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수습기자 교육 가운데 블로그, 또는 전문기자, 또는 디지털스토리텔링에 대해 강의를 몇 번 했다.

중앙일간지도 있고 지방일간지, 또는 전문지 수습기자들이 대상이다. 나를 제외한 더 많은 유능한 강사진이 이들에게 기사를 쓰는 법, 인터뷰하는 법, 언론인의 자세 등등을 가르친다.

나는 이들에게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든 그와 관련된 전문기자가 되라고 주문한다. 무대를 온라인으로 확대하라고 권한다. 블로그를 하라고 권유하고 블로그할 때 주의할 점을 함께 이야기한다. 지난 3, 40년 동안 선배들이 해오던 것을 답습하지 말라고 말한다. 지난 10년의 경험과 그 이전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면서 봐왔던 미디어의 변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말 원론적인 가치를 제외하고는 많은 것을 바꾸라고 말해준다.

신문사는 죽어도, 또는 포털이 죽어도, 또는 블로그가 와해되도 저널리즘의 가치가 훼손되지는 않는다. 우리네 사회가 이미 네트워크화 되어 있고 다양한 소식이 이합집산하고 주목을 유지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는 지금 3, 40년 동안의 미디어 경험은 오히려 장애가 될 뿐이다.

'원래'가 어디 있단 말인가.

원래 기자는 술도 잘 먹어야 하고 공격적이어야 하고(심지어 싸가지가 없어야 하고?) 글 쓰는 기자가 편집하는 기자보다 우대받아야 하고, 데스크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고, 24시간 대기해야 하고, 발로 뛰어야(통찰보다 경험 의존적인) 한다.

기자가 소속된 언론사는 직업윤리상 객관적이어야 하고 중립적이어야 하며 불편부당해야 한다.

맞나? 사실 모든 것은 직업이나 분야가 갖고 있는 거대한 스테레오타입에 불과하다. 산업화가 만들어놓은 분업화 전문화 시대의 고정관념일 뿐이다.

그게 정답 맞다. 다만 그게 말 그대로 '선언'에 불과했다는 것을 이미 대중 미디어 소비자들이 알고 있다. 부끄럽다. 어디가서 스스로 객관적이라고 말하지 마라. '절대 거짓 명제'다. 이렇게 이야기 하라 '객관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원래'라는 말을 붙이기엔 기자의 영역은 너무 광범위하며 역할은 너무나 분산되어 있다.

단지 우리는 저 근원적인 물음에 먼저 답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 기자를 하는가', '왜 기자는 언론사에 소속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사실 더 깊숙한 이야기를 해보자. 사실 우린 그냥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현상 속에서 좀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욕망에 기자를 하고 언론사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

핵심은? 신뢰다.

신뢰가 없는 커뮤니케이션 상황은 단기적이며 불편하다. 효과도 없고 영향력은 왜곡되어 버린다.

신뢰를 잡아라. 그러기 위해 통찰을 키워라. 그러기 위해 더 많이 생각하고 분석하고 취재하고 인터뷰하라.

그게 기자다. 기자는 전문가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라. 기자가 전문인 영역은 '스토리텔링'과 '정보 수집과 취합하는 능력' 정도다. 이 정도는 사실 이미 공개 시장에서 웬만한 시장 전문가보다 낫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럼 내세울 것이 '우리말 실력' 정도?

기자라고 별거가 아니다. 다만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언론사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사회의 거울'이라는 말과 더불어 사회적 신화(myth)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저널리즘의 실천가로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울타리로서, 부정과 부패와 맞서는 선동가로서, 사회적 긍정적 가치의 전달자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

10여연 동안 여러 형태의 언론사를 전전하면서 기자를 해왔던 나로서 수습기자에게 해줄 말이 너무 많다. 나는 언론사 소속을 떠났을 뿐, 나는 나 스스로를 저널리스트라 부른다. 사실은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갓 수습기자로 들어가서 짧은 시간 동안 3, 40년 동안 쌓여온 신문사 수습 관행에 젖어들면서 사회와 기업이 부여해준 기자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학생들을 앞에 두고 많은 것이 스쳐 지나간다.

