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비로즈 사건은 몇 가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며칠 동안 여러 명의 기자들의 인터뷰 전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의 간담회 참석 요청, 블로거들과의 직접 면담과 필담, 홍보 마케팅 업계 지인들의 연락들이 이어졌다.

이들은 나에게 의견을 물었지만 정작 나는 그들의 질문 속에서 그들의 정서적 흐름을 읽고 있었다. 어땠냐고? 질문 속에 비친 그들의 심사를 살펴보자.


◆ 언론사 기자

“며칠 동안 연일 썼지만 솔직히 더이상의 팩트가 고갈돼서 이쯤에서 그만두어야겠다. 파워블로거들의 상업성, 대가성 포스트 등은 모두 지금 언론이 더 심해서 그 비판이 자칫 되돌아오겠다는 생각도 한다”
“우리라고 잘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대단하다. 블로거들이 참 대단한 거 같다. 이 정도로 힘이 있는지 몰랐다”
“솔직히 블로거들이 기자들 처럼 좀더 훈련받고 이번 기회에 윤리강령도 제정해서 본격적으로 ‘미디어’ 역할을 하면 올드미디어 다 깨지게 생겼다”
“위에서 시켜서 쓰긴 하지만 블로거 대다수를 몰아부치는 것에 대한 내부적인 반발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아... 그랬군요. 그러고보니 그러네요. 죄송해요. 제가 인턴 기자라...”


◆ 홍보 마케팅 업계
“마케팅하기 당분간 어려워졌지만 앞으로는 좀더 편해질 거 같다. 사실 광고주가 이거저거 해달라는 게 많아서 블로거들에게 미션을 주기 애매했다.”
“대가성 포스트가 왜 문제인지 본사 친구들은 전혀 이해 못하고 있다. 알리지 않았다 정도가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정당한 대가에 대한 인식이 한국인의 정서에 좀 안 맞나보다. 다 공짜로 순수하게 배고프게 살아야 하는게 자랑인 이상한 나라다. 그러니 창작 의지가 박약하지.. 쯧쯧”
“댓글을 보니 아주 가관이다. 지들 월급 얼마나 받는지 가슴에 써놓고 걸어다닐 것도 아니면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수수료를 끝전까지 알아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하더라. 과자 하나하나마다 원가표 써놓아야 직성이 풀리려나보다.”
“반기업 정서, 창업 의지 박약, 자수성가에 대한 비아냥, 수익 활동에 대한 비난... 도대체 전국민이 손가락 빨고 살아야 만족할 사람들인가?”
“불과 한 두달 전까지 돈 많이 벌면 파워블로거라며 치켜세웠고, 중소기업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판로로 주목하던 언론이 이렇게 써대는 거 이해가 안 간다”
“아니 홈쇼핑에서 40%씩 마진 뺏어가고 밑도 끝도 없이 수천만원씩 광고 뜯어가는 미디어가 제대로 물건 팔리는데 도움이나 줬나? 차라리 블로거들에게 20% 주고 20% 싸게 파는 게 낫겠다고 시작한 공동구매인데 중소기업들이 더 당황스러워한다”


◆ 블로고스피어
“그래, 이번 기회에 언론에 심심찮게 욕먹으면서 블로거들 얼굴에 먹칠하고 다니는 인간들 좀 정리될 거야”
“우스워. 언론들. 그래 한 건 잡았나보다. 어쩌냐 앞으로 니들 수백 건 비판할 거리가 남았는데.”
“처음에는 몰아부치더니 슬슬 꼬리 내리면서 ‘일부만 그렇다’는 식이다. 그러면서 ‘당국이 나서야 할 정도로 만연돼 있다’는 말은 왜 했나. 쓰레기 언론들...”
“맘에 안 든다고 신상털기까지... 블로거들이 이제 연예인화 되어가나보다.”
“사업자등록만 하면 된다고? 그거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 지금까지 그럼 무슨 이야길 한거야? 단 한 건의 무자료 현찰 뒷거래가 밝혀진 적이 없는데 언론은 뭘 갖고 ‘검은 뒷거래’라고 쓴거야? 더러운 언론들 지들 뒤나 조심하라고 해”
“이번 기회에 블로거들이 자정하고 자율정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학하기보다 스스로 ‘미디어’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된 건 사실이다”
“포털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여실히 보여줬고 앞으로 얼마나 무능력할 것인지도 보여주는 사건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보고 있다. 물론 다른 한 편에서 블로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야 블로그가 몰락할 것이라는 등의 드립질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때 그럴 일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블로그의 영향력을 확인시켜주었을 뿐마 아니라 어떤 식으로 나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이 좀더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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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1/07/08 17:31 2011/07/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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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로거, 목소리를 높여라

    Tracked from 세상의 창, 생각의 틀  삭제

    1. 얼추 정리되는 단계 지난 베비로즈 사건을 시작으로 몇주간 블로거는 기성 언론으로부터의 집중조명을 받게 되었다. 물론 블로거에게 있어서 그것은 결코 유쾌한 쪽은 아니었다. 처음엔 베비로즈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고, 그 다음엔 언론의 비아냥이 이어졌고, 그 다음엔 정부의 후속조치가 발표되었다. 제품의 문제가 있는데, 어째서 그 화살이 블로거에게 향하는 지 모르겠고, 어째서 단 한 명의 문제로 전체 블로거가 욕을 먹어야 하냐는 하소연이 흘러나오기도 했..

    2011/07/09 07:05
  2. 우려했던 와이프로거의 상업화가 곪아터지다

    Tracked from 미도리의 온라인 브랜딩  삭제

    우려했던 것이 드디어 왔다. 네이버 파워 블로거에 주로 서식하는 유명 와이프로거들의 상업화 논란이 한참 거세다. 이들은 아줌마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수 만명의 방문자와 이웃 팬을 거느리고 이를 이용해 기업들(주로 생활용품)과 제휴하여 홍보를 하거나 공동 구매를 통해 직접적인 수익을 챙기는 새로운 유망직종으로 떠오른 것. 고학력에 아이를 기르는 것 외에 마땅한 돈벌이가 없던 아줌마들에게 적당한 글솜씨와 괜찮은 DSLR과 부지런함만 갖추면 누구나 유명..

    2011/07/10 16:19
  3. [아이폰인터뷰] TNM 미디어 명승은 대표

    Tracked from 세상의 창, 생각의 틀  삭제

    1. 미디어 가이 꿈꾸는 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것은 단지 부단한 노력 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저 넘어의 것일 수도 있다. 운명같은 것. TNM 미디어의 명승은 대표(공동대표)를 보았을 때 바로 그런 인생을 사는 사람 같았다. 중학교 시절부터 미디어를 꿈 꾸었고, 기자가 되었고,집장, 발행인, 그리고 TNM의 대표로서 새로운 미디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을 테지만 말이다. 그를 설명할 수 있..

    2011/07/18 03:39
  4. 언론사 기자와 파워블로거의 대화

    Tracked from 빈꿈 EMPTYDREAM  삭제

    2주 전, 한 언론사 기자와 파워블로거 다섯 명이 대담을 가졌다. 원래는 기자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해서 가진 자리였지만, 이번 기회에 기자의 생각도 들어보자 해서 쌍방간 인터뷰가 됐다. 각자 마시는 커피는 스스로 사 마시는 진풍경이 펼쳐질 만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을 비롯한 민감한 내용들이 오갔다. 따라서 기자를 비롯한 모든 블로거들은 익명으로 처리하겠다. 또한 아주 민감한 내용이라 판단되는 것은 삭제하거나 늬앙스만을 전달하도록 하겠다..

    2011/07/23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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