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면서 바뀌는 언어

Ring Idea 2007/08/15 01:40 Posted by 그만

글쓰는 이들에게 일제 잔재는 살아가면서 늘 압박으로 작용한다.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일본어 또는 일본어를 차용한 비속어들을 내몰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세월이 흐르면 언어의 뜻이 바뀌거나 어감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처음 잘못된 말로 통용되던 것을 나중에 의미를 되살려 바꿔야 하는 상황들도 있다.

세상은 변한다. 그렇게 언어도 변하고 이름도 변한다.

'8. 15' 예전에는 손쉽게 이렇게 불렀다.
'독립기념일' 독립했단다. 일제로부터 독립했으니 독립 기념일이고 기념관도 '독립기념관'이라고 했다.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한참이 지난 뒤 우리는 이 용어가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 '독립'은 그 이전에는 독자적인 국가가 없었으며 식민지 시절 이전을 부정하는 단어였던 것이다. 그래서 바뀌었다.

'광복절'. 요즘 블로거들은 '독립기념일'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다행히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6. 25' 예전에나 지금이나 이 숫자 조합은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

광복 후 내전(또는 국제전?)을 겪은 우리나라 역사의 특수한 상황을 전쟁 발발일에 맞춰 숫자 조합으로 기념일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전쟁'이란다. 번역투가 팍팍나는 느낌을 뒤로 하고 많은 사람들이 '6. 25'와 '한국전쟁'을 함께 쓴다. 방송에서 유난히 '한국전쟁'이란 용어를 쓰는데 굳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전쟁 이름을 '한국전쟁'이라고 부를 필요가 있을까?

'한국전쟁'이라고 부르기 시작할 즈음 어느 신문에선가 외국인들이 숫자로만 된 기념일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명을 딴 전쟁 이름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외국에서는 'Korean War'였으니까.

그런데 의문인 것은 '9/11'은 여전히 미국에서도 '9/11'이다. 당시 미국 신문과 방송에서 등장한 'US Under Attack'이란 강렬한 헤드라인이 기억난다. 그들은 '9/11'의 상징성을 두고 다른 말을 붙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여기에 '테러'라는 말을 붙여 '9/11테러'라고 흔히 말한다.

'5.18 광주사태'. 모당 대통령 후보가 이런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로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말이고 실제로 많이 쓰였던 용어다. 하지만 지금은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광주 민주 항쟁'이 정착되고 있다. 여기서 '운동'은 '캠페인'의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고 당시 시민들의 행동은 군사정권에 대한 돌발적인 무력 대응이 있었으므로 '항쟁'으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전기세', '수도세'. 어린 시절 어른들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도 이 명칭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익숙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연히 틀린 말이다. '전기 사용 요금' '수도 사용 요금'이 정상이며 줄여서 '전기료', '수도료'이다. 이는 국가 기간 산업과 국가 기간 서비스 모두를 국가가 독점화하면서 사람들에게 국가에게 납부해야 할 세금으로 인지되면서 생긴 잘못된 용어였다.

'시청료'. 이 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는 말이다. 지금은 'TV 방송 수신 요금'이 정식 명칭이다. 요금을 납부하는 단위를 가구 단위가 아닌 TV 수신기 단위로 바꾸기 위함이었으며 '시청'이란 행위에 대한 요금 징수는 어불성설이란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2500원 하던 가구당 TV 수신료가 조만간 4000원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KBS 한국방송('공사'라는 말을 요즘엔 잘 안 붙인다)의 운영자금으로 쓰이는 이 요금은 '공적 자금'으로 준조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전기요금 납부 통지서에 일괄 포함돼 있는 것에 대해 논란이 여전하다.

'노견'.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춘 말이다. 거의 '갓길'로 통일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 중간에 '어깨길길어깨'이란 직역도 통용된 적이 있었다.

'고수부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또 많은 사람들이 이 용어가 일제잔재라는 점을 알고 있다. 이말을 바꾼 것이 '둔치'라는 말이다. 신문에서 '고수부지'가 많이 쓰이고 있는 신문이나 잡지에는 교열기자가 없거나 게으른 것이다.

일본어(또는 변형된 일본어)인줄 알면서도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들 '노가다', '기스', '단도리', '똔똔', '사리', '모찌', '이빠이', '오뎅', '찌라시', '후까시', '히야시'.... 당구용어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간단 상식] 좌측 통행? 우측 통행?
'사람은 왼쪽, 자동차는 오른쪽' 이 말도 안 되는 생활규범이 이토록 오래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자동차가 오른쪽으로 달리고 있는데 사람더러 왼쪽으로 다니라니, 위험한 발상이다. 그런데 반대로 사람은 눈을 감고 걸으면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쪽으로 비뚤게 걷는다. 육상 주로도 왼쪽으로 꺾어진다. 그렇다면 좌측통행이 맞고 차의 진행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사실은 차나 사람이나 어느 한쪽으로 통행하도록 통일해야 정상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이렇게 사람과 자동차의 통행 방식이 엇갈린 것일까. 사람의 좌측 보행원칙은 일제시대인 1921년 만들어진 것이고,자동차의 우측 통행은 미 군정청에 의해 1946년 결정됐다. 일본과 미국은 서로 다른 자동차 통행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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