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에 '드립'이란 말을 써도 될지는 모르겠다. ^^
하지만 최근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 자주 봐온 '드립' 또는 더 강한 어조의 '개드립'이란 신조어는 이런 상황에 적절할 것 같아서 쓴다. 언론사들의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대한 푸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주지하다시피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지난 3월 3일 개편되었다.
절묘하게 네이버에서 '뉴스캐스트'를 검색하면 뜬금없이 '전문정보'가 먼저 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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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어지간히 뉴스캐스트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이 많아서일 거라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마도 네이버의 알고리즘이 전자동이라면 적어도 블로그나 뉴스 모듈이 전문정보보다는 훨씬 위에 올라와 있어야 정상일 듯 싶다. (아니라고? ㅋ.. 뭐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정작 네이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놀랍게도' 아주 적은 푸념성 기사수를 기록하고 있다. 별로 독자들의 반응이 안 좋다는 것과 자성의 분위기가 한몫하고 있다는 것도 이유일 수 있겠다.
상대적으로 지난
옴브즈만으로 인해 온신협과의 갈등이 표면화 되었던 상황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실제로 이런저런 통로로 이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눠본 언론사닷컴 관계자와 광고 대행사 관계자들은 더욱 걱정이 태산이었다. 무엇보다 트래픽 유입 감소에 따른 광고 수익성 급감을 걱정하는 눈치다.
뉴스캐스트가 복잡하게 진행되면서 언론사와 네이버가 마주 앉은 탁자에서 서로의 뺨을 때리는 기이한 현상은 네이버가 6개 언론사에 대놓고 시정을 권고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내용에는 자못 심각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뉴스 링크를 광고 처럼 팔아 먹고 있는 언론사가 있다는 것이다.(위에 푸념하던 언론사를 찾아보라)
언론사의 링크 장사 행태를 보여주는 글도 있다. "뉴스캐스트에 광고기사를 올려서 9시간 동안 유지하는 대가로 기사 한 건당 500만원을 광고주로부터 받아왔다"
뉴스캐스트 개편으로 언론사들 패닉상태
이 정도면 언론사들의 체면은 있는대로 다 구겨진 상태고 네이버라고 해서 더이상 물러날 곳도 없게 됐다. 이젠 치킨게임이다. 언론사들이 슬쩍 핸들을 꺾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같이 타고 있던 개념없는 다른 언론사들이 핸들을 뽑아버린 격이다.
네이버 입장에서야 어차피 치킨게임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언론사들과 나란히 달려본 적 없고 언론사들에 등떠밀려 앞서 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브레이크 몇 차례 밟아본 것이 전부인 셈이다. 언론사들이 멈추지 않으면 네이버도 어쩔 수 없다.
치킨게임, 되돌릴 방법도 없지만 의지도 없다?
언론사는 수많은 네티즌이 정보를 접촉하는 곳으로 네이버를 꼽고 있는데 네이버의 뉴스 영역이 너무 막연하게 바뀌면서 가치를 뒤범벅으로 만들어 뉴스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불만이다. 또한 유입율을 제어하거나 충족시킬 수 없도록 해서 언론사들의 기본 기능인 아젠다세팅과 광고 수익을 위한 유입 기사량 조절을 애초에 막아버렸다는 것 역시 네이버를 공격하는 주요한 이유다.
네이버는 사용자의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오히려 마이뉴스 설정에 역점을 두었다고 말한다. 또한 언론사마다 포털용 제목과 자사 사이트의 제목이 상이하거나 아예 내용이 뒤바뀌어 버리는 경우도 많아 네이버 메인 화면의 만족도가 낮아졌다는 판단이다. 언론사들의 뉴스 링크를 활용한 상업적 이용이나 유입 극대화를 위한 선정성 경쟁 역시 그동안 언론사가 네이버를 공격해왔던 것이어서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언론사의 잘못된 행동에 네이버 사용자가 네이버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니 네이버로서는 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양측의 주장은 절반만 맞다. 정작 유저들에 대한 배려는 애초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네이버는 애초에 '물관리'가 중요했던 것이 아니라 '면피'가 더 중요했다. 좋게 말하면 '평판 관리', 좀더 자세히 말하면 '정치적 불개입을 위한 적극적인 방어'를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론사들이 공격하던 내용을 공평하게 되돌려주면 좋을 줄 알았다. 언론사들이 이렇게 탐욕스럽고 제각각이고 저급한지 이제야 알았다는 반응이다.
