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공동 주관하는 IP-TV 시범사업 공동추진협의가 ‘씨큐브·다음’ 컨소시엄과 IP-TV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IP-TV 시범사업자인 씨큐브와 다음 컨소시엄은 11월 15일부터 서울 주요 지역의 KT,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온세통신 등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에 나섰다.
IP-TV 시범사업 공동추진협의회는 11월 중순부터 올 연말까지 진행되는 IP-TV 시범사업이 종료되면 내년 1월 중 시범사업 결과보고서를 작성,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통부와 방송위의 지난 몇 년 동안의 치열한 공방과 사업자들 사이의 갈등을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IP-TV 시범 서비스 실시가 확정됐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지만 일단 첫 걸음을 뗐다는 데 업계와 정부는 만족해하는 눈치다.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과는 달리 업계는 미래 올아이피(All-IP) 시대를 맞아 통신과 방송의 완벽한 결합인 IP-TV 사업에 거는 기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과 관련한 논의는 지난 10여년 동안 평행선을 달리다 2006년 하반기에 들어서야 일단 시범 서비스라도 시작하고 규제 범위와 제도는 2006년 안에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면서 일단 봉합되고 있다.
일단 정부부처 간 이견이 통합 조직으로 거듭나자는 논의로 급선회하면서 실마리가 풀리고 있다. 방송위와 정통부는 그동안 견해 차이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수차례의 세미나와 컨퍼런스, 토론회에서 IP-TV를 방송으로 볼 것이냐 통신 부가 서비스로 볼 것이냐를 두고 좀처럼 의견을 좁히지 못 했다.
그러던중 2006년 여름,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이하 방통융합추진위) 발족과 함께 갑작스런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명숙 국무총리는 지난 8월 18일, 방통융합추진위 1차 회의 때 “올해 안에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해 내년 안에 통합 규제기구를 설치하면서 IP-TV 상용서비스를 실시하게 해달라”는 제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방통융합추진위는 복합적이고 난해한 쟁점 사항을 빠르게 정리해 나가며 일단 통합 기구에 대한 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1월 10일에는 정통부와 방송위를 1대 1로 통합하고 독임제 성격의 규제 기구를 신설한다는 내용의 발표가 있었다. 이날 방통융합추진지원단 김진홍 기구법제팀장은 직무상 독립이 보장된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관이 생길 것이라고 밝히고 독임제적 요소를 가미하고 위원 수는 5명으로,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위원장은 국회 청문을 거치도록 국무총리에 건의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방송통신 내용과 윤리 등을 담당할 심의기구는 민간기구로 분리하고, 우정기능은 현 체제를 유지토록 하되 추후 분리를 검토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안은 기계적인 통합만 논의만 진행됐을 뿐 시민사회를 설득할만한 실질적이고 공개적인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2007년 대선 정치 일정과 겹쳐질 경우 생각보다 법률안 통과나 통합 기구 설치가 늦춰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의지는 일단 확고한 상태다. 정상 서비스가 어떻게 진행되든 IP-TV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안에 상용 서비스에 들어가게 된다. 법제화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사업 시행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도 추후 거듭 개정해야 하는 일이 있더라도 방통융합위는 연내에 법제화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IP-TV는 기술의 진보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영역과 복잡 다양해진 콘텐츠와의 결합이란 단순한 의미와 함께 방송의 정치적 사회적인 책임까지 떠안아야 할 운명이다.
정부 측의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 풀려가기도 전에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방송 사업자 사이의 새로운 방송 서비스들도 IP-TV 논란과 함께 얽혀 있다. 디지털 다채널 서비스(MMS)를 준비중인 지상파 방송은 아예 따로 디지털 방송 활성화 특별법안까지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고화질(HD) 방송 주파수를 일부 디지털 방식으로 분할해 다채널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가입자에게는 여러 디지털 채널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HD급 화질보다 떨어지는 SD급 화질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상파와는 정반대 입장에 서 있는 케이블방송 업계도 쌍방향 디지털화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9월을 기점으로 가입가구가 20만을 돌파한 디지털케이블TV의 경우 케이블TV 업계가 기대했던 예상치에 크게 밑도는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케이블TV 업계는 내심 IP-TV와 가장 유사한 쌍방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과 HD급 화질을 보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IP-TV의 대항마로 디지털케이블TV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통신업계는 당장 콘텐츠 수급이 걱정이다. KT는 2005년 영화제작사 싸이더스FNH의 지분 51%를 KTF와 함께 인수한 데 이어 얼마전 국내 대형 방송외주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에 204억 원을 투자하는 등 직접 굵직한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하나로텔레콤을 비롯해 LG데이콤도 역시 콘텐츠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했거나 계획하고 있다. 무한대에 가까운 채널을 메우려는 시도다.
시범서비스가 시작되는 순간까지 공중파 3사의 지상파 방송 실시간 재전송이 힘들어졌기 때문에 통신 사업자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공중파를 끌어 안아야 IP-TV를 조기 안착 시킬 수 있다는 실질적인 이유와 함께 전용 콘텐츠 확보를 위한 시간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서 케이블TV와 콘텐츠에 있어서 별 차이 없는 상태에서 힘겨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P-TV는 또한 ‘망 중립성’ 논란을 촉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하나로텔레콤의 VOD 서비스인 하나TV의 경우 KT를 제외한 LG파워콤과 케이블 사업자들의 데이터 폭주에 의한 망 사용료 지급 요구가 주요한 사례로 등장했다.
지난 11월 10일 박병무 하나로텔레콤 사장이 하나TV를 차단한 LG파워콤과 케이블TV(SO)에 대해 법적 대응 의지를 밝혔다. 그는 현재 진행중인 하나TV의 망 사용료 대가 논의에 인터넷망에서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동영상 포털이나 P2P사이트도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
미국 등에서 일고 있는 망 중립성과 인터넷 종량제에 대한 논의는 소비자들이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IP-TV의 조기 안착에 있어서 심각한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아 통신 업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논란이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통부 통신전파정책본부 강대영 본부장은 국정감사장에서 “IPTV 활성화 위해서는 네트워크 중립성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 제도적 보안장치를 마련해 자체 망이 없는 사업자도 ‘동등 접근권’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망 중립성에 대한 논란에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일단 2006년은 표면상 IP-TV에 대한 논란이 마무리 되고 법제화에 이은 통합 기구 출범, 그리고 연이어 2007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 일정에 들어가게 된다. 이미 통신업계는 물론 케이블 채널들과 지상파 방송사, 신문사, 인터넷 포털 업계까지 IP-TV 참여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내년에는 IP-TV를 중심으로 복잡한 지형도가 그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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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미디어 전문 잡지(12월호)의 기고문이므로 허락없이 전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 오래된 내용인데.. 일단 공유차원에서..^^ 12월호.. 라는 점 인지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