사 설립 날, 고소하겠다"몇 년 전, 즉 2003년 쯤 그만은 CPC라는 광고 모델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도 쓰고 여기저기 이 광고 모델을을 '검색광고' 또는 '클릭당 과금 방식'이라는 소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애드센스의 강점은 저항없이 스며들기CPC의 원조는 오버추어이며 오버추어는 기업들을 상대로 CPC 모델을 적용해 성공했습니다. 그 와중에 텍스추얼 광고 모델 방식도 있었습니다만 제대로 선보이지 않았는데요. 물론 지금은 야후의 자회사라는 것은 아실테구요. 일단 중소규모 사이트에 광고 영역을 배포하는 시스템인 애드센스는 구글이 먼저 치고 나간 것입니다. 물론 구글의 애드센스와 애드워즈는 기본적으로 CPC 모델이므로 오버추어에게 특허료를 내고 있습니다.
구글은 검색 사업을 할 때 단일 페이지에서 검색을 하라는 식의 사업으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구글 홈페이지는 복잡할 필요도 없었으며 복잡하게 해서 다른 곳에 납품돼 있는 검색 엔진의 경쟁력을 낮출 필요가 없었죠. 구글의 검색엔진은 야후에서 웹검색 엔진으로 쓰였다는 것은 이미 알고 계시겠죠? 다양한 곳에 다양한 방식으로 구글 검색엔진이 붙을 수 있도록 구글은 전략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이른 바 그만이 가끔 이야기하는 '스며들기' 전략이었죠.
검색 광고 역시 마찬가지죠. 오버추어는 일정 영역을 할당 받아 거대 검색포털에서 검색 결과 안에 광고를 집행 대행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구글은 작은 기업들, 자체적으로 영업을 하기 힘든 블로거들에게 애드센스를 제안합니다. 100명에게 각자 10원을 주면서도 전체 매출은 1000원이 되게 하는 모델이었죠.
애드센스의 스며들기는 성공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자발적으로 광고를 붙입니다. 블로거도 붙이고 중소기업체들도 스스로 광고하면서도 광고 영역을 붙입니다. 구글이 강요나 권유를 받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애드센스를 이용합니다. 100명이 모이는 2, 3곳의 대형 포털보다 10명을 확보한 2, 30개 사이트는 맞먹을 수 있다는 광고의 롱테일 개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블로거 광고를 붙이다그렇다면 블로거들은 왜 광고를 붙이는가. 스스로 다양한 논리를 개발합니다. 광고를 통해 소소한 호스팅 비용이라도 상쇄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나타내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전략적으로 돈벌이 수단으로 이 광고 시스템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분은 스스로 좋은 글을 쓰려면 시간적인 여유와 직장으로부터의 자본종속을 끊으려면 수입 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애드센스를 이용하면 가능하겠다는 식의 접근도 하고 있습니다.
반면 광고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광고 자체를 위한 포스팅 낚시에서부터 왜 순수한 블로고스피어를 애드센스로 떡칠하냐는 식의 비난을 퍼붓습니다.
광고, 자본주의의 꽃인가 자본주의가 잉태한 악마인가여기서 그만은 잠깐 뒤돌아 광고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그만이 종사했던 잡지라는 매체는 컴퓨터에 대한 가망고객층이 보는 PC잡지였으며 광고주들은 그 독자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광고를 집행합니다.
매우 전형적인 매체와 독자, 그리고 광고의 모델입니다. 매체는 독자에 봉사하면서 독자를 모으고 모여진 독자들을 좇아 광고주들이 매체에 광고를 해주고 이는 다시 매체가 독자에게 품질 좋은 기사를 더 보여주는 선순환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 선순환 고리 가운데 하나가 빠지면 바로 악순환 구조로 빠집니다.
잡지라는 매체는 종이값과 종사자 임금이 비용의 거의 전부를 차지합니다.
수입 역시 광고 매출과 유가부수 판매 매출이 거의 전부를 차지합니다.
잡지 발간이 계속 이어지면서 물가인상률만큼의 비용이 감당이 안 되면서 종사자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깎는 일이 일어납니다. 당연히 저임금에 시달리는 기자들이 나가거나 심지어 기자들이 외부 기고가에게 돌아가야 할 고료를 줄이기 위해 업무 부담이 심해집니다.
그러면서 품질은 낮아지고 다시 독자들이 떨어져 나가고 독자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광고주들도 독자가 없는 매체에 광고하지 않게 됩니다.
다시 매출은 떨어지고 반복적인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면서 광고 유치를 위한 변형 광고에 대한 압박이 들어옵니다.
PC잡지에서는 벤치마크나 리뷰, 또는 뉴스 소개, 또는 각종 제품 활용법을 무기로 광고주에게 접근하지만 광고주는 역공을 펼칩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사가 있어야 광고를 주겠다는 식이죠. 광고에 유리한 기사는 점차 신뢰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결국에는 광고주가 떠난 매체는 유가부수 확대에 대한 전략을 세우기도 전에 종사자들의 이탈과 경영진의 사업포기로 폐간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악순환 고리에 빠졌던 잡지에서 그만이 받아 들었던 한 장의 엽서가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요즘은 00PC에서 광고가 많이 줄어들어서 보기가 좋아졌어요. 책도 가벼워지고 내용도 충실해보여요. 광고는 앞으로도 적당히만 실어주세요. -독자-
아.. 좌절이죠. 몇 달 후 이 독자는 그만이 기획하거나 작성한 기사를 볼 수 없었으며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서 열열한 팬이었던 이 독자는 그 잡지의 폐간에 아쉬워했을 것입니다.
