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소비 시장 & 전체 소비 시장

Ring Idea 2009/06/17 13:50 Posted by 그만

어지간히 무식한 그만으로서는 많이 배운 사람들의 용어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활용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경제학과 심리학은 워낙 많은 조어들이 사용되고 미묘한 차이로 인해 용어 자체가 혼돈스러워지는 상황이 발생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냥 저는 말하기 쉽게, 내가 말하면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도록 말을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아크로바틱'한 희한한 말 꼬기 때문에 독자들을 짜증나게 할 수 있습니다. 네, 압니다. 그래도 그만은 그다지 현학적이지도 않고 그렇게 대단한 지식인도 아니라서 조금은 쉽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을 따름이죠. ^^

오늘 이야기하려는 이야기도 그런 식입니다.

콘텐츠를 비롯한 무형의 가치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말을 좀 만들어 봤습니다. '단일 소비 시장'에서 '전체 소비 시장'이라는 말이 있는지 없는지 상관 없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 내용이니까요.

정의를 내리자면,

● 단일 소비 시장 : 단순하고 단일하며 지엽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소비. 예를 들어 검색으로 특정 키워드를 찾는 상황. 출처나 내용의 신빙성이나 타인의 반응 등에 대해 개의치 않고 스스로 판단하여 소비하는 시장.

● 전체 소비 시장 : 전체적이고 종합적이며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행하는 소비. 예를 들어 특정 블로거의 단일 글이 제아무리 틀린 말이 없더라도 그 사람의 전체적인 활동과 댓글 응대 방식, 신뢰도에 따라 단일 글 자체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거나 과대 평가하는 경우.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서 쉬우실 겁니다. 그런데 이 용어들이 가진 함축적인 의미는 상당히 복잡한 체계로 움직이게 됩니다.

전체 소비 시장을 지향할수록 단일 소비 시장으로 회귀하는 모순
예를 들어 특정 블로거(A)가 메타 시스템에서 주목을 받아 성장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면서도 고정 독자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다른 블로거(B)는 방문객 수보다 고정 독자들의 구독 수가 더 많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블로거 A는 단일 소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면서도 전체 소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콘텐츠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시장이 아니라 콘텐츠가 있어서 골라 소비하는 소비자의 시장에 머물러 있는 경우이죠.

반대로 블로거 B는 콘텐츠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시장에 있습니다. 간혹 단일 소비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블로거 B로서는 자신의 독자체 충실하면 됩니다. 독자들은 블로거 B의 전체적인 인격과 신뢰도, 콘텐츠 수준에 대한 일정한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블로거 A는 블로거 B가 될 수 있고 반대도 가능합니다. 진정한 '파워'가 생기는 순간이겠죠. 소비자도 특정 블로거나 글에 대해 양쪽 시장을 넘나들면서 자신의 위치를 정하게 됩니다.

드라마에도 이같은 이야기를 접목시킬 수 있겠군요. 저 처럼 IPTV를 보는 사람은 절감할 겁니다. 어느 순간 누군가 '남자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추천해줘서 IPTV에서 찾아 봤습니다.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남자 이야기 드라마가 어느 채널에서 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결국 '검색'을 통해 찾았죠.

재미있는 것은 처음에는 단일 소비 시장의 소비자였던 저로서는 요즘 KBS의 양태에 그다지 탐탁하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남자 이야기의 분위기가 상당히 진보적인 내용으로 진행되면서 재미있는 태도의 변화가 생깁니다. 'KBS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라는 전체적인 소비를 놓고 생각해보면 결국 인지부조화에 빠지게 됩니다. 현재 KBS와 '남자 이야기'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가 서로 매치가 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비판적인 소비로 돌아서게 됩니다. 또는 우회적으로 드라마의 작가가 송지나라는 점을 부각시켜 다시 단일 콘텐츠 소비 태도로 회귀합니다.

하나에 집중하기, 전체적으로 조명하기
사람도 마찬가지지요. 언젠가 감명깊게 읽었던 책의 저자가 유명인 C이었거나 강연을 들었는데 그 단일 강연이 매우 인상깊은 경우가 있지요. 그런데 점차 C에게 주목하면서 그의 인생을 주목하여 소비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특정 발언이나 그의 특정 행위가 내게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대부분의 경우 처음의 좋았던 감정을 반전시켜 그가 생산하는 모든 콘텐츠가 거부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사람은 그래서 간사하다고 하나 봅니다.

사실 저널리즘에서도 이와 비슷한 논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건이나 사물을 보도하는 주체(언론사 또는 언론인)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죠. 해석저널리즘으로 갈수록 말하고 행동한 이의 의도를 넘겨짚게 되는 폐단이 발생하고 중계저널리즘으로 몰릴수록 말하고 행동한 이의 피상적인 외연만을 보도하게 되지요.

지금 인터넷 보도 형태는 대부분 독자들이 '단일 소비 시장'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이야기를 왜 보도했느냐'에 대해 논쟁하고 있죠. 사실 전체 소비 시장에 진입돼 있는 것이죠. 반대로 블로거들은 스스로 '전체 소비 시장'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고 있죠. 하지만 정작 많은 블로거들의 글은 그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인식되지 않은 채 읽혀지고 있답니다. 미디어 1.0 세력과 미디어 2.0 세력의 차이는 출발선에서의 차이입니다.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면서 '네이버 블로거'라든가 '설치형 블로거', 또는 '유명 블로거', '파워 블로거' 등의 평판과 수사가 붙으면서 '블로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 분산되어 엉뚱한 이슈로 뭉쳤다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네요.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작 '블로그'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너무 깊숙히 넣어둔 것은 아닌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확인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횡설수설 죄송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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