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보루라 여겨지던 신문 산업은 곤두박질 치는가?"
이 질문은 벌써 십수년 전부터 나오던 이야기다.
즉, 정권으로부터의 보호에 안주하던 시절부터 나오던 것이다. 공적 저널리즘의 결핍이 타의에 의해 이뤄졌음에도 이를 산업화로 합리화하면서 이상한 변종 색깔 저널리즘만 남은 상황이 신문 산업 자체를 정치 영역으로 편입시켜버리는 우를 범했다. 산업으로 제대로 뻗어나가지도 못하고 저널리즘의 지위도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 신문들은 자구책 마련을 위해 몇 가지 행동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 방송 진출 가시화 '꿈은 좋지만...'이미 중앙일보 계열은 여러 개의 채널을 운영중이며 조선일보도 비즈니스 채널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물론 자체 방송 시스템을 가동하기보다 외주, 외국 프로그램 틀어주기 바쁜 채널들이기도 하다. 동아일보는 상황이 좀 안 좋아 정치권의 '배려'만 기다리면서 은근슬쩍 방송업계 지분 참여 등을 통한 우회 진출을 고려하고 있으며 여타 신문 업계도 신문방송 겸업 이슈가 사그러들기 전에 방송 진출을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결론적으로 자금력이 있든 없든 방송으로서의 성공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들의 채널 확보나 방송 진출 결정은 그다지 쉬워보이지 않는다. YTN이나 MBN도 개국 10년 후에나 약간의 이익을 조금 남기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의 투자비를 다 뽑으려면 언제 가능할지도 모르고 점차 비정규직들만 양산하는 악순환 노동 구조를 가질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돼 버렸다.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 당장의 공중파에도 들어가지 못하겠지만 만에 하나 공중파를 배정받는다고 해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 많게는 수조원의 자금을 향후 몇 년 동안 쏟아부어야 할 상황이라면 선뜻 나서기 힘들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방송의 신문업계 진출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해서 신문방송 겸업 이슈는 말 그대로 신문을 위한 '배려법'에 불과할 전망이다.
신문사의 방송 진출 가능성은 반반, 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10% 미만으로 본다.
2. 업종별 M&A 구도 확대 '언감생심'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신문들은 조직간 자존심이 강해 인수합병의 대상이 되거나 섣불리 상대방에게 인수 의사를 전달하기도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 그나마 최근의 인수합병이라면 헤럴드경제와 내외경제 합병 인수, 아시아경제의 스투닷컴 인수, 스포츠서울 주식 매각, 이데일리 매각, 좀 오래 되긴 했지만 중앙일보의 일간스포츠 인수 정도가 있겠는데 대부분은 수면 아래의 이야기일 뿐 대형 미디어 사이의 인수합병 시장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인수합병의 이슈는 여론 독과점 이슈 등도 있겠지만 전통적인 매체별 색깔이나 매체 사이의 조직원 융화 문제 등 복잡한 사안이 얽혀 있어 그리 쉬운 해법도 아니다. 더구나 시장 파이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상대방을 제대로 평가하기도 힘든 상황인 점도 인수합병 시장 자체가 그리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면이기도 하다.
신문사끼리의 인수합병은 주로 아시아경제나 헤럴드경제 등 신흥 매체들의 무리한 몸집 불리기를 위한 수단 정도로 남을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매체에 대한 매리트를 느끼는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들의 선택지에 올라 있는 것이 변수라면 변수랄까 큰 변동은 보이지 않을 것 같다.
3. 뉴미디어, 인터넷 진출 '제논의 역설'이 부분은 워낙 많은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고 신문사 내부에서도 각종 전략에 부심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그나마 가능성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를 따라잡기 힘든 이상한 역설적 상황(제논의 역설)을 그대로 체감하고 있는 신문사로서는 가장 미스테리한 영역이기도 하다.
우선 포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중소형 포털의 인수를 적극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신문사닷컴들의 기술력이나 영업력 운영 능력 등이 기존 기술업계의 그것과 격차를 많이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오프라인 경영진의 낙하, 신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 인터넷 산업에 대한 가치 저평가 등이 장애물로 남아 있다. 따라서 기술력을 갖춘 곳이나 새로이 부상하는 곳에 대한 투자 매력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가 뉴스뱅크 사업을 위해 TCN을 설립하고 중앙일보와 관계 기업인 보광 그룹 계열의 인터웍스 등은 모두 뉴스를 통한 광고 솔루션 사업 전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프라인 영향력이 남아 있을 때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 온오프 통합 영향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이미 이 부분은 진행중이며 향후 포털과의 관계라거나 중소형 포털, 또는 벤처 기술 업체 지분 확보 등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을 것이다.
뉴미디어와 인터넷은 저비용으로 신속하게 시작할 수 있고 기존의 영향력을 활용한 벤처 캐피탈 등 금융권이나 기업들과의 공동 투자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초기 인터넷 붐에 맞춰 언론사와 기업, VC들이 공동 투자하는 모델은 취업, 부동산 등의 사이트의 몰락과 함께 앞으로도 그리 전망이 밝지는 않지만 오프라인 영향력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는 것이 신문업계의 인식이다.
4. 기본에 충실한 것도 답이 되기 힘든 상황여기까지 살펴보면 신문산업의 미래가 산업적 시각으로 보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명확해졌다. 그렇다면 신문산업 기업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전략은 '내부 역량 강화', 쉽게 말하면 '본업에 충실하라' 또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라는 메시지가 주는 '탐사 저널리즘 역량 강화', '온오프 정보 서비스 강화', '저작물 제값 찾기 활동' 등의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모든 전략은 종이 신문이라는 매체의 특성이 주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전통적인 가치를 재발견하자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내부 콘텐츠 생산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지켜낼 수 있는 신뢰도와 영향력을 유지시켜 기본적인 산업 구조 자체를 안정화시키는 데 그 방점이 찍혀 있다. 섣불리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매체에서 시도할 수 없는 신문만의 고유한 특성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충성 고객 유지에 힘을 쓰자는 주장이다.
물론 생각보다 신문산업 자체가 빠르게 축소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명분으로서는 매우 부족한 면이 많다. 특히 요즘 처럼 가만히 있어도 구독률 유지는 커녕 내려가기만 하고 신문용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구독료 인상은 주저되고 광고 수주율은 알게 모르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언론 조직의 특성상 인건비의 절감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과연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이 기업의 생존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인지는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재미있는 것은 여전히 신문 기업들의 부도 소식이 잘 안 들린다는 것이다. 오히려 '죽어도 죽지 못하는' 신문 기업들 때문에 신문 산업 구조 자체가 왜곡되고 사회적인 역할과 기능이 혼재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소문으로는 어느 신문이 직원 월급을 동결했다(깎았다), 또는 구조조정의 칼 바람이 임박했다 등등의 괴담이 떠돌기는 한다. 하지만 당분간 사회적 경제적 큰 충격파가 없는 이상 우리나라 경제와 정치 구조 상황에서 신문의 부도는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문산업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