수십명의 수습기자를 앞에 두고 느껴지는 일부 감성들.... 거만함... 10여년도 어린 기자들에게서 풍겨지는 자신만만함. 그럼에도 상대를 사선으로 바라보고 10여년 대선배 앞에서도 하품하고 기지개를 켜는 놀라운 당당함.

벌써 이들은 언론사에 소속됐다는 이유로 '기자'라는 축적된 직업적 교만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일까? 문득 이들에게 '기자'라는 직업이 더 중요했을까. 아니면 저널리스트로서의 '기자'라는 역할이 더 중요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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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ercy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얘기 많이 하셨을걸로 생각됩니다

    2008/12/18 10:21
    • 그만  수정/삭제

      ^^ 위안이 되는 이야기도 있었구요.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구요.. 머.. ^^ 가급적 긍정적 메시지를 주려고 노렸했답니다.

      2008/12/18 14:39
  2.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 자신만만함보다.. 어려운 취업문을 뚫고 드디어 취업을 했다는.. 안도감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2008/12/18 14:14
    • 그만  수정/삭제

      물론 그럴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뭐랄까요.. 그 이상한 느낌.. 제가 어렸을 때 세상이 아래로 보였을 때나 취재원들에게 막 대했을 때가 느껴져서요.. 자격지심에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구요. ^^ 그냥 일부 수습기자들의 어정쩡한 눈빛에 대한 제 개인적인 느낌이었습니다. ^^ 뭐 젊은 사람들의 당당한 패기일 수도 있겠죠...그럼에도 여러운 시기에 언론사에 취직한 기자들이 '직업인'으로서가 아니라 '직업적 사명감'으로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좀더 넓게 세상을 바라봐주기를 기대합니다.

      2008/12/18 14:44
  3. 나우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만에 들렸습니다.
    뜻깊은 강의를 하고 있는 것 같군요...
    기자든 블로거든 미디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은 '신뢰'가 가장 중요한 덕목 임에 틀림 없습니다.

    연말연시 건강과 기쁨 가득하기 바랍니다..

    2008/12/18 15:01
    • 그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나우리님, 요즘 활동도 많으시고 더 좋은 강연을 하시는 것 같은데 나우리님 같은 분들이 더 긍정적인 메시지 확산에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12/18 15:08
  4. acrofan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견을 듣는다 찾아뵌다 말만 많다... 못 뵙고 세월 보내다 오늘에 이르고 있네요...;

    저 같은 경우는 구습으로부터의 탈피를 한다고 나름 애 쓰다 보니 이상한 길로 가버려서...
    나중에 어이 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를 기준으로 제 이후는 순결하길 원합니다.

    일단은 전 독자에 대한 신뢰보다는 정보에 대한 신뢰를 추구합니다.
    고전적인 저널리즘 개념에 충실한 사람들은 이해못할 일에 손 대기 시작했죠.

    언어의 기축성이나 외국매체와의 경쟁과 같은 것을 말이죠. 나름 좀 웃긴 일인게...
    개인적으로 광복 이후 그 누구도, 아무도 안했다는 사실에 전율하고 있습니다.

    제가 벌린 일도 바쁩니다만... '저널리즘'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원체 많으니...
    개인적으로 '저널리즘' 그 자체에 대한 정의가 서 있어서 함부로 말할 생각이 안 들더군요.

    2008/12/19 02:03
    • 그만  수정/삭제

      다들 내 맘 속의 저널리즘을 꿈꾸고 있겠죠.. 그래도 2, 3만명의 그들만의 저널리즘에서 수십만명의 각자의 저널리즘이 좀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 거 같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2008/12/2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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