물론 이것도 거짓말이다. 네이버에서 언론사와 접촉해온 세월이 얼마이고 각종 언론사 지원 정책을 당근으로 쏟아낼 때마다 언론사의 불신에 가득찬 눈치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맷돼지의 습격이 땅을 기름지게 할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멍청했거나 돌진하는 맷돼지를 한쪽으로 유도해 덫에 걸리게끔 유도한 고단수이거나.
처음부터 뉴스캐스트가 왜 공통 표준인 메인화면 XML 피드값(RSS)을 넘겨받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는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남들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네이버 울타리 안에 붙잡아 두자고 한 것이었고 언론사들은 어리바리 동참하게 된 것이다.
언론사 역시 애초부터 저널리즘의 파괴와 선정성의 폐해를 걱정했던 것은 '일부 기자'에 불과했다. 언론사들이 '트래픽'을 빼앗기면서 '영향력'이 빼앗기게 되는 악순환을 감지했을 때는 너무 늦은 때였다. 특히 경영진의 안일한 온라인 투자 마인드와 언론사 규모에 비해 열세였던 온라인 조직의 열악한 기획력이 이런 상황을 용인했다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를 깨달았어도 이를 헤쳐나갈 협업이나 동지의식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언론사들의 제각각의 전술과 전략(예를 들어 공동 대처한다면서 각자 따로 포털과 교섭하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었다)은 일관성 조차 없었다.
네이버의 제안을 처음부터 받지 말아야했음에도 일단 받아 먹었을 때는 스스로 되돌릴 수 있는 마법은 없었던 셈이다. 트래픽 유입의 꿀맛은 여전히 달콤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 트래픽을 내 능력(고품질 콘텐츠?)으로 만들었다는 착각은 뉴스캐스트 개편이 있을 때마다 휘청이는 트래픽으로 인해 깨져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
자, 그렇다면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상호 알았을 때는 어떤 방법이 남아 있을까. 지금 상태라면 네이버가 자사 DB에서 아웃링크만 남기고 모든 뉴스 서비스를 접어 버리는 것도 방법일 거 같다. 얼마나 속편한 방법인가. 최소한의 뉴스 전달 기능인 검색 후 자동 편집 노출, 그것도 개인화까지 가능한 수준의 '공동뉴스포털'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당장 포털에서 '종합뉴스' 모듈을 어디론가 빼버리고 '테마 캐스트'를 맨 위에 올려 놓는 것이 좋겠다.(아마 이미 염두에 두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네이버가 은근히 벤치마크를 많이 하고 있는 미국의 야후닷컴의 경우 뉴스를 과감하게 아래로 배치하고 야후 편집진이 웹진 컨셉트의 기획물이나 특징적인 기사(Features)를 Today로 배치하고 있다. 조만간 야후코리아 역시 닷컴과 비슷한 컨셉트의 메인 개편이 예고돼 있는데 개인화 기능은 왼쪽 수직 PA 모듈로 소화하고 있다.
언론사는 지금이라도 과감한 미디어 산업 대응을 위한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온라인이 전부는 아니다. 당분간 오프라인 영향력의 감소를 감내할 수준이라면 불필요하게 떼로 몰려들어 온라인에서 경쟁할 필요가 없다.
당장이라도 신문들과 언론사들은 자회사 중심으로 전략을 구사하던 것을 공동대행 체계로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자회사가 제대로 독립해서 미디어 자회사 다운 기능을 해오지 못했던 것은 본사의 지원 부족도 문제이지만 실질적으로 '팔 상품'이 별로 구비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 근본 원인이었다. 단일 매체의 생산력은 이제 너무 작게 느껴지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따라서 여러 언론사의 기사를 모아서 제대로 된 사업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언론사는 온라인 편집권을 양도하여 신디케이션해주고(배포하고 팔아주고), 코디네이션(꾸며주고), 어그리게이션(모아주는)해주는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하든가 일부 역할을 수행할만한 인력이 모여진 곳에 투자하는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시점에서 중소기업에 불과한 언론사가 모든 미디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란 이제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유료화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을 해봐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달나라 여행사를 차리는 것만큼이나 너무 요원하다.
방법은 사실 멀리 있지 않다. 사탕을 양손에 움켜쥔 상태로는 아이스크림을 쥘 수 없다. 한쪽 손의 사탕을 놓는 것이 아이스크림을 쥐는 방법이고 아이스크림을 포기하는 것이 쥔 사탕을 놓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