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글라스”라고 말하는 순간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구글이 2월20일 공식 홈페이지를 열어 구글 글라스(안경)를 쓰면 어떤 느낌인지 보여주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오케이, 글라스”라고 말하고 음성 명령을 내리는 방식은 삼성 스마트TV를 음성으로 깨울 때 “하이, 티비”라고 말하거나 갤럭시 휴대전화를 “하이, 갤럭시”라는 명령어로 깨우는 것과 같다.
그러고 나서 몇 가지 명령을 하면 구글 글라스가 이를 수행하는데, 동영상에서 보여준 것으로는 인터넷 검색, 사진 찍기와 동영상 녹화, 영상 회의 또는 영상 통화, 날씨 조회 및 실시간 길 찾기, 영상 공유, 실시간 통역 검색 등을 작동할 수 있다.
오른쪽 작은 창에 뜨는 화면에서 몇 가지 손동작을 하면 명령어를 선택하거나 통화 할 사람을 고르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구글이 오프라인 매장을 내려고 준비한다는 소식에 의아해하며 ‘크롬북’을 파는 전자 양판점 개념을 상상했던 필자로서는 구글 글라스를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구글 글라스를 비롯해 스마트 시계와 입는 컴퓨터 등 신개념 제품을 직접 경험하게 하고 이를 팔 만한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소셜 네트워크의 성장과 함께 2000년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모바일 혁명이 이어졌고 스마트폰을 통한 접속 환경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IT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다음에는 어떤 것이 우리의 미래를 책임져줄까 궁금해한다.
아마도 2010년대는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세계가 오프라인으로 본격 진출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용 스마트 기기들이 인터넷을 가상공간 안에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 속으로 옮겨놓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물 인터넷’이라는 개념도 한몫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기기들이 놓인 장소 자체가 인터넷과 연결되어 빅데이터를 뿜어내고 있다. 주요 도로의 CCTV를 스마트폰으로 볼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의 영상 역시 기록되고 즉시 다른 곳으로 전파될 수 있다. 이런 기능을 두 손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스마트 안경인 셈이다.
물론 구글만 이런 준비를 해온 것은 아니다. 이른바 입는 컴퓨터, 착용하는 컴퓨터 개념인 웨어러블 컴퓨터, 헬멧 컴퓨터 개념은 꽤 오래되었다. 하지만 둔탁한 디자인과 불편한 사용 방법, 그리고 결정적으로 무선 데이터 네트워크와의 상시적인 접속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모토로라 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10월 HC1이라는 다소 구식처럼 보이는 헬멧에 작은 컴퓨터 모니터를 탑재한 제품을 내놓았다. 15인치 정도의 화면으로 보이며 작동은 역시 음성으로 한다. 이 제품은 올해 상반기 정식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아직 정식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스마트 안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6월 공개된 프로젝트 포르탈레자(Project Fortaleza)라는 이름의 스마트 안경은 XBOX 360 후속작과 연계된 증강현실 게임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 보도가 나오지만 그 활용도는 속단하기 이른 것 같다.
애플도 2006년부터 이미 안경을 통한 데이터 전송 따위 기술과 3D 화면 표현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안경 구조를 특허 등록한 것이 지난해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일본의 광학기기 회사인 올림푸스의 경우는 안경에 클립처럼 끼워 사용하는 모바일 스마트 기기인 MEG4.0 시제품을 지난해 7월 공개했다.
이렇듯 스마트폰 이후의 혁명은 스마트TV일 것이라는 예측과 다르게 첨단 기술의 새로운 전장은 자동차와 입는 컴퓨터, 그리고 안경 등 우리의 일상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검색을 위해 무언가를 켤 필요 없이 안경과 음성으로 대화하고 허공에 손가락을 허우적거리는 것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블랙박스가 자동차 운전자를 긴장시키듯 스마트 안경을 쓴 사람 앞에서는 잔뜩 긴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피겨 여신 김연아가 연기를 펼칠 때의 시선이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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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285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