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볼 때마다 어처구니가 없다.

물론 이해는 간다. 그렇다고 해도 아전인수는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 내가 기자 시절에도 네이버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와 해명을 들었다. 그리고 일부는 이해했고 일부는 아직도 이해 못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네이버가 던져주는 영양가 없는 몇 가지 미끼만으로도 화제가 되는 우리의 비극적인 인터넷 환경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네이버가 폐쇄적? 경쟁사에만 닫았을 뿐”[우공이산]

asadal은 "네이버의 태생적 배경부터 현재 고민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아울러, 이 기회가 국내 포털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적 논의로 확대되길 기대한다."며 인터뷰 전문을 올려 놓았다.

여기서 말꼬리를 잡고 싶진 않다. 네이버의 정책 이야기는 너무도 잘 아니까. 하지만 몇 가지 인식 차이에 대한 해석은 지적하고 싶다. 물론 내가 정답이란 것은 아니다. 견해 차이다.

NHN 서비스정책센터장을 맡고 있는 최인혁 이사는 "당시 네이버는 3~4위를 맴돌던 검색 서비스였다. 데이터베이스가 중요하다는 걸 그 때 깨달았다. 로봇이 긁어오는 웹검색으로는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대로 찾아줄 수 없었다. 통합검색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식인도 만들었다고 한다.

이건 거의 고해성사 수준이다. 원래 네이버는 검색 능력이 없었다는 말이다. 웹 검색 능력이 없는 것을 지난 십년 동안 이렇게 변명한다.

2005년 블로그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도 이렇다. "당시 웹문서엔 좋은 콘텐츠가 별로 없었다."

1. 뭔 소리인가. 지들이 못 찾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단정을 내려버리는 독선은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가? 수없이 많은 카페와 블로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봤던 글을 네이버 검색에서 찾을 수 없었다! 이건 내 그지같은 기억력을 탓해야 하는 것인가?

2. 당시 쓸만한 콘텐츠가 있었다.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심지어 스스로도 "외부 블로그가 검색에 잘 안 걸린다고 해서, 티스토리나 이글루스 블로그도 검색 결과에 넣었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래놓고 외부 블로그는 노출도 해주지 않는다. 똑같이 펌질해놓은 네이버 블로그를 노출시켜주지 않았나. 처음엔 위로 올라갔던 글도 몇 시간만 지나면 펌질해놓은 네이버 블로그로 검색 결과가 바뀌어 있었다.

3. 외부 웹 사이트나 외부 블로그와 내부 블로그와의 정보 신뢰도를 측정하는 기술이 엉망진창이었다. 왜? 내부 블로그는 모든 데이터를 관리하고 측정할 수 있는데 외부 블로그 글은 그런 근거가 없으니까. 반대로 내부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동등하게 측정하려는 노력이 없거나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 맞는 해석이다.

개방성을 징징댈 필요는 없다. 네이버는 지극히 이기적인 회사이고 그 폐쇄적인 정책을 조절해서 돈을 벌고 있는데 돈 벌고 있는 장점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상도의도 아니다. 다만 인터넷 생태계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1위 사업자로 책임성에 기반한 상식적인 개방을 요구할 뿐이다.

물론 네이버라고 억울하지 않겠는가. 수많은 네이버의 억울함은 이 링블로그에 많이 쌓여 있으니 찾아보도록 하자. 오늘은 인터뷰 내용 가운데 한국 인터넷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에 몇마디 하고 싶었을 뿐이다.

결론.

네이버는 '쓸만한 콘텐츠'를 웹에서 구할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 회사가 DB를 따로 쌓아놓고 그 DB를 뒤지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 그 DB는 네티즌들이 쌓아주었지만 경쟁자들에게 열어줄 생각이 없다.

우리나라 검색 경쟁은 결국 DB 확보 경쟁이었음을 실토하고 있다. 구글의 검색 결과가 형편 없는 이유? 네이버는 '웹'이 아니라서 네이버 안쪽의 데이터를 웹 검색으로는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DB 전략으로는 해외에서 너무 고비용 구조이고, 검색 품질로는 승부를 본 적이 없으니 역시 해외에서 먹히기 힘들다. 첫눈을 인수하고도 별다른 해외진출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DB를 확보하려 했지 거대한 인덱스 데이터 기반 위에서 정교한 알고리즘을 동원한 검색 품질 고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아쉽다.)

잠깐 첨언하자면, 네이버에게 열라고 요구할 단계가 이미 훨씬 지났다는 생각이다. 지금 네이버에 대한 개방성 요구는 오히려 네이버의 DB 검색에 포함시켜 달라는 것과 네이버의 DB에 제공하고 싶다는 바깥 업체의 니즈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언론사들이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고 검색에 걸리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웹에 올려 놓으면 찾아가주지 않으니까. 네이버는.

