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에 설치된 오피스SW를 사용하다 보면 직장에서 작업한 내용을 집으로 가져가서 작업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웹 메일처럼 인터넷 애플리케이션만 쓰자니
언제 끊길지도 모르는 인터넷 때문에 불안하고….
이런 전통적인 IT업계의 숙제가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PC 진영에서는 소프트웨어의 인터넷 기능을 강화하는 측면을 강조했지만 여러 대의 PC를 쓰는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같은 작업 내용을 공유하기
힘들었다. 반면 인터넷 진영에서는 인터넷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같은 작업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내심 인터넷이 끊기거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작업을 할 수조차 없는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둘의 장점을 합치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이 속속 나오면서 새로운 IT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온-오프 가리지 않는 동일한 환경 조성
2007년 5월 구글은
기어(gears)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개발자들은 환호했지만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이 프로젝트가 단순히 '싱크(동기화)'하는
프로그램을 배포하겠다는 의미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구글은 최근 구글 오피스를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MS 윈도우 모바일에서도 이 기술을 사용해 인터넷에 항상 접속하지 않아도 웹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구글 기어
기술이 적용되는 범위가 기존 구글 리더에서 점차 다양한 솔루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기술은 오픈소스 기반이어서 웹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기업들로부터 협력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는 소식이다.
구글은 구글 기어 발표 때 어도비의 '아폴로'라는 프로그램과의 협업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어도비(구 매크로미디어)는 지난 2002년부터
화려한 인터페이스 및 기능성을 강조한 RIA(rich Internet application)를 강조해왔던 회사다.
최근 이 '아폴로'는 '에어(AIR, Adobe Integration Runtime)'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나왔다. 이미 어도비는 AOL과
이베이 등과 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적용한 소프트웨어를 내놓고 사용자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경쟁하고 있는 모질라재단 역시 파이어폭스에 향후 '프리즘(Prism)'이라는 플러그인을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이 끊긴 상태라도 웹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구글 기어나 어도비 에어를 대체할 것이라고 모질라는 말하고
있다.
오랫동안 PC 진영의 왕좌에서 물러설 줄 모르던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웹 애플리케이션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실버라이트'라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동영상은 물론 다양한 웹 애플리케이션을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구동할 수 있고 좀더 자연스런 움직임과 데이터
연동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이 기술은 어도비 에어와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야후가 작년 3억 5,0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한 짐브라 메일의 경우도 오프라인에서 메일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는 버전을 내놓고 웹메일
솔루션 및 각종 웹 위젯 서비스와 경쟁하기 위한 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작업한 메일 쓰고 보내고 받는 등의 작업 내용이 인터넷에 접속되는 순간 바로 적용되기 때문에 이동하면서도 작업할 수 있어 향후
웹 오피스 경쟁의 새로운 도전자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솔루션인 한글과컴퓨터의 경우도 씽크프리 오피스의 오프라인 설치형 버전을 일찍부터 준비해 작업은 PC에서 하고 웹에서도 동일한
환경에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중이다.
■ 플랫폼을 잡으면 다 잡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모든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며 어떤 식으로든 PC와 인터넷 진영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PC는 물론 모바일 기기 등 2대 이상의 기기를 사용하는 멀티유저 비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동일한
환경과 동일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오랜 탐색 끝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이미 사용자들은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든 기능성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게 됐다. 여러 대의 기기에서 똑같은 환경과 데이터를 제시해주는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할 확률이 높아졌다.
IT 업계의 고전처럼 들리는 '유틸리티 컴퓨팅',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온 디맨드 컴퓨팅' 등의 개념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적 기반들이 비로소 200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실현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플랫폼 경쟁의 이면에는 서비스 기업의 경우 자사 서비스의 이용 만족도를 높여 사용자 충성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
PC 진영 역시 인터넷을 활용한 기업들과의 거래에 있어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소프트웨어 환경의 일관성을 주고 인터넷 서비스
기업과의 공동 사업을 위한 목적이 잘 맞아 떨어진 셈이다.
웹 2.0 정신의 가장 큰 기반이 되는 철학인 개방과 분산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플랫폼 집중과 종속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의 뒤에서 동일한 환경을 조성해줄 플랫폼을 개발해 확산하는 곳이 미래 IT세계의
패자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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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전자신문인터넷 이버즈에 오늘 날짜로 송고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