[물론 이 독자는 다른 잡지를 사 보면서 다시 이런 엽서를 보내고 있었을지도..쿨럭..^^]
애드센스가 본질은 아니다. 자본주의의 모순일 뿐다시 돌아와보죠. 이쯤 읽으시면 블로그랑 뭔 상관이 있을까에 대해 눈치를 채셨거나 전혀 감을 잡지 못하셨을 것 같습니다.
콘텐츠란 재화, 특히 블로그 콘텐츠란 재화는 자발적인 기부로부터 탄생했습니다. 이는 그만이 시간을 들여 작성하고 작성하기 위한 공부를 또한 하는 과정에서의 비용을 그대로 쏟아부으며 지식의 롱테일을 쌓아가고 그만이 작성한 포스팅이 단 한 줄이라도 필요한 분들을 위해 무료로 공개한 것입니다.
이 때 그만은 애드센스에 대한 실험을 함께 했습니다. 과연 블로그 독자들을 위한 봉사를 더 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에 대한 수익모델에 대한 실험을 위해 스스로 마루타(?)가 되어야 했죠.
당연히! 첫 번째는 실패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게 피해가 있었던 것도 독자 여러분에게 피해가 있었던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2006/10/17 링블로그 트래픽을 공개합니다.당시 약 10개월 동안 태터 기준으로 30만 누적 방문자수에 애드센스 수입은 32달러였던 것을 공개했습니다.
애드센스는 시각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 '임프레션 광고'와 달리 사용자가 직접 클릭을 해야 하는 '클릭당 과금' 방식이므로 노출과 완벽히 비례하진 않습니다.
또한 국내 광고주 시장이 워낙 오버추어를 기준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구글 애드워즈를 통해 등록된 광고 자체가 그 수가 적어 적합한 광고 매칭도 안 이뤄지기 때문에 간혹 뜬금없는 관련도 없어보이는 광고가 노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의 잡지 광고와 비교해보도록 하죠. 이는 최근 기획광고물이 쏟아지고 있는 신문들의 모습과도 닮았으니 함께 비교하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광고와 매체, 그리고 독자가 악순환에 빠지지 않으려면
중요한 것은 매체(즉 블로그)가 독자와 소통하기보다 광고와 소통할 경우 바로 악순환 고리에 빠질 겁니다. 예를 들어 쓰잘데기 없는 광고 노출을 위한 낚시를 한다거나 클릭을 유도한다거나 하는 짓들이죠.
이것은 그만도 역시 나쁘게 보고 있습니다. 이는 수익모델로서도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매체는 '신뢰성'과 '흥미유발' 요소를 함께 가져야 하는 복잡한 기제로 작동하는 콘텐츠 집합체이므로 신뢰와 흥미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바로 추락합니다. 잊혀진 매체는 제아무리 대단한 콘텐츠를 갖고 있다고 해도 소외받고 광고 매출 역시 일어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독자에게 광고의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는 요소, 즉 '신뢰'와 '흥미'를 동시에 독자들에게 충족시켜준다면 광고주 역시 이 매체를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그만이 지금 이 시점에서 언론은 물론 공적인 매체로 접근하고 싶어하는 블로거들에게 권하고 싶은 말은 바로 '돈을 좇으면 돈이 도망간다'라는 말입니다.
매체의 품질을 판단하는 것은 스스로가 아닌 나와 다른 독자들입니다. 그 독자들에 대한 봉사 없이 돈만 따내겠다는 심보는 자본주의가 탄생시킨 도둑놈심보입니다. 하지만 독자들도 자신들에게 충분하거나 만족시킬만한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매체에 대해 좀더 관대해져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은 애드센스를 매우 초보적인 광고라고 보고 있습니다. 만일 운영비를 그대로 뽑아낼 수 있는 정도의 금액으로 누군가 독점광고를 제안해 온다면 그대로 수용할 것이며 그 수용 조건으로는 내용에 대한 어떠한 압력이나 우회적인 권유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될 것입니다.
또한 만일 독자들이 글을 읽고 손쉽게(! 매우 중요! 쉬워야 합니다)10원을 기부해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그것을 달겠습니다. 거기에 다시 10원의 수입이 생겼을 때 그 중 5원은 자선단체에, 그리고 5원은 그만의 수입으로 떨어지게 하는 솔루션이 있다면 바로 그 솔루션을 붙이고 모든 광고를 떼어내겠습니다. 물론 그 수입이 일정액 이상이라면 블로그만 하고 살겠습니다.(모두 가정인 것은 아시겠죠?^^)
바로 광고로부터의 완벽한 매체의 독립은 매체나 광고주가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역할입니다.
안타깝게도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