그래서 네이버는 우리나라 인터넷을 모독하고 있다. @

* 기억에 어느 외국 전문가가 와서 한국의 검색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네이버 관계자가 '한국에는 괜찮은 웹문서가 별로 없었다'라고 답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외국 전문가가 오면 이렇게 대답해준다. '한국에는 괜찮은 웹문서를 찾을 능력을 갖춘 검색엔진이 없고 DB 검색회사는 많다'

* 덧, 댓글이 엄청 많이 달렸고 이 블로그가 생긴 지 처음으로 100건이 넘는 트위터 RT를 받았네요. ^^ 일일히 댓글을 다는 것보다 추후에 '그래도 왜 사용자는 네이버를 선택했는가, 결국 네이버가 1등인 것은 다 이유가 있고 소비자가 선택한 결과가 아닌가'하는 반박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겠습니다. 이런 이야기에 답변을 달 필요가 있나 싶긴 합니다만.. ^^;
Writer profile
author image
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0/11/03 09:07 2010/11/03 09:07

TRACKBACK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1. 네이버는 페이스북과 비교해야 옳다.

    Tracked from onyoo.net  삭제

    엮인글(http://ringblog.net/1887)을 보면 인터넷 생태계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구글과 비교하며 네이버를 까고 있네요.뭐 이 이야기로는 몇 년간 너무 까이고 까여서 더 할 얘기도 없는 것 같습니다만..1. 일단 요약일단 제 지론을 요약하면, 그렇게 인터넷 발전이 안되서 억울하면 사용자들이컨텐츠를 외부에 쌓게 만들어야 합니다.

    2010/11/03 12:32
  2. 블로터닷넷은 네이버 대변인 인거야?

    Tracked from 깜냥이의 웹2.0 이야기!  삭제

    최근 블로터닷넷(www.bloter.net)에서 나오는 기사를 보면 네이버 대변인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네이버에 호의적인 기사가 눈에 띈다. 네이버의 폐쇄적인 소셜전략이라는 것에 대해 거의 모든 블로거가 비판하고 있는 마당에 블로터닷넷은 매우 상세하고 호의적으로 기사를 다루기도 했었다.(관련기사: http://www.bloter.net/archives/39537) 사실 나는 블로터닷넷의 초창기에 필진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호감을..

    2010/11/04 09:28
  3. 네이버의 변명에서 본 오픈에 대한 오해

    Tracked from 숲속얘기의 조용한 카페  삭제

    1. 네이버의 오픈에 대한 변명 최근 네이버에서 이야기한 오픈(네이버가 폐쇄적? 경쟁사에만 닫았을뿐)에 관해 변명(네이버 폐쇄성 해명, 한국 인터넷 모독)이니 뭐니하는 말이 많습니다만, 그 기사에서 한가지 주목되는 구문이 있습니다. 바로 중복투자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의 공동이용, 곧 오픈을 원한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네이버를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2010/11/04 09:46
  4. 네이버의 블로그 검색 시스템 로직 정확할까? (네이버, 다음, 파란, 네이트, 구글 검색 비교)

    Tracked from Wiinemo's Blog  삭제

    티스토리나 텍스트 큐브등의 설치형, 외부형 블로그등의 경우는 포털 사이트를 통한 검색을 통해 접소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블로그 방문자 수는 포털의 검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조금은 생소한 주제들을 다루는 필자의 블로그는 어떤의미에서 처량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좋은 점이 있다면... 남들이 신경 안쓰는 생소한 주제이다보니, 조금만 노력을 하면 검색 시장에서 상위권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인기가 있어도 수..

    2010/11/24 18:28
  5. 네이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Tracked from 개발새발 써진 과학공책  삭제

    v.1.03 NHN, 네이버(Naver)와 한게임(Hangame)을 중심으로 수백 개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한국 인터넷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사이기도 하다. 세상은 강약과 선악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강약은 비교할 객관적인 기준이라도 세울 수 있지만, 선악은 아무런 기준도 세울 수 없다. 주관적이기 때문에 한 사람마다 하나의 기준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통 강자는 수가 적고,..

    2010/12/18 18:03
1  ... 204 205 206 207 208 209 210 211 212  ... 1951 

카테고리

전체 (1951)
News Ring (644)
Column Ring (295)
Ring Idea (1004)
Ring Blog Net (8)
Scrap BOX(blinded) (0)

달력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

그만'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 Supported by TNM
Copyright by 그만 [ http://www.ringblog.net ]. All rights